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Wetzlar), 그림형제(Hanau) –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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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03월18일 00시00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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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Wetzlar), 그림형제(Hanau) – (하)
황만섭
20181124(토요일)
서둘러 베츨라 구경을 마치고 하나우를 향해 떠났다. 오늘숙제는 하나우까지 구경을 다 마치는 일이었다. 아침에 집을 떠나면서 계획을 그렇게 세웠고 거기에 맞추어 지금 부지런하게 잘 진행시키고 있는 중이다.
 
젊어서는 일하느라 바빠서 시간내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딱히 하는 일도 없고, 갈 곳도 마땅치 않았고, 그나마 방문할 곳들을 생략에 생략을 거듭하다 보니, 이제 정말 시간이 남아돌아서 좋다. 바쁜 일도 , 복잡한 일들도 생기지 않아 매일매일이 평화롭다. 복잡한 일이 생긴다 해도 해결하는 방법이나 속도가 예전 같지가 않다. 그래서 그냥 한가하게 노는 쪽으로만 신경을 쓰고 있다.
 
하나우는 오펜바흐 바로 옆에 있는 동네이고, 오펜바흐는 프랑크푸르트와 전화번호를 같이 쓰고 있는 동네다. 그렇게 따져 들어가다 보면, 하나우는 프랑크푸르트의 바로 옆 동네가 되는 셈이다. 또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나우까지는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아침에도 갈 수 있고, 저녁에도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명색이 프랑크푸르트에서 25년 가까이 살고 있고, 거기에다가 직접 여행사를 경영했다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하나우에 있는 그림형제 동상을 제대로 찾아보지 않았다고 한다면, 아마 지나가는 소가 웃을 것이다.
 
조금은 계면쩍고 쑥스럽기도 하지만, 갈 곳은 많고, 할 일 또한 많았던 젊은 시절에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었던 일이었다. 여행을 원하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로렐라이나 하이델베르크 방향으로만 가자는 예약이 들어왔고, 그런 상황에서 나 자신만을 위해서 한가하게 하나우를 가기 위한 별도의 시간을 낸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나우 시내에 들어서니 그림형제학교(Breuder Grimm Schule)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중요한 업적을 남긴 그림형제들을 하나우시에서는 그렇게 기리고 있었다. 마르크트 광장(Am Markt)에 있는 동상은 야곱과 빌헬름이고, 두 사람은 한 살 터울의 형제로 그들이 태어난 지 100년 지난 1896년에 모금운동을 통해 세워진 동상이다.
 
서 있는 형은 1785년에 태어났고, 앉아 있는 동생은 1년 후인 1786년 태어난 연년생이다. 동상아래에는 여기서부터 메르헨가도(동화의 가도)의 출발점이라고 쓰여 있었고, 동상이 있는 곳에서 3분 거리에 있었던 그들의 생가는 제2차 세계대전에 불타버리고 없다. 현재는 시청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생가를 보려면, 시청을 돌아 뒤쪽으로 가야 그들의 생가 터에 갈 수 있다. 시청 벽에 붙어 있는 기념동판에는 옛집의 사진과 함께 그림가문의 가족사가 새겨져 있다.
 
그림가족들은 1791년까지 하나우에서 살다가 슈타인나우로 이사를 갔고, 다시 1798년에는 두 형제만 고등학교(김나지움) 진학을 위해 카셀로 이사를 갔다. 그 뒤 그림형제는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게 된다. 그림형제가 괴테를 처음 만나 것은 1809년의 일이었고, 그보다 3년 전, 1806년에는 나폴레옹이 독일을 점령했던 시기다. 그림형제는 1812년에 처음으로 어린이와 가족 동화라는 책을 내면서 자신들의 인생에 빛나는 업적들을 하나씩 이 세상에 내놓는 작업을 시작했다.
 
