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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05월06일 00시00분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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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furt에 살면서 (중)
황만섭

프랑크푸르트에는 역사적인 바울 교회가 있다. 바울 교회에서는 비스마르크를 포함하여 독일 여러 나라 대표들이 1848518일 국민회의를 열었던 곳이다. 이 교회 건물 옆에는 히틀러에게 학살당했던 유대인의 모습이 포승줄에 묶인 석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 아래 좌대에는 유대인수용소였던 지명들이 새겨져 있고, 한 달에 한 번씩 화환을 걸어주고 촛불을 켜놓고, 지난날에 자기들이 저질렀던 잘못을 비는 곳이다.
 
일본인들은 우연이라도 지나치는 사람이 없다. 거기쯤 가면 유대인석상이 있으니 그쪽으로는 절대 가지 말라고 경고를 해서 고의적으로 피하는 건지 한 사람도 얼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그 석상 앞에서 독일인들이 이렇게 사죄한다는 설명을 듣고 있는 일본관광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심보가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들이 참으로 궁금하다.
 
바울 교회 다른 쪽 교회 벽에는 존 F 케네디가 이 집을 방문했었다는 석판이 붙어 있다. 그 건너편이 시청이다. 시청 홀에는 52명의 신성로마제국 황제들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시청 발코니는 독일과 프랑크푸르트에 영광을 돌린 사람들만 올라가는 영광의 발코니이고, 아래 광장에 운집한 시민들로부터 환영을 받는 곳이다. 한국사람으로서는 차범근 부자가 올라갔던 곳이기도 하다.
 
독일의 도시들은 인구가 불어나고 업무가 늘어나도 옛 건물을 헐어버리고 그 주위 땅을 사들여 새로 크게 지어 서양최대, 유럽최대의 건물이라고 자랑하지 않는다. 그냥 시청업무를 분산시켜서 같은 시내 안에서도 균형발전을 꾀한다. 대학도 그래서 네 군데로 분산시켰고, 대형쇼핑세터도 4~5곳으로 분산시켰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에는 자그마치 박물관, 미술관이 45개나 되지만, 그걸 다 찾아 구경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한 사람도 없다.
프랑크푸르트시내에는 33개의 공원묘지가 도시 곳곳에 분산되어 있다. 아마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 중 누군가는 그렇다면 도시전체가 묘지로 덮여 있단 말인가?” 라고 상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도 찾기가 힘들 정도다. 눈을 크게 뜨고 마음 단단히 먹고 시간을 내 찾아가야만 어렵사리 묘지를 찾아 갈 수 있다.
 
난 그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중앙묘지의 산책을 좋아한다. 가끔 쇼펜하우어의 묘가 있는 곳을 지날 때면, 책에서만 접했던 그(철학자)를 세월이 흐른 먼 훗날, 아시아에서 온 한 남자가 그의 묘비 앞에서 그를 생각한다는 것이 조금은 쓸쓸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독일묘지에는 역사적인 인물들의 묘는 영원히 남겨, 그들이 사는 동안에 남겼던 그들의 업적에 감사해한다. 일반인들의 묘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없애지만, 사용료를 내면 한번에 한해서 연장이 가능하다.
 
