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컴퓨터 교실 노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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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03월18일 00시00분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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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교실 노인정
류현옥
매주 화요일 정오쯤이면 노트북을 든 노인들이 교회의 휴게실에 모여든다. 어떤 할머니는 휴대용 컴퓨터를 노모차에 실어서 끌고 온다. 컴퓨터 학습을 위해서 모여드는 노인 학생들은 물론 컴퓨터 선생님 역시 모두가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연금수혜자들이다. 나는 같은 날마다 컴교실 옆방에서 요가를 끝내고 그 시간에 건물 밖으로 나와 이들과 마주친다.
 
벌써 오년이 되었다. 아는 얼굴도 생겨 눈인사를 하거나 큰소리로, “컴퓨터 시간 즐기세요!”해주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한결같이 감사, 감사! 같이 갑시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호기심으로 그들을 한번 뒤따라 가볼까 생각을 하다가도 노인 컴퓨터 코스에서 뭘 배우겠나, 내가 저 노인들 틈에 끼어 저들 수준에 맞추어 컴퓨터를 배운다는 것은 좀 부끄럽지 않은가? 곧 일흔 고갯길에 오를 나지만 내가 벌써 저런 노인이란 말인가? 글을 쓰고 메일을 주고받기는 누워서 떡먹기로 하는 내가 오줌냄새 풍기는 노인들과 같이 컴퓨터를 배운다고? 글쎄, 더 배워야 할 게 뭐 있나?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며 돌아서곤 했다. 어느 날 컴퓨터 교실에 다니는 요가 친구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뭐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다니는 건 아니고...소일하는 거지 뭐, 남자가 항상 더 많아. 여자뿐인 요가 팀과는 분위기가 다르고 대화가 재미있어!”
 
한번 와서 보라는 브리기트의 설득에 못이기는 척,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나도 컴퓨터 학생이 되었다. 그녀가 복도에서 만난 젊은 여자 목사님에게 나를 컴퓨터 교실 새로운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목사님은 지난 일요일 목회에 온 사람들 숫자가 겨우 8명인데, 컴퓨터 교실에는 20여명이 온다며 울적한 표정을 지었다. 노인들이 일요일 예배시간에 오면 노인생활에 도움이 될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을 텐데, 영혼 없는 기계의 세계를 배회하는 노인들의 영적 세계를 위해 기도해야 할 일이라고 중얼거렸다.
독신인 목사님은 같은 건물의 2층에 있는 목사관저에서 살기에 교회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다 안다. “하기야 지난 일요일은 모든 상점에서 세일을 하는 주일이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며칠 전 목사관저에 도둑이 들어와 돈이 될 만한 것은 다 들고 갔다며 침울해 하였다. 도둑은 목사님의 낡은 노트북도 가져갔다. 목사님은 그 컴퓨터의 가치는 노트북 속에 입력되어 있는 중요한 하느님의 말씀들로 돈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영적 무게로 측정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도 했다. 얼마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나무로 짠 작은 성금함까지 가져갔기에 일요일까지 성금함도 새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컴퓨터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니, 그것도 하느님의 뜻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브리기트가 한마디 거들었다.
노인들에게 왜 컴퓨터가 필요합니까?”
컴퓨터를 배우며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의식하려는 거 아닐까요?”
 
컴퓨터 교실에 들어서는데 거기서도 도둑이야기로 시끄러웠다. 기독교를 천시하는 도둑의 처사임에 틀림없다고 빌리가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는 동독출신으로 기독교 사회를 모르고 살았지만 세상은 기독교 정신으로만 구제 할 수 있다고 떠벌였다. 목사님의 노트북을 훔쳐간 도둑은 틀림없이 이슬람교 난민의 짓이라고 주장했다. 벌써 지난 몇년을 이곳에 나온다는 레나트 는 빌리,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마라. 도둑은 어디에고 있는 거야!” 하며 반기를 들어 곧 언쟁이 벌어졌다. 컴퓨터 선생님 노버트의 제지로 언쟁은 갈아 앉았지만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은 여전했다.
 
반년쯤 지나면서 내게도 마음에 맞는 친구도 생겼다. 사람을 만나는 재미로 온다는 니키는 더 배울 것도 없고 더 배워봐야 써먹을 데도 없다고 속삭였다. 컴퓨터 선생님보다 더 많이 아는 척 끊임없이 떠들어 대는 에곤은 전력회사에서 40년을 일하며 컴퓨터에 대해서는 휑하게 안다고 하면서도 하루도 안 빠지고 수업시간에 나타난다. 신문에 발표된 헥카 이야기로 관심을 모으는데 전력을 다한다. “에곤, 그 이야기, 신문을 통해 다 알고 있어!” 누군가 참지 못하고 말하자, “그 배경을 너희들은 몰라! 그리고 그 두 고등학생이 어떻게 그 차단된 벽을 뚫고 들어갔는지 모르잖아!” 그러면서 설명에 들어가려면 사람들은 손을 흔들고 제발 입 좀 다물라고 말한다. 새로 들어온 엠마가 가져온 쿠키를 상위에 놓자 에곤은 슬쩍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커피까지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시작한다.
 
