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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05월13일 00시00분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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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furt에 살면서 (하)
황만섭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흐르는 마인 강은 강물 따라 두 계단을 더 내려가면 라인 강으로 합류된다. 라인 강에서부터 마인 강 상류까지는 41개의 보가 있고, 그 보에 있는 수문들을 통해 큰 배들이 오르내린다. 적은 강물을 이용해 큰 배들이 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쌓아놓은 보들이다.
 
뷔어츠부르크를 지나면 마인 강과 도나우강 사이에 운하가 만들어져 있고, 운하를 통해 유람선은 러시아의 흑해까지 갈수 있다. 또 프랑크푸르트에는 거개의 독일은행들의 본점이 자리잡고 있는 금융에 중심지다. 몇 년 전부터는 유럽은행 본부가 프랑크푸르트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렇지 않아도 돈이 많은 도시에 더 많은 돈이 몰려들어온다. 비록 내 돈은 아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돈이 많아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거기에다 또 영국이 유럽탈퇴(브렉시트, Brexit) 문제로 런던이 흔들리자, 그 여파로 프랑크푸르트가 꽃 봉우리처럼 피어나면서 집값이 뛰고 있다.
 
마인 강에서 시작한 공원이 널따랗게 시립오페라, 알트오페라, 에세스하임머토어(성문)를 지나면서 반원형을 만들며 다시 마인 강으로 이어진다. 이 반원형의 공원은 옛날에 성벽이 있던 자리다. 성벽이 너무 심하게 손상되어 복원이 어려워지자, 이들은 그 자리에 공원을 만들었다. 나보다 10여 년 먼저 프랑크푸르트에 안착해 시내복판에서 한국식당을 운영하던 친구에게 이 공원자리의 모습대로 옛날엔 성벽이 있었던 자리었다는 설명을 하자, 그가 놀랐다. 자기는 처음 듣는 말이란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격이다. 그럴 때에 생각나는 말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본 것은 그전에 본 것하고 다르다고 했던 조선시대의 한 문인의 말이다.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사람들은 마인 강과 타우누스(881m) 산을 자랑하길 좋아한다. 좋은 공기가 타우누스 산에서 내려와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한 바퀴 돌면서 빠져나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타우누스 산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바드 소덴, 쾨닉슈타인, 코론베르크, 오버우어젤, 바드 홈부르크 등 산속의 작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사는 곳이 공기가 좋아,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사람들보다 10년 이상을 더 살게 될 거라는 자랑을 늘어놓는다.
 
프랑크푸르트 사람들도 질세라 공격을 취한다. “프랑크푸르트는 사람이 많이 사는 활기가 넘치는 도시로 생동감이 넘쳐, 우울증이나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전혀 없어, 한적한 곳에서 쓸쓸하게 사는 사람들보다 10년 이상은 확실하게 더 살게 될 거라고 반격한다. 이 논쟁(우스갯소리)은 오늘도 계속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은 5일 동안(44318~22)6만개의 폭탄을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퍼부었다. 프랑크푸르트는 교통의 중심지, 금융의 중심지이다 보니, 당시 연합군이 제1공격목표로 삼았던 것이다. 그때 떨어진 폭탄이 지금도 공사 중에 심심찮게 발견되어 사람들을 소개시키느라 야단법석일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사람들은 늘 불안하다.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행복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프랑크푸르트시민들이 불안한 것은 언제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의 랜드마크인 연필처럼 생긴 빌딩은 이름이 메쎄투엄(Messeturm, 전시회빌딩 혹은 연필빌딩이라고 부른다)으로 1987년 헬무트 얀(시카고 거주 독일출신)이란 사람의 설계로 지어졌다. 전시회장 정문이 있는 곳에 빌딩을 지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실제로는 전시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연필부분까지 67층의 높이로, 모양이 특이해서 어디서나 눈에 띄어 그걸 기준 삼아 방향감각을 잡는다. 만약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에 연필빌딩이 없어져 보이지 않는다면, 자기집을 못 찾아 갈 사람이 많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연필빌딩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친근한 건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마인강가에서는 매년 마인 강 축제가 열리고 해가 갈수록 그 인기가 높아만 간다. 도서전시회와 자동차전시회 때에는 도시전체가 마비상태의 지경에까지 이른다. 거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그때의 호텔 비는 부르는 것이 값이다. 전시회의 규모는 세계가 놀랄 만하다.
 