묘지는 나무로 우거진 숲과 여러 가지 꽃들로 잘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며, 개인 묘, 가족 묘 또는 가끔씩 군데군데 전쟁희생자들의 묘로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또 중앙묘지 옆에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유대인들의 묘지가 별도로 크고 장엄하게 자리잡고 있다. 묘지는 시민들이 평소에 산책을 즐기는 아름다운 공원 그 자체다. “자기도 살다가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명상의 공원이기도 하다. 이들은 죽음을 무섭게 생각하지 않고 삶의 일부분으로 여긴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묘비에 새겨놓고, 떠난 버나드 쇼처럼 누구나 떠날 때는 아쉽고 미련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살다가, 떠난다는 것은 정해진 일이고 가야 할 길이다. 무한한 인생인줄 알고 살았던 삶이, 죽을 때가 되어서야 유한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세상을 살다 보니, 즐거운 일, 슬픈 일, 괴로운 일, 힘든 일들도 많았었지만, 그래도 죽기는 죽어도 싫다며, 자기고집으로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을 난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공원묘지를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마 독일묘지에서는 귀신이 나오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묘지에서는 귀신이 나올 것만 같아 왠지 무섭다. 아마 어렸을 적부터 귀신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고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중앙묘지의 산책은 사계절이 다 좋지만, 특히 봄, 여름, 가을에 걷기에 아주 좋은 길들이 많다.
오늘(2018. 11, 17)은 아내 와 함께 1번 전차를 타고 니다(Nieda)’ 공원에서 내려 난생처음으로 니다 공원을 걸었다. 공원 사이에 니다 강이 흐른다. 그래서 이름이 니다공원이다. 평소 66번 고속도로를 지나치면서 저 아래쪽에 있는 공원은 무슨 공원이고 어떻게 갈 수가 있을까? 또 그 옆에 있는 주말농장은 어떻게 가는 걸까? 항상 궁금했던 것들이 오늘 한번 걸어봄으로써 한꺼번에 풀렸다. 평소에 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었을 건데도 건성으로 보면서 지나치며 그걸 몰랐다니, 생각해보면 나도 참 어지간히 답답한 사람이다. “百聞不如一見이라더니, “一見()不如百聽이다.
 
오늘 걸었던 산책길은 대략 5km 이상일거라는 짐작이다. 오늘 산책은 만점이다. “강응구 오늘청소는 만점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좋소.” 초등학교 때 읽었던 글귀가 생각난다. 샛길을 걸어 독일연방은행 앞에서 34번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이렇게 한번 걸어 보니 어두웠던 시내의 일부분이 훤히 그 윤곽이 드러났다.
 
일요일에 시내버스를 타는 것 또한 즐거운 작은 여행이다. 생전 가본적이 없는 골목길을 지나기도 하고, 뭔가 열심히 살아가는 여러 형태의 사람들을 보면서 인생공부를 즐긴다. 분주히 오고 가는 사람들 틈에 끼여 같이 걸어보기도 한다. 집집마다 만들어진 정원들이 참 아기자기하다. 그렇게 아름다운 정원들을 다 연결시켜 상상해보면, 자연스레 시 전체가 커다란 공원이 되고 숲이 된다.
 
1번 전차를 타고 노르드-베스트 첸트룸에서 내려 79번 시내버스를 탔다. 일요일이라서 인두스트리(Indurstrie)역인 7번 전차 종점까지만 운행한다고 했다. 시내버스(79)가 지나치는 동네 길은 평소에 지나칠 일이 없는 골목길들이다. 시내버스, 전차, 지하철 중 어느 것이 되었던 가장 앞자리에 좌석을 잡으면 앞과 양 옆을 샅샅이 구경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세세한 것들까지 볼 수 있는 이런 시간여행은 또 다른 재미를 더해준다. 79번 버스기사는 동양사람이었다. 반가워서 혹 중국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미얀마(라오스)사람이라고 했다. 다시 전차 1번으로 남부역 종점까지 가서 전차 15번을 타고 니더라트 종점까지 갔다가 주택가를 걸어서 멜리보쿠(Melibocusstr.)역에서 전차 12번을 타고 본하임머 미테(Bohnheimer Mitte)역에서 내려 34번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값진 여행을 한 보람 있는 하루였다는 생각이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에는 황제의 성당이라고도 불리는 바들레오메 성당은 신성 로마제국황제들의 대관식을 가졌던 곳으로 유명하다. 성당과 시청 사이에 있는 구시가지는 빼놓아서는 안될 관광명소다. 전후 폐허 위에 아무렇게나 지었던 흉측한 건물들을 헐어내고, 이번에 다시 파괴전의 옛모습으로 복원시켜 놓았다. 참 아름답다. 역시 독일의 복원기술은 세계최고다.
 
참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사전, 나무위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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