컴퓨터의 역사에 대해서는 에곤을 당할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에곤이 입을 열면 모두가 컴퓨터 선생님께서 설명할 테니 너는 입 좀 다물라고 말한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듣는 사람이 알아듣게 설명을 해야지, 그는 자화자찬으로 혼자 떠들어 대니 골치가 아프다. 일상생활에 필수품이 된 컴퓨터이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나는 컴퓨터 내장에 대한 설명을 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듣는다. 이것을 눈치 챈 에곤이, “옥이, 내가 개인수업을 한번 하지!”하고 악수를 청했는지 컴퓨터 선생님이, “옥이 에곤과 악수하면 안 돼!” 한다. 모두 박장대소를 하는 데 에곤은 내 뱃살 좀 뺄 거야!” 하며 웃긴다.
 
컴교실의 학생이 된지 2년이 되자 나 역시 컴퓨터를 배우기보다 습관성으로 가게 되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남편이 나에게 컴퓨터에 대한 질문을 한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들은 말들 속에 숨었던 정보가 중요한 지식이 되어 대답하는 실력에 도움이 된다. 사람 보는 재미로 일주일에 한 번씩 온다는 울라에게 내 이야기를 하자 혼자 사는 그녀에는 물어오는 사람이 없기에 슬프다고 했다. 그녀는 언제부턴가 내 짝지가 되었다. 어느 날은 컴퓨터가 늦게 끝나 오후 두시 경에 교실에서 나왔는데 울라가 길 건너에 있는 피자집에 가자며 끌었다. 나는 그 피자집 주인이 시리아인으로 오리지널 이태리 피자를 구워내지 않는다고 말하자, “피자가 국제음식인데 뭘, 나도 피자 정도는 잘 구워! 그까짓 걸 뭐 별스럽게 오리지널을 찾아? 큰 거 하나 주문해서 둘이 먹으면 양이 딱 맞아. 해물을 올려구운 피자가 뭐니 뭐니 해도 최고거든!”
 
나는 몇 년 전부터 피자를 바깥에서 사먹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남편이 구워낸 피자에 입맛이 들어서다. 아주 얇게 밑을 깔고 마늘을 많이 넣고 만든 토마토소스를 붓고 베이컨으로 덮은후 갈은 치즈를 흠뻑 뿌려서 구운 피자는 일미다. 울라의 마음이 상할까봐 시리아 피자집으로 따라 갔다. 주인은 울라를 끌어안고 양쪽 볼에 입을 맞춘 뒤, 나를 보더니 오호 오늘은 손님을 모시고 왔구먼!” 했다. “잘 모셔라 단골손님이 될지 모르니!”울라도 생색을 냈다.
 
나는 혼자 속으로 설마 우리집 피자만 하겠나 생각했다. 언젠가 이집에 와서 해물을 올려 오픈에서 익혀낸 쌀밥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 맛보라며 피자를 한 조각씩 내놓은 적이 있음에도 주인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울라는 열 살이나 어린 이 남자와 두 번 만나 잠을 잤다고 속삭였다.
 
아 정말이야 ! 그래 좋았어 ?”
 
그녀말에 장단을 맞추어 물었다. 울라는 우리가 앉은 레스토랑 을 둘러보며 쉿! 했다. 목소리를 낮추어 당분간 숨겨야 할일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는 시작이라고 했다. 그녀가 레스토랑 건물의 주인이라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다. 조개살을 넣은 죽이나오고 곧 해물피자가 따라나왔다 . 주문하지도 않은 음식으로 약속이나 한듯 써빙되어 내가 으아스럽게 울라를 쳐다보니 그녀는 옥타브를 높인 목소리로 내가 초대하는 거야 !먹어봐 !아주 맛있어 !했다 . 과연 잘구운 맛있는 피자 였다 .
 
자원 봉사자인 컴퓨터 선생님 역시 제자들 중의 한 사람이라도 그의 수업을 통해 컴퓨터 전문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기에 질문에 대답하는 재미로 온다. 때때로 누군가 물어오는 전문성이 높은 어려운 질문은 뒤로 미루어 수업이 끝난 후에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집에서 쓰는 컴퓨터에 이상이 있을 경우는 집에 가서 봐주기도 한다. 늦게 이들에 끼여 들어간 내가 최연소자라는 것을 알고부터 나는 이들의 수준을 맞추어야겠는 생각을 했다. 이것은 수준의 한 단계를 내려와서 나도 노인이 되어간다는 점을 조금씩 수용해가며 연습을 하는 적응의 과정이었다.
 
지난 20여 년간 컴퓨터를 이용하는 나의 실력을 기반으로 동영상을 만든다던지 체계적인 사진 정리를 하는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욕망을 버리기로 했다. 마음이 비워지니 더 편하다. 내 스스로에게 관대해졌고 세상을 너그럽게 대할 준비도 되었다. 노인 컴퓨터 교실을 통해 습득한 지혜다. 컴퓨터 지식보다 오히려 내 생활에 도움이 될 생활철학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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