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의 세계

류 현옥
뉴스일자: 2018년12월17일 00시00분

밤새도록 비바람이 거칠게 불었다. 덕분에 잠을 설친 아침, 심술을 부리며 지나간 거센 바람은 담벼락을 덮었던 단풍든 입새들을 사정없이 몰아부쳐 정원을 어지럽게 낙엽으로 덮었다. 늦여름의 기세를 마지막으로 몰아내는 전투였던가. 하루의 문을 여는 습관으로 따끈한 커피잔을 들고 새아침 정원을 한 바퀴 돌세라 문을 열고나서니 싸늘한 냉기가 온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미지의 예감에 떠밀려서 거실로 돌아왔다. 전화벨이 울렸다. 베니의 성급한 목소리다.
 
옥아, 나 정신과 병원에 입원했어!”
? 정신과 병원?”
네가 외출하기 전에 일찍 전화하는 거야. 나 정신과 격리실에 들어와 있어. 다른 일 제쳐두고 나를 방문해 주면 좋겠어 ! 오래 이야기할 수 없으니 이해해... 나말이야 여기 와서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는데 지금 다 떨어졌어. 올 때 담배하고 초콜릿하고 대추 말린 거 좀 가져다줘!”
 
내가 말할 여유도 주지 않고 그는 일방적으로 혼자할말을 다한후 전화를 끊었다. 정신병자의 자유라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입원의 충격을 감소시키고자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들리긴 했지만 당연하게 담배를 사오란다 .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벌써 두 주째 격리병동에 있었던 사실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이 소식으로 헝클어진 마음을 정리하는 동안 이미 반나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멍청하게 앉아서 이 문제를 소화해야 했고 정신을 차린 후에 나는 그날 오전에 의사방문 예약을 놓쳤다는 것을 확인했다.
 
베니와 헤어진 그의 아내 울리에게 전화를 했다. 그녀 역시 한참 더듬거리고서야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알려주었다. 그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는 덧붙였다. 그녀가 같이 살 때 보여준 병적 증상들이 모든 다른 사람들이 다가지고 있는 광증 정도치고는 조금 심하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는데, 2주 전에 폭발적인 모습으로 정신병 세계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녀는 같이 살지 않겠다고 소리 지르며 남편을 몇십년을 같이 살은 집에서 쫓아내었다.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집 열쇠를 뺏은 후에 베니가 필요할 물건을 쑤셔 넣은 큰 여행가방을 문 앞에 내 놓은 후 세월이 갈수록 괴로워했다. 그녀는 그의 정신질환이 의사의 진단에 의해 확인되었으니 가슴위에 올려진 무거운 바위 돌덩어리가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베니는 세 명의 다른 환자와 한 방에 있었다. 세 명 모두 장기 환자들로 지난2주동안 그나마 조금 남은 정신을 여지없이 파괴했다고 목소리를 죽여 말하는 베니는 오히려 그들보다 더 험악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자란 머리카락은 백발의 모습이고 대머리가 될 징조를 보이며 빠져나간 머리카락 사이로 물집들이 성글게 있는 두피가 보였다. 그의 금발 곱슬머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여자들이 반했던 열정 가득한 눈빛대신 힘 빠진 회색 눈에 눈물이 고였다.
 
때때로 정신이 조금 들 때가 있긴 해. 그게 내 정신이라고 할 수 없는 단계에 왔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여길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해. 나의 생각과 내가 원하는 것을 이곳에서 허용하지 않으니까. 정신병을 완치하고 이곳을 나갈 수 있는 첫 단계가 내가 병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거야.!”
 
스스로가 이곳에 드러누워 있는 것에 대해 심사숙고를 시도해 보지만 한 방에 사는 세 환자가 번갈아서 쉴 새 없이 말을 걸어와서 그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여 자신을 잃게 되고 그들과 함께 정신과 환자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고 했다. 지난 반년동안 애써 줄인 체중이 늘어간다고 투덜거렸다. 그는 초코렛과 조청을 입힌 마른대추를 번갈아 먹기 시작했다.
 
