이동준 변호사의 법률칼럼

(1) 노동법
뉴스일자: 2019년02월25일 00시00분


노동법 : 머리말, 근로 계약, 근로관계의 첫 단추 끼우기
 
1. 머리말
노동법이 실생활에서 근로자와 기업에 얼마나 중요한가는, 공식 통계를 그저 슬쩍 훑어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2017년 한해만 해도 독일에서 무려 330,000건의 노동법 관련 소송이 제기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노동과 관련한 입법이 중요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지된 사실이다. 그래서 이미 100년 전에 노동법을 주관하는 재판권이 도입되었다. 근로자와 고용주가 자신의 법적 이익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도록 노동과 관련한 법정 분쟁을 전담하는 노동 법원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소장을 제출하고 실제 첫 번째 변론기일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게 다반사인 다른 민사소송과는 달리 노동법원에서는 소송이 제기된 후 불과 몇 주 내에 첫 번째 재판심리가 이루어진다.
 
노동법 소송은 다른 민사 소송과 비교해 아주 색다른 그만의 "법문화"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자면 노동법원 판사는 분쟁이 조정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하여 소송 중 약 2/3가 화해로 해결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보통 민사 소송에서는 당사자들이 타협할 의사가 처음부터 미진한데다가 화해 문화의 결여로 합의율이 저조하다.
 
2. 근로계약(Arbeitsvertrag): 간단히 구두로 체결할까, 아니면 서면으로 확실히 할까?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이를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론상으로는 사용자는 근로자와 근로조건 등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는 근로계약을 간단히 구두로 맺을 수 있다.
예전에 우리는 운전기사와 서면으로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던 화물 운송 업체를 대리한 적이 있는데, 이미 20년을 훌쩍 뛰어넘는 노사관계였었다. 회사는 매달 합의된 임금을 지급했고 근무 시간은 일주일에 약 40시간이었다. 근무 환경의 변경, 휴일, 급여의 조정 등 모든 것이 그저 구두로 합의되었다.
 
그러나 근로관계에 대한 대립이 생겨 분쟁이 일어났을 경우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이유 한가지 때문이라도 처음부터 서면으로 정확하게 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예를 들어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이를 서면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근로계약 기간에 관한 약정은 아무런 효력이 없다. 구두로 한 근로계약은 무기한이라는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근로계약에는 근무 장소 등에 관한 사항도 합의되는데, 근로 계약에 근로자가 다양한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명시가 없이 근로자를 전근시키고자 할 때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예사다. 아울러 회사 차량, 상여금 지급 또는 이와 유사한 추가 혜택을 규정하는 경우 서면 근로계약은 필수적이다.
 
근로조건의 내용이 명시된 근로계약의 초안은 장래 고용주가 될 회사가 지원자에게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근로계약서의 내용과 형식은 회사의 직업관을 반영함과 동시에 처음부터 당사자 간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변호사 활동을 하다 보니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대기업들이 자국 내 실정에 "맞춘" 근로계약서를 외국에서도 사용하는 것을 보는, 원하지 않은 목격자가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은데, 이를 여기 지면을 통해서나마 붙들어 못 하게 말리고자 한다. 독일에서의 근로관계는 정황을 규명하고 법적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독일법에 기초하여 윤곽을 잡아 작성해야 한다.
 
영어 또는 한국어만으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도 종종 있는데, 이도 역시 가능하다면 피해야 한다. 분쟁 발생 시 독일 법원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독일어라는 점은 두말할 여지가 없으며, 이에 따라 영어 또는 한국어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법적 절차상 번역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번역과정에서 중요한 표현 특히 그 본질적 의미가 상실될 수도 있다. 또한, 판사는 법적인 절차에서 독일어로 된 근로계약 대신에 독일어 번역본만이 제출된 경우, "당혹감"을 드러낸다.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기업이나 외국인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독일어와 영어로 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이때 계약서에는 독일어본이 법적 효과가 있음을 확실히 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분쟁이 생기더라도 이러한 계약서는 법원에서 별문제 없이 쉽게 받아들여진다.
 
3. 근로관계의 첫 단추 끼우기
근로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우선 채용 공고는 인종, 성별("업무관리부 수습사원 남/ 여 모집"), 종교 또는 세계관, 장애, 연령 및 성적 정체성과 관련하여 중립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기업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채용 공고 후 면접을 볼 때, 사용자는 특별한 약정이 없어도 지원자의 여비를 부담할 의무가 있다. 채용공고 시 지원자가 취업 면접을 위한 여행 경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확실히 언급한 경우에만 여비부담의무에서 면제된다.
 
또한, 지원자의 개인 정보를 저장하거나 처리하게 되면 사용자는 지체 없이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밝히는 선언을 하거나 정보주체인 지원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미리 서면으로 면접 시 질문할 예상 문제를 작성하고, 최소한 간단하게 그 답변을 적어 두는 것도 좋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면접에 허용되는 질문이 있고, 허용되지 않는 질문도 있다는 점이다. 허용되지 않는 질문의 경우 지원자는 "거짓말할 권리"가 있다. 지원자의 인종, 성별, 종교 또는 세계관, 장애, 연령 또는 성적 정체성에 관한 질문은 차별적 질문으로 간주되며 이에 대한 질문은 전적으로 금지된다.
 
양측 모두 "만족"하면, 끝으로 근로계약서에 서명한다. 근로계약에서 중요한 점은 다음 회에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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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의 저자는 뒤셀도르프에서 활약하고 있는 페터 리 변호사(Peter Lee, 법률학 석사,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입니다. 연락처: www.rhein-anwalt.com | lee@rhein-anwalt.com.


1112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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