74만 명이 사는 도시에, 오페라, 뮤지컬, 코미디, 연극 등을 하는 극장이 23개나 되고, 영화관은 별도로 또 그 숫자가 상당하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호 괴테가 태어난 곳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무차별 폭격이 시작되자, 괴테하우스가 입을지도 모를 피해가 걱정되어, 가구를 타우누스 산 쪽으로 소개시킨 다음, 마루바닥과 창문 틀까지 자로 재고 사진으로 찍어, 전쟁의 피해에 대비했고, 실제로 70% 이상이 파괴되자, 준비해 두었던 자료를 토대로 다시 복원했다.
 
새로 복원한 괴테하우스의 마루바닥은 250여 년 이 된 판자처럼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데, 물에 적셔 망치로 두들겨 250년이 된 것처럼 낡은 판자조각을 만들었다. 괴테하우스가 복원된 뒤에야 비로소 타우누스 산속으로 소개시켰던 가구들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늘은 아직 2월 중순인데도 화창한 봄 날씨처럼 따뜻하다. 한동안 계속되던 쌀쌀한 겨울 날씨가 오늘은 갑자기 봄 날씨로 바뀌면서 따뜻한 햇살이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뒤덮었다. 나는 생전처음으로 니다 강가산책을 나섰다.
 
강변의 산책길은 산책하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오가고 있었다. 차를 운전하면서 보았던 강과, 전차나 시내 버스를 타고 지나칠 때에 보았던 강은 오염된 것처럼 보였고, 물도 고여있는 작은 강처럼 보였었는데, 오늘 가까이 강가를 걸어보니 평소에 느꼈던 강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강은 비교적 깨끗하고 건강했으며, 풍경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다. 물도 제법 도도하게 흐르는 살아 있는 강이었고, 가끔씩 낚시꾼들도 눈에 띠였다.
 
일상이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나, 어디론가 거닐 수 있는 적당한 새로운 산책길을 찾고 있었다면, 니다 강가의 산책길을 추천한다. 해던하임에서 내려 니다 강변을 따라 올라가는 칼바흐에 있는 옛 경비행장까지의 코스다. 경비행장형태는 옛날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부모들과 산책 나온 몇몇 어린이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노는 공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짧은 활주로 앞마당에 있는 커다란 건물은 서민식당으로 사람들이 붐비는 걸로 봐서 인기가 꾀 높은 것 같았다.
 
프랑크푸르트 남부 역에서 출발해 해던하임 역까지는 지하철 U1, U2, U3, U8호 등 다양한 노선의 전차가 14개 역을 똑같이 거치면서 오다가 해덴하임에서부터 하나씩 갈라지기 시작하여, 바로 그 다음 역에서부터는 긴하임, 오버우어젤, 바드홈부르크, 리드베르크 등의 목적지로 갈라지는 비교적 교통이 편리한 곳이다.
 
니다 강가의 산책길은 프랑크푸르트 시내이면서도 시골의 농촌풍경이 펼쳐지는 특이한 곳으로 대도시 속에 살면서 시골길을 걷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강 길을 계속해서 따라 올라가면 이웃도시 바드 빌벨이 나온다. 오늘도 해덴하임 역에서 내려 '니다 강'을 따라 올라가는 지난번에 걸었던 코스를 택했다. 돌아올 때에는 반대편 흙 길을 따라 내려와, 헤덴하임에서 산책을 끝내고 집에 되돌아갈 생각으로 다음 산책 때는 해덴하임에서부터 아래쪽으로 뢰델하임까지 니다 강가를 따라 걸어 보겠다고 말하자, 아내는 아예 오늘 뢰델하임까지 계속해서 걷자고 제안했다.
 
