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갑자기 떠난 여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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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01월21일 00시00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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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난 여행-----(2)
황만섭
<30.08 ~ 02.09. 2018 : 고성가도, 상트 베르낫트, 쾨닉스제, 킴제, 축스핏체, 린더호프, 백조성, 린다우-보덴제>
-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물결치면 물결치는 대로 흘러가는 여행 -
 
쾨닉스제(Koenigssee-여기서 See는 호수를 말함)와 킴제(Chiemsee)는 옛날에 구경한 적이 있었지만,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자세히 보기로 했고, 다른 곳들은 겉모양만 보면서 지나치기로 마음먹었다. 지나만 가도 다 알 수 있다는 것은 특별히 내 기억이나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세계여행사(blog.naver.com/segyede)를 할 때 손님들을 직접 안내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 이제 계속해서 여행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쾨닉스제가 있는 쇤나우(Schoenau)는 인구가 5300명 정도의 작은 촌락이다. 이곳은 잘츠부르크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알프스 산골에 있는 독일 땅이다. 첫 번째 명물은 호수의 입구에서 서 있는 몇 개의 돌들이다. 두부 모처럼 사각 진 커다란 자연석 바위들인데, 그 돌들 몇 개가 군데군데 서 있었고, 그 바위 위에 큰 나무들이 살고 있는 모습은 대단한 예술작품이라 할 정도로 놀랍다. 깔끔하게 정비된 주차장과 안내소, 화장실 그리고 길과 가게들은 예전과는 달리 청결하고 아름답다. 전에 보았던 쾨닉히제는 둥글고 컸다고 생각되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좁고 긴 호수였다. 내 기억이 완전히 뒤집히는 순간이다.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들은 관광객들에 한해서만 판매되는 적은 양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호숫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 호수에 다니는 모든 배들은 전기로만 운행된다. 물고기도 시청직원 두 사람이 잡도록 허락되어 있으며, 그 시간은 그들의 근무시간이 된다. 물론 다른 일반인들의 낚시는 금지되어 있었다.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되는 호숫물은 유럽에서 제일가는 물이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배가 미끄러져 호수를 도는 동안 암벽이 특별히 높은 곳에서 배를 세우더니, 트럼펫을 불어 산울림으로 관광객을 즐겁게 해주었고, 계속해서 호수의 깊이는 200m 이고 길이는 3km 이상이라고 설명한다. 히틀러의 고향은 여기서 가까운 오스트리아이고, 그의 별장은 이곳의 산골에 있다고도 했다. 중간에 있는 수도원과 그 주위 산책을 하면서 한 곳만 구경하기로 한 사람들이 배에서 내렸고, 시간이 많아 이곳 저곳을 구경할 사람들은 중간에서 내리는 사람과 계속해서 다음 포구로 가는 사람들로 갈라졌다.
 
우린 아예 끝에 있는 포구부터 먼저 보고, 오는 길에 중간에서 내리든가 아니면 그냥 지나치던가를 그때 결정하기로 했다. 끝의 포구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작은 초원을 걷게 되는데, 소떼들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조용한 산골의 소들도 사람들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나무와 돌들 사이사이에는 작은 초원들이 숨어 있었고, 그 길 따라 10여분을 걸어 올라가면 또 작은 호수가 나온다.
 
걷는 기분은 만점이다. 그 길은 꼭 한번 걸어 볼만 한 한가함의 명소였다. 포구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운영하는 식당도 있었고, 생선을 먹고 싶으면 배를 타고 나와 중간지점에 수도원과 식당이 있는 곳에서 먹어도 된다. 쾨닉히 호수 관광은 이래저래 기분이 좋았다. 혹 경비가 떨어졌다든가, 식욕이 없을 경우엔 금식기도를 해도 무방하다.
 
옛날에 네비게이션이 없을 때는 지도를 보면서 잘츠부르크 직전에 있는 독일의 바드 라이헨할’(Bad Reichenhall)에서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꾸불꾸불 어렵게 쾨닉스제를 찾아갔었다. 사실 그땐 잘츠부르크에서 들어가는 길은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이번에 올 때에 네비게이션의 안내는 직진해서 잘츠부르크 외곽도로를 지나 잘츠부르크 쉬드에서 빠져나가라고 권했다.
 
