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준 안토니오 신부님의 독일과 유럽 이야기 (3)

뉴스일자: 2018년07월09일 00시00분

교포신문사는 프랑크푸르트 한인천주교회 최용준 안토니오 주임신부님의 글을 두 번째 주에는 독일이야기, 네 번째 주에는 독일 이외의 유럽 이야기의 형식으로 격주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쾰른
독일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과거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되었던 광부, 간호사 파견이 있었던 나라다. 국가적 연대나 교민들의 분포를 볼 때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압도적이다. 실제로 독일에 교민이 제일 많고 한국에도 독일 마을이란 것이 있다. 초창기에 온 이곳 교민들은 고국을 잊지 못하고 끊임없는 본국 방문을 한다. 개인적으로야 부모, 형제, 친척들의 방문이지만, 이곳 사람들의 방문이 주는 느낌은 다른 나라 교포들이 주는 느낌과는 다르다.
 
하지만 한국의 해외여행 열풍을 생각할 때면 독일은 먼 나라가 된다. 일단 유럽하면 화려한 패션의 중심인 파리를 연상하고, 그리스도교의 유적과 로마의 영광을 간직한 이탈리아를 생각하게 된다. 거기에 유럽의 지붕 알프스가 있는 스위스의 절경이 떠오르고, 계속하여 낭만이 돋보이는 스페인, 조용한 아드리아 해변의 국가들이 생각난다. 아직까지도 독일은 유럽여행의 변방처럼 느껴진다.
 
쾰른 역에 내리면 갑자기 밀어닥치는 거대한 놀라움이 있다.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대성당의 첨탑들이 눈앞에 들어오고 새까만 기둥과 벽면의 색깔이 연륜을 말하듯 가슴을 파고든다. 아픈 고개를 떨구며 이리 저리 살피다 보면 첨탑들에 매달린 섬세한 조각들을 보며 저렇게 많을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한없이 높고 보이지도 않는데 사람의 눈과는 상관없이 그곳이 어디이든 최고의 정성과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전체를 담을 수 없는 카메라의 앵글은 고사하고라도 보고 또 보아도 한 번의 방문으로는 감을 잡을 수 없은 거대함이 있다. 삼면으로 펼쳐진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놀라움과 감탄으로 쳐다보고 있다. 한결 같이 벌려진 입으로 탄성만 할 뿐 말은 없다. 그러나 느낌과 감격은 똑 같을 것이다.
 
쾰른 대성당은 성전건축 역사에서 한때 유행했던 고딕식 건축의 대표적인 명물이라 할 수 있다. 하느님께 대한 신앙심의 발로로 저 높은 곳을 향한 믿는 이들의 소망을 성전의 모양에 표현한 것이다. 물론 건축가들의 상상력에 기본을 둔 것이지만 그들의 마음 자체가 당시의 신앙심을 표현하고자 하는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든 이런 공감과 표상은 순식간에 주변에 퍼져 나갔고 사람들은 그런 성당의 모습에서 천상적 위로와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신심 깊은 사람들은 아름다운 성전을 짓고 싶어 한다. 인간의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한없이 거룩하신 하느님 앞에 미약하나마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다. 성전은 인간의 작품이지만 봉헌된 성전은 하느님의 집이다. 보이지 않은 하느님을 인간 세상에서 바라보고 상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표상이 되기 때문이다.
 
쾰른 대성당은 내부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하늘로 치솟은 끝없는 열주들과 빛의 다채로움으로 신비스럽기까지 한 스테인드글라스의 채광을 빼놓을 수 없다. 하나 하나 공들여 제작한 작품들이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영적세계를 눈에 보이는 성전 안에서 체험케 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성전의 중심에는 제단이 있다. 제단은 세상을 구원하신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하느님께 올리는 인간의 제사상이기도 하다.
 
세상에 자리하지만 하느님이 계시는 가장 거룩한 곳이 바로 성당 안에 있는 제단이다. 관람객들은 물론 신자들까지도 매번 이런 사정을 깊게 살피진 않는다. 그러나 성당을 나올 때 느끼는 감명과 영적인 고양은 바로 그런 진실들이 성전 안에 있음을 말해준다.
 
일반 관람객이라면 그냥 지나치겠지만 신자라면 눈여겨 볼 장소가 있다. 제단 뒤편에 황금색으로 만들어진 세 개의 관을 볼 수 있다. 이름 하여 동방박사의 관이다. 이천년 전 구세주를 경배하기 위해 베들레헴을 찾았던 동방박사들의 관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지만 연유야 어쨌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성경에나 나오는 그 먼 과거의 인물들이 현재의 우리와 대면하고 있는 것이다. 예루살렘에 가게 되면 그런 지명이나 장소들이 현재에도 그대로 있다. 교회의 역사 이천년이라 하지만인간의 한평생인 육십년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리 멀거나 긴 역사도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성당에서 가까운 ‘Monoretten 성당에만 가도 12세기 유명한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스승이자 학자인 'St. Albert' 성인의 유해가 담긴 관이 있다. 아마도 독일에 ‘St. Albert Kirche’란 이름의 성당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일 것이다.
 
대성당을 바라보는 경관은 대성당 앞 광장이 주가 되겠지만 엽서에 나오는 대표적인 장면은 마주 보이는 강 건너편 전망대가 될 것이다. 강변 전망대이기에 라인강은 물론 시내와 어울려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의 옆모습은 대성당 풍경을 이루는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누가 이것을 의식하고 철교를 놓았을리는 만무하지만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풍경이 되고 있다. 전망대를 가기 위해 철교를 걷노라면 그물처럼 처진 철망에 수없는 사랑의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500여 미터의 긴 다리 철망에 빈틈없이 자물쇠들이 있는데, 그만큼 사랑을 약속한 연인들이 사랑을 영원토록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다. 어쨌든 호헨촐레른 다리로 명명된 이 철교는 전 세계 사랑의 열쇠가 걸린 모든 다리들의 시초가 되고 있다. 자물쇠를 건 모든 연인들에게 축복을 빈다. 오늘도 자물쇠를 채우는 연인들이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참사랑이 자라고 열매 맺고 있다는 희망이 되어서 참으로 반갑다.
 
라인강 유람선을 타고 따뜻한 햇살 아래 시내를 가르는 한줄기 바람을 마주한다. 한국만큼이나 화창하고 맑은 날씨이고 보면 그 동안 독일의 구름 끼고 우중충한 날씨는 이제 옛말이 되어가는 것 같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놓인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오늘의 기분을 말해 준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위에서 위용 당당한 대성당의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사색에 잠긴다. 도시이지만 조용하고 한가한 라인강이다.
 
사진1
사진2: 호헨촐레른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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