223, 날씨는 쌀쌀하면서도 걷기 좋은 날씨다. 잘 정비된 강과, 강변 길은 걷는 사람들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나가는 자전거들을 일일이 비켜주기가 조금은 신경 쓰이는 일이기는 했다. 강변에는 드문드문 무리 지어 자란 나무들이 풍경을 살려주고 있었고, 군데군데 자리잡은 주말 농장들이 아기자기했다. 야외운동 경기장과 넓디넓은 니다 공원 등이 차례로 우릴 반긴다.
 
쥐보다 10배 정도가 더 큰 쥐처럼 생긴 비잠 쥐몇 마리가 강가로 떼지어 나와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먹이를 구걸하고 있는 풍경이 귀엽고도 흥미롭다.
 
평소에 프랑크푸르트 어느 특정지역에 가기 위해서는 항상 전차를 타고 하우프트 바헤가 있는 중심지로 나가서, 거기서 다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고 원하는 목적지를 찾아 갔기 때문에 멀게만 느꼈는데, 오늘 니다 강을 따라 걸어보니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이웃지역임을 알 수 있었다.
 
세상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했다고 떠들어대고, 나는 니다 강가의 산책길을 발견(?)했다고 시끄럽다. 강가의 산책길은 해덴하임에서 강 위쪽으로는 시골 풍경과 조용한 들길로 이어지고, 해덴하임 아래쪽으로는 주말농장과 공원 그리고 숲, 잔디밭 등을 사이에 두고 상당히 떨어져 있는 거리를 두고 주택들이 보이는 풍경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산책길이다.
 
만약 많은 인파와 즐기기 위한 산책을 원한다면 잘 정돈된 길과 크고 다양한 잔디밭들로 꾸며진 마인강가로 가면 될 것이고, 조용하고 시골 같은 자연 길을 산책하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오래 살고 싶다면 물어볼 것도 없이 니다 강가의 산책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 가족하고의 산책길로도 좋지만, 가끔씩은 친구 몇 사람과 담소를 나누기도 적당하다. 더욱이 다섯 명까지는 지하철 단체가격이 적용 되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1일 단체티켓을 끊을 수가 있으니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프랑크푸르트를 쓸 때에는 꼭 암 마인(am Main)이라고 써준다. 즉 마인강가에 있는 프랑크푸르트라는 뜻이다. 독일에는 프랑크푸르트라는 지명이 두 곳이 더 있다. 물론 우편번호가 서로 달라 우편배달을 할 때에는 헷갈릴 염려는 없겠지만, 말로 할 때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혼동을 막기 위해선 마인 강을 써주어야 한다.
 
평소에 우편번호를 외우면서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과 폴란드 국경에 흐르는 오다 강가에는 프랑크푸르트라는 큰 도시가 또 있다.
 
독일에는 지명이 같은 곳이 셀 수 없이 많다. 참고로 오버도르프(Oberdorf)라는 동네는 독일에 38개나 된다. 같은 동네 이름이 이렇게 많은 데도 우편번호를 사용해 아무런 불편 없이 서로를 구분하면서 살아간다.
 
들판과 언덕, 얕은 둔덕과 산 그리고 골짜기에서 작은 물들이 모아져 만들어진 니다 강은 프랑크푸르트 시내까지 흐르다가 더 큰 마인 강으로 합쳐지고, 마인 강은 프랑크르트시내 중심을 지나면서 니다 강을 흡수하더니, 더 아래쪽으로 조금 흘러내려가다가, 마인츠- 비스바덴 근처에서 더 큰 라인 강이 나오자, 이내 라인 강 품속으로 흘러 들어 스스로의 이름을 소멸시킨다.
 
남쪽 스위스에서 시작한 라인 강은 북쪽에 있는 네덜란드까지 1320킬로미터의 긴 강을 이루더니, 북해가 나오자 주저 없이 북해로 흘러 들어가 스스로 자기의 이름을 지운다. 물은 비록 눈이 없지만, 스스로 자기의 길을 만들어가면서 흘러 내려간다. 거기에는 단 한 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그냥 높은 곳에서 얕은 곳으로 흘러가는 원칙이다. 그 원칙을 지키면서, 강물은 오늘도 낮은 곳으로 아래쪽으로 흘러가면서 대지를 적셔주고 있다.
참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사전, 나무위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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