치료제로 대량의 리치움을 복용하는 데 이 약의 부작용은 입맛을 마비시켜 맛을 모르게 만들어서 생명만큼 중요한! 입맛을 되찾기 위해 침이 나오게 뭔가를 씹어야 한다고 변명했다. 동시에 끊임없이 뭔가 먹어대야 하는 습성이 생겼다고 했다. 그의 독설적인 주장은 제 정신으로 돌려준다는 약이 쉴 새 없이 먹어야 하는 부작용을 동반시켜 체중을 늘게 하고 둔해지고 행동이 느려지도록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인간 폐인으로 만들어져 간다고 했다. 간호사들이 와서 입을 벌리라고 하고는 알약을 혓바닥에 올려준 후 물을 마시게 감시한다는 것이다. 강제복용을 당한 환자들은 의지를 잃고 제재할 수 없이 먹는 것으로 소일한다고 했다. 그래도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이 혈관을 축소시켜 잠시나마 머리가 밝아진다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
 
내가 어디에 가서 어떻게 살던 내 인생이야! 내가 책임져야할 내 생명이야! 나의 목숨이야! 나는 더 살고 싶기에 내 목숨을 아끼고 보호할 것이고 나는 천성적으로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인데 ...여기에 가둬놓고 약을 먹이며 정상이 되라고 하니 분통터지는 일이야 ! 나를 여기에 오게 한 울리가 쾌심하기 짝이 없어.”
 
그는 지난 반세기를 같이 살며 사랑하는 아들을 낳아서 같이 키우며 살던 집에서 내쫒아 낸 주제에 아내가 언제 자기를 생각한 척하며 서류상의 보호자로 그를 정신과로 보냈다고 분개했다. 자기는 정신과로 왔지만 울리는 자신의 자유를 박탈한 범죄자로 감옥으로 가야 한다고 독설을 했다. 내가 선택한 나의 생을 살고 있는 데 나는 그렇게 사는 게 좋은 데, 남이 나의 삶을 보고 위험하게 산다고 결정하여 내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 해를 줄까봐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붙여 자기를 감금시켰다고 독설을 했다 . 이기적이고 뻔뻔스러운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라고 주장하며 자기가 미친게아니라 사회가 잘못되었다고 세상을 비난했다 ..
 
나를 동반한 남편이 의사라는 신분으로 책임지고 두 시간 후면 다시 데려다 준다는 약속을 하고 베니의 외출을 허락받았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다는 그를 위해 병원 건너편의 이태리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주문한 스파게티가 나올 때까지를 참지 못하고 일어서서 서성거리며 바쁘게 왔다 갔다 하며 서비스하는 젊은 여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남편이 스파게티가 나올 때까지 마늘빵을 한 접시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엷게 썬 바게트 빵을 뜨거운 올리브기름과 마늘을 다져넣은 프라이팬에서 바삭바삭하게 구어 낸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전채음식이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야!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한 접시 더 시켜도 될 거 같은데. 맛있게 먹을 게. 정말 감사해.”
 
그는 철없는 아이로 변해 있었다. 예의 바르고 남을 생각하고 분위기를 민감하게 파악하며, ‘ 나이래도 괜찮겠어?’하고 묻던 베니가 아니었다.
 
내가 저것들 속에 끼어 살고 있는지 없어졌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를 생각하는 척 전화로 너 약 먹었니? 오늘 샤워 했니?’ 하며 물어오는데 모두 울리를 통해 알았다고 하니 정말 울리가 괘씸해! 혈압을 재고 열을 재고 벌써 두 번이나 피를 뽑아가고 ...정신과 의사라는 작자는 기껏 하는 말이, 당신 좀 더 조용해져야겠어! 하니 말이다. 죽은 듯 조용해지라는 뜻이야!”
 
마늘빵을 다 먹고도 그는 여전히 화를 내고 있었다. 자신의 정신적 이상에 대한 통찰력으로부터 회복의 단계에 들어가는 데, 베니는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그를 퇴원시킬 수 있는 권력자 정신과 의사가 말하기에 정신병 환자의 역할을 연구해서 좋아진 척하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단다. “생각해봐! 마치 죄인에게, , 나는 죄인입니다.” 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처럼 내가 나는 정신병 환자입니다.’ 하며 착하게 약을 제 시간에 챙겨 먹이기 위해 들어온 간호사 앞에서 약을 삼키고, 입을 크게 벌려 알약이 목구멍을 넘어갔다는 것을 확인하게 만드는 굴욕을 참고 살아야해. 혼자 산책을 나가 병원 근처에 있는 공원에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드러누워 자는 술꾼을 발로차서 깨우거나 지나가는 산책하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까봐 혼자 못나가게 한다고. 너희들이 책임지고 다시 데려다 준다고 하면 외출을 허락하고 .... 잊기 전에 말해두겟는 데 와 주어서 정말 감사해 ! 2주동안 꼼짝없이 갇쳐 있었어
 
베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표현을 했다.
나는 지난 20여년을 알고 지낸 친구, 인간 베니 속에 들어앉아서 기회를 노린 정신병적 요소를 감지하지 못했다. 그는 시집을 두 권이나 발간했다. 지난 20년 동안 성악 개인지도를 받으며 성악가로 향한 꿈을 꾸었다. 내 생일 잔치에서 반주도 없이 즉흥적으로 쇼팡의 라르고를 즐겨 불러 생일 손님들을 감격으로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어깨가 아프다는 사람에게 그의 큰 두 손에 열정을 담은 손바닥을 올려 통증을 쓰다듬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주는 친구였다.
 