나는 옛 경험을 살려 예전처럼 바드 라이헨할에서 빠져나갔고, 밤길, 산길, 시골길은 어둡고 복잡해서 더욱더 나를 힘들게 했고, 헷갈리게 만들었다. 쾨닉스제에 오는 길은 내 고집대로 왔었지만, 구경을 마치고 킴제로 갈 때는 고분고분 네비게이션의 말을 듣기로 했다. 쾨닉스제에서 킴제까지는 100km가 조금 넘는 거리다. 네비게이션은 호수물이 잘츠부르크의 잘자스강 쪽으로 흘러나가는 개천을 따라 나 있는 307번 국도 쪽으로 안내했고, 도로는 계곡인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평지처럼 편안하고 경치도 아름다웠다. 다시 이태리 쪽과 연결된 고속도로 A 10번으로 갈아탔고, 조금 후 또 한번, 빈과 뮌헨 쪽으로 연결된 A 1번으로 바꾸어 탔다. 그러면 바로 독일 땅이다.
 
이 길들은 다 합해서 15~20분 정도면 충분히 지나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였지만, 고속도로 정체로 2시간 반이나 걸렸다. 우린 여행 중에 고속도로가 막혀도 화를 내지 않기로 단단히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럭저럭 꾹꾹 눌러 용케도 잘 참았는데, 충돌은 엉뚱한 곳에서 일어났다.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고분고분 따르다 보면, 지리를 익히는 데에도 유익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의 말대로 따랐는데, 엉뚱하게도 잘츠부르크의 외곽도로인 고속도로를 지나도록 안내했고,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를 사용하는 모든 외국 차들은 1주일 분의 고속도로 사용료인 비그넷을 사서 차에 부착해야 했다. 나는 10분간 사용하는 고속도로 때문에 1주일 분의 티켓을 산다는 것이 너무도 억울해서 부착하지 않은 채 불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아내가 돈이 아까워서 불법으로 고속도로를 사용하는 사람은 범죄자라며 감옥에 보내야 한다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도 질세라 장군멍군 하다가 결국 그 문제로 우린 박 터지게 싸웠다. 러시아 정교에서는 축도를 할 때에 손가락을 펼 것인가 오므릴 것인가를 가지고 박 터지게 싸웠고, 조선시대 때는 그 유명한 예송논쟁으로 상복을 1년으로 할 것인가 9개월로 할 것인가를 가지고 박 터지게 싸웠다. 상복을 어떻게 입을 건가? 는 당시에 정통성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모든 싸움은 사소한 데서부터 시작된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은 시어머니가 정리해 놓은 냉장고 안의 반찬그릇의 위치를 며느리가 마음대로 바꾸어 놓은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놓은 그릇의 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바꾸었다고 생각한 시어머니의 화는 시간이 갈수록 천장을 찌른다. 옛날부터 부엌에 가서 들어보면 며느리 말이 맞고, 안방에서 가서 들어보면 시어머니 말이 옳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왜 그럴까? 다 자기 입장에서 자기 말만 주장하기 때문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고상한 말은 한가할 때나 하는 이야기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뉴스공장 이야기만 하고, ‘신의한수를 들은 사람은 신의한수내용만 이야기한다.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는 흥미도 관심도 없다. 경향신문, 한겨레, 오마이 뉴스를 즐겨 읽은 사람과 조중동만 읽은 사람이 한자리에 앉으면 서로 싸우게 되어 있다. 선조들이 싸우면서 살았으니 후손들도 싸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배운 것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시간만 나면 열심히 싸워서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 해야 한다. 인생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 했다. 그런 철학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싸워야 한다. 사실 우리부부도 살면서 다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인생철학을 충실히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싸운다. 다행히 거기엔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어떤 다툼도, 충돌도 5~10분 후에는 웃음이 가득한 평화의 광장으로 되돌아 온다. 우리에게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같은 절차는 필요가 없다. 물론 비그넷 때문에 붙잡혀 감옥으로 가는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무사히 오스트리아를 벗어나 독일 땅으로 들어왔다.
* 참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사전, 나무위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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