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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05월13일 00시00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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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류현옥
 
어느 날 우편엽서가 날아왔다. 흔히 여행지에서 보내는 그림엽서도 아니다.


친구야, 나 아직 살아 있어! 너도 살아있다는 것을 우연히 얻어 들었어!”


한글로 쓴 한 줄의 편지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친구의 소식이다. 독일어로 쓴 성함과 주소를 들여다보며 한참을 생각하고서야, 아하, ‘소희로구나! 일 년 이상을 한 복도에서 살았던 친구, 오십 년 전의 일이라 얼굴이 눈앞에서 사물거리지만 길에서 만나도 알아보지 못할 친구다. 갑자기 받은 반가운 소식임에도 안부를 전하는 다정한 인사말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사무적이고 알 수 없는 어두움이 스민 느낌이다.
 
그녀가 독일 남자와 결혼해서 남편성을 쓰고 남편을 따라 베를린을 떠난다는 것을 언젠가 알려왔건만 그 기억조차 없다. 이름에 맞는 얼굴이 얼른 기억나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친한 친구라면 글씨를 보면 얼른 알아볼 수 있을 텐데 그렇지도 않다. 힘없이 또박또박 공들여 쓴 글씨가 보낸 사람의 심신 상태를 전달하고 있다.
 
벌써 반세기 전이다. 간호사 20명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독일에 도착하여 취업하는 병원의 기숙사 복도에서 외국생활을 같이 시작하여 운명의 공동체로 시작한 친구다 . 두고 온 가족과 죽마고우를 대체한 친구였으나 적응기간이 지나고, 계약기간이 끝나자 각기 헤어져 새 삶을 찾아서 헤어졌다. 엽서를 보면서 은연중에 어느누구도 죽은 후에는 나 죽었어.” 하는 소식을 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묘한 생각을 했다.
 
그녀의 편지를 계기로 소식을 모른 채 지내는 당시의 동료 명단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베를린에 살면서 유일하게 소식을 잇고 있는 선배한테 전화를 했다. 기숙사의 복도를 더듬으며 방 번호까지 기억해내며 리스트를 만들었다. 얼굴은 기억나는 데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친구도 있고, 이름에 맞는 얼굴을 기억할 수 없는 친구도 있다. 그중에 벌써 세 사람이 유명을 달리한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소희에게 편지를 썼다.
 
우리 더 늦기 전에 ...한 번 보면 좋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옛날 결핵병동 꼭대기 지붕밑 방들이 복도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자리한 기숙사에 살았던 동료의 명단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첨가했다. 혹시나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세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썼다. 답장이 없었다.소식을 기다리다 여행을 갔고 그 뒤로 얼마동안 또다시 잊고 지냈다.
 
그녀에게 보낸 우리 더 늦기 전에 ...”로 써 보낸 편지를 그저 안부 편지 정도로 이해한 것 같았고 자신도 지금 까지 소식모르고 살았는데 새삼스럽게 식었던 우정을 다시 데워봐야 무슨 새로운 친구가 될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이가 들면 생각도 느리고 행동도 느리기에 없는 답장에 대해서 관대하게 생각했다. 며칠이나 벼루다가 다시 엽서로 손전화 번호를 알려주라고 부탁했다. 전화를 받은 소희는 자다가 일어난 듯, “, 그래, 그래!” 하며 말을 듣다가는 의외로 만나보자는 데 대한 의견에는 반응이 시큰둥했다. 누군가 그 일을 책임지고 맡아서 시작해야 하는 데 그것부터가 어려운 일이란다. “장소를 찾고 날짜를 정하고 올 수 있는 지 확인도 받고 해야 하는데 누가 그 일을 하나? 나는 못해! 너도 못할 거 아니야?”
 
글쎄다, 네가 나는 못할 거라고 단정을 짓고 말을 하는 데...다른 친구들이 못한다는 것을 단정 지을 순 없지 않니?”
 
잊고 살던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그 일을 하는 거야.”
 
“.....”
 
다 준비해놓고, 오래도 안 오겠다는 사람도 있을 거구, 그리고 너무 오랜만에 만나면 할 말도 없고 서먹서먹하잖아.”
 
오랜만에 만나보면 반갑지 않을까?”
 
만나서 반가울 친구면 그동안 연락하며 지냈겠지...”
 
만남에 대한 진전을 보지 못한 체 세상살이 수다를 떨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 대화가 친구와의 마지막 대화가 될지는 예감하지 못했다.그때 이미 소희의 생명은 바람 앞의 촛불만큼이나 펄럭거린다는 것을 전연 예감하지 못한 것이다.
 
소희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장이 날아왔다. 그녀는 장례식을 이틀 앞두고 기차를 탔다. 친구의 사위와 통화를 하고 결정한 여행이다. 사위는 일 년 전에 부인을 사고로 잃었고 장모까지 떠났기에 집만 정리되면 그곳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친구가 살던 집을 정리하고 있는 중인데 장례식이 지나면 시청의 청소차가 와서 남은 물건을 다 실어갈 것이란다. 죽은 친구는 남편이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서 떠나고,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고생했는데 외동딸이 죽은 후엔 삶을 포기했다고 한다.
 
고인이 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산자를 실은 기차는 끝없이 남쪽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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