책을 출판하고 난 3년 뒤인 1815년부터 유명한 동화아주머니(도로테 피만)가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고, 그 소문을 따라 그림형제는 열심히 그녀의 집을 드나들기 시작했으며, 거기서 들었던 이야기(동화)들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한 것이 그림형제의 동화다. 동화아주머니는 이야기의 귀재였다. 짧은 이야기에도 살을 붙여 재미있는 이야기로 길게 만들어 내는 재주가 뛰어났다. 그녀의 집에는 이야기를 들으려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들려주러 온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그림 형제는 밤늦게까지 들은 이야기들을 집에 돌아와 날이 새도록 기록으로 옮겼다.
 
흔히 역사는 기록이고 역사는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그 때 그들이 수많은 동화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얼마 가지 않아 기억에서 다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게 바로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피리 부는 사나이, 브레멘 음악대 등 200여 개가 넘는 세계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동화다. 소크라테스는 강연하기를 좋아했고, 책을 쓰는 데에는 소홀이 했다. 훗날 그의 제자 플라톤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세계 4대성인 중에 하나인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얼마 가지 않아 사람들의 기억에서 다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림형제는 1830년 괴팅겐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1854년 독일어 사전A~ ‘F까지 완성했다. 나머지 G~Z까지는 100년이 지난 후에야 괴팅겐 대학의 문화아카데미에서 완성했다. 어린이동화와 독일어사전 이 두 가지의 업적을 남긴 그림형제는 185973세로 동생 빌헬름이 사망했고, 형인 야곱은 1863년에 죽었다. 두 형제는 나란히 베를린의 공원묘지에 묻혀있다.
 
지금은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볼 수가 없지만, 마르크화를 쓸 때에는 그림형제의 모습을 1,000마르크 지페에서 항상 볼 수 있었다. 하나우에서 또 볼만한 걸로는 금은 세공의 박물관 골드슈미데 하우스(Gold-schmedehaus)가 있고, 시내에 있는 필리푸스루에 성(Schloss Philippsruhe) 또한 하나우의 자랑거리다.
나는 해방둥이로 금년에 74세가 된다. 옛날 같으면 늙은이이지만, 한국에서 있는 친구들은 노인당에 가보았자 심부름하기 바쁘다고 노인당에 가기를 꺼린다고 했다. 늙은이는 좋은 말이지만, 왠지 듣기가 거북하다. 우리 말이 발달하면서 어린이, 젊은이, 늙은이로 나누어지면서 생긴 말로, 그 말 속에는 그분, 그이의 뜻이 포함되어 있는 좋은 언어다. 즉 어린 분, 젊은 분, 늙은 분의 뜻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나이 먹은 늙은이들은 나이에 맞는 나이 값을 해야 한다. 7-80이 된 나이에도 눈치 없이 씨름판이나 돌아다니면서 황소나 따오는 힘 자랑을 해서는 안 된다. 늙으면 시력도, 청력도, 기력도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어간다는 것 자체를 즐겁게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평소에 미리 해두어야 한다.
 
늙어 간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안 늙고, 젊음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그것 또한 답답하고 지루할 것이다. 인생말년은 전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황금기에 속한다. 인생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이 세상에서의 긴 여행을 끝내고 떠나야 할 시간이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독일 말에도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말이 있다. 이제 늙었으니 만사를 적당히 느리게 진행하면서, 놀면서,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한가한 여유를 즐기다가 떠나야 한다.
 
흔히들 지금은 백세시대라는 말들을 하고 있다. 혹자는 재수없으면 200세까지 사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겁을 준다. 겁이 많은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덜컥 겁이 났다. 그러다가 혹 내가 재수없이 그 케이스에 걸리게 될까 걱정이 되어서다. 아직 건강해서 괴테와 그림형제의 유적지를 돌아본다고 세웠던 계획들을 아무 사고 없이 잘 마치고 집에 도착했다. 오늘도 즐겁고 알뜰한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넘친다.
참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사전,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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