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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04월22일 00시00분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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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하는 남자들
류 현옥
B는 나보다 15살 연하의 직장 동료, 내가 정년으로 은퇴하기 전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겨갔지만 꾸준하게 연락을 해와 친구가 되었다. 같이 근무하는 동안에는 서로 존경했던 동료로 생일날이면 집으로 서로 초대를 하고 배우자들까지 친하게 되었다.
 
그의 부인은 수학박사인데 독일계 아버지와 스위스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책을 들고 자리에 앉으면 세상을 다 잊는 여자로 살림살이는 B의 몫이었다. 부인은 유명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불어를 가르치는 교사로 일하는 엘리트인데 독서가 취미로 나와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계획 없이 아들을 낳는 바람에 결혼을 했다고 말한다. 그 이후 B의 예술적인 면이 마음에 들어 서로 부적한 점을 보충하며 아들을 위해 같이 산다는 최신식의 개방 부부다.
 
B는 어려서부터 노래를 부르며 자랐고 성인이 되면서 개인교수를 찾아다니며 성악공부를 했다. 그가 테너로 실력을 쌓는 동안 체중이 늘어갔다. 우렁찬 성량과 체구와의 관계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테너 가수들이 육중한 체구를 소유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본다.
 
B는 다이어트를 했지만 30여 년 동안 체중은 계속 늘어났다. 중년남의 체구라고 생각하고 모두 괜찮다고 했지만 그의 고민은 심각했다. 뿐인가, 온 얼굴에 사춘기 소년같이 여드름이 뒤덮어서 피부과를 찾아다녔다. 체중과 관계가 있어 필요 없는 지방층이 없어지면 피부도 깨끗해질 것이라는 정보를 들었다며 단식을 시작했다.
 
한번 시작하면 3주 동안 물만 마신다. 단식이 끝낼 단계가 되면 다시 시작하기가 어려운 일이라며 일주일을 더 연장시키고 병가를 내고 드러누웠다. 그럼에도 B는 몇 달 후면 다시 되 돌아와 올라붙은 지방 때문에 고민에 쌓였고 피부는 여전히 지저분하게 여드름으로 덮였다. 그는 요요라는 것을 알지만 다시 단식 준비를 한다.
 
P120kg가 넘는 체구로 하루에 11시간씩 일을 하는 컴퓨터 회사의 중역이다. 언제부터인가 시골에 있는 부모가 남긴 재산을 정리하고 그동안 모아둔 돈까지 싸서 들고 지중해의 섬으로 살러가겠다는 말을 하며 같이 갈 파트너를 찾는다는 소문을 내고 다녔다. 그는 하루 종일 힘들게 일했지만 잠자리에 들어가기 전에는 맥주를 마셔야 노곤해져 자리에 들 수 있고, 아침에 일어나는 데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했다. 집을 나서기까지 커피 한 캔을 마셔야 정신이 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다.
 
사십 중반에 들어서자 자주 병가를 내고는 직장을 떠나 하루 종일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변에 누워 하늘을 보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삶의 의미를 잃었다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120kg을 이끄는 중노동을 계속했다. 그를 고용하고 있는 컴퓨터 회사의 사장은 그를 대치할 젊은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등 교육과정을 거쳐 여러 나라에서 연수하고 돌아온 젊은이들을 후예로 만들고자 시도한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젊은 수재들은 어느 수준에 올라 회사에 중책을 맡게 되면 다른 회사로 떠났다.
 
당신의 초과중량의 몸통은 우리 회사의 무게를 상징하며 튼튼하게 보이거든. 우리 회사의 기둥으로 믿음직하게 보이고 지금까지 우리 회사의 중요성을 과시하거든. 성장단계의 지난 날 프로그램 설치와 정비단계 단계에서도 한 번의 실 수 없이 잘해냈잖아. 요즘 젊은 애들이 아는 건 많은데 직업적 도덕성의 부족해서 지속적으로 회사에 기여하지 않아. 이해할 수가 없어. 독불 장군들인 거야. 팀 정신도 없단 말이야. 게다가 책임을 지고 기여해야 할 회사의 중역은 사절하지... ”
 
P는 체중을 줄이기 위한 휴양을 허락받고 떠났다가 7주 후에 돌아왔다. 20kg을 줄였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는 쌓인 피로를 벗고 깨끗해진 피부로 젊음을 되찾았다고 했다. 그는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체중을 유지하고 조금씩 줄여가는 방법으로 두 달에 한 번 일주일씩 단식을 시작하여 재미를 붙이고 조금씩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단식자 C는 고행을 인생의 최고 숙제로 여긴다. 금욕생활을 하고 가톨릭에서 이슬람으로 전교한 의사다. 고교 졸업 후 배낭여행자로 인도로 가서 2년을 방랑하다 돌아와 의과대학 과정을 끝냈다. 그는 단식이 건강유지에 중요한다는 논문을 여러 번 발표했다. 유럽인들의 식생활 에 적합한 단식 프로그램으로 티베트 승려들의 단식방법을 적용한 전문 서적을 발간했다. 정규적으로 단식을 하면서 통달한 인도요가를 배합한다. 그의 단련된 요기의 체구에 염세적 고뇌를 담은 얼굴은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지인 세 사람의 공통적인 의견은 단식을 통해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며 삶의 의미를 되찾는 다는 것이란다. 얼마 동안은 바깥세상을 외면하고 사색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물만 마시며 등한시했던 자기의 심신에 집중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단식을 통해 몸속에 쌓인 부패물을 청소하여 정결해지면 나를 것 같이 가벼워지는 쾌감을 즐긴다고 한다.
 
단식의 단점인 극대극의 요요현상, 냉온욕의 스윙에 오히려 적응하여, 신체단련을 하며 생을 즐김으로서 새로운 생활의 리듬으로 인정한단다. 나름대로 이색적인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다.
 
내 몸 또한 결코 가볍지 않기에 단식을 해보고픈 유혹을 느껴 그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 B의 부인이 남편이 또 금식에 들어갔기에 약속한 날 브런치에 올 수 없다는 문자를 보내오면, 나는 으레 물만 마시는 남편을 데리고 오라고 설득시키고 물병을 상위에 올린다. B의 부인은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피로 하면 잠을 자야하는 것과 같이 배가 고프면 음식을 섭취해야하는데 신체에서 요구해오는 것을 강제로 거절하는 것은 자학이므로 언젠가는 몸이 복수를 할 것이라고 독설을 한다.
 
얼마 전 TV 에서 금식의 효과를 연구 발표한 것에 의하면 금식이 항암치료의 효과를 높여준다고 했는데 그 원인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인류 역사를 통해 종교의식에 의한 금식은 고사하고라도 자연 환경에 맞추어 식량 부족으로 금식을 해가며 살아온 예가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60년대까지 보리고개라는 말로 식량부족을 표현했다. 나는 언제부턴가 금식보다 소식을 생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포식과 금식의 극과 극을 스윙하는 큰 리듬보다 소식하는 소시민으로 작은 리듬을 향유하는 것이 나에게 어울릴 것 같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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