그에게는오래전부터 온갖 종류의 그릇과 빈병을 모으는 기벽이 있었다. 울리와 헤어져 혼자 살고부터는 아무런 제재 없이 이 일에 집중하고 빈병과 빈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서 물로 가득 채우는 일로 기벽의 규모가 커졌다. 그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치지 않고 이 일을 했다. 며칠이고 걸려서 한 단계가 끝나면 다음 단계로 묵은 물을 버리고 새물로 채우는 일로 시작했다. 지하철 바닥을 가득 채운 병과 그릇을 계단으로 들고 올라와서 화장실에 붓고 새물로 채워서 다시 지하실에 옮기는 일로 땀을 흘렀다. 그는 이미 다른 세계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근무처에서 전화가 오는 것도 듣지 못했다. 연락을 받은 울리가 전화를 하는 것도 듣지 못했다.
 
베니가 사전 연락도 없이 직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울리는 지하실에서 물그릇을 들고 나오는 남편과 마주쳤다. 얼굴은 땀에 젖었고 물그릇을 비웠다가 채우느라 입은 티셔츠와 바지는 젖어 그의 온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울리를 보자 반가운 환성을 지르며 들고 있던 물그릇을 내려놓고 젖은 몸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울리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몸을 피하려 했지만 그에게 강제로 안겼다. 경악의 표정을 보면서도 찾아와 준 전 아내가 고마워서 감격으로 끌어안았는데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하여 남자에게서 빠져나가 도망쳤다. 그녀는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앉아 눈을 감았다.
 
집중해서 상황 판단을 할 때면 그녀는 두 눈을 감았다. 베니가 정신착란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그날 오후에 그녀는 정신과 앰블런스에 연락을 하였다. 울리는 책임감에서 변명을 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주워 와서 집에 모으는 수집벽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소용없는 물건이기에 갖다 버려야한다는 것을 설득해도 소용없었다. 주워 모은 그릇이 지하실을 가득 채우자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에 쌓아갈 때 손을 썼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쳤다고 후회를 반복했다. 그것이 광증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기 시작한 울리는 남편에게 몇 번이나 괴벽을 고치지 않으면 헤어져야한다고 협박을 했단다.
 
마침내 별거를 하고 그는 혼자 살게 된 후로 이 일에 더 집중했다. 정성을 들여 깨끗하게 씻은 그릇과 병에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큰 유리그릇에 물을 가득채운 후 비싼 크리스털을 사와서 담그기 시작했다. 크리스탈은 물이 상하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라 했다.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지구는 지금까지 인간과 자연을 위해 물을 공급했지만 어느 날인가 중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때를 위해서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태양열에 의해 지구상의 수분이 증발하여 대기로 올라가서 모이기 시작하면 구름이 뭉치게 되어 떨어지는 빗물은 다시 지구상에 내려와 지상의 수량을 보충한다는 논리는 그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는 신의 부름으로 물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를 아끼는 모든 사람, 헤어져 사는 아내, 미국에 가서 사는 유일한 아들, 몇 명의 친구들과 친척들 모두가 그를 생각해주는 척하면서 그에게 중요한 생의 의무, 그의 머릿속에 앉은 이 중요한 인생의 숙제를 못하게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 일만 하게 허락해준다면 다른 모든 요구조건 대로 복종 하겠다고 선언했다. 약도 잘 챙겨먹을 것이고 혼자 샬로텐부르크 궁전공원에 돌아다니지도 않을 것이며 다른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게 살겠다고 했다.
 
이 와중에 나는 미루어온 어깨수술을 하게 되어 입원을 했다. 수술 후 부작용을 우려하여 건강보험으로부터 휴양 크리닉에서 3주간 물리치료를 집중적으로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베니는 퇴원하는 즉시 정신과 환자를 위한 특수 휴양지로 보내진다고 들었다.
 
110214

이 뉴스클리핑은 http://kyoposhinmun.com에서 발췌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