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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01월07일 00시00분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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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보드룸(Bodrum) 휴가 2주 (6 마지막 회)
황만섭
2018714-28
 
이스탄불 앞의 지중해 보스포루스의 다리를 기준으로 다리 중간이 서양과 동양으로 나누어지고, 그 해협을 지나면 러시아에 면한 커다란 흑해가 나온다. 터키인들은 소아시아를 정복했던 군주 오스만(1299-1326)과 그리고 그의 아들 오르한으로 이어지면서 강대국으로 떠올랐다. 오르한은 기동성을 가진 군사집단, 외국인 군단, 기병대로 국민의 신분을 나누어 활용했고, 이 카스트의 신분을 가진다는 것은 이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
 
기독교인들이 자발적으로 그 제도로 개종해(이슬람으로) 터키화되었다. 세르비아의 테러리스트 오빌리에가 터키의 슐탄 무라드를 살해했고, 그 보복으로 터키인들은 1389628일 세르비아인들을 코소보의 암제펠드에서 전멸시켰다. 그 후로 세르비아인들은 그날을 국경일로 기념하면서 무라드 저격범을 영웅으로 받들었다.
 
525년이 지난 1914년 같은 날인 628일에 테러리스트 프린치프가 새로운 무라드라며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페르디난트를 권총으로 암살했고, 그 사건으로 세계 제1차대전이 일어났다
이번 2주간의 휴가가 끝나기 전에 시간을 내어 보드룸을 구경하기로 했다. 호텔에서는 세 가지 중 하나를 택하라면서, 첫 번째는 산과 시골동네를 지나서 가는 육로를 이용하는 방법, 두 번째는 헬리콥터를 이용하는 방법, 세 번째는 배를 타고 건너편에 있는 글룩(Gulluk)으로 가서 다시 차를 타고 30분가량을 달려 보드룸 시내로 가는 방법 등을 내놓았다. 육로 이용은(120km) 2시간 반이 걸리고, 배와 차를 이용한다면 1시간 반이 걸린다.
 
우리는 배와 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새로운 길을 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호텔에서는 손님들을 위해 몇 대의 메체데스 밴이 준비되어 있었고, 호텔 앞에서 차를 타고 15분쯤 작은 산등성이 두 개를 돌아 다른 해안으로 내려가니, 10명에서 50명 정도의 탑승이 가능한 여러 형태의 배 여섯 대가 대기중인 작은 포구가 나왔다. 이 작은 항구까지 호텔에 속해 있었으며, 모두 4개의 회사가 호텔에서 생겨나는 모든 일들을 해결해주고 있었다.
 
배는 10여 명의 승객을 태운 후 출발했고, 눈에 보이던 건너편 글룩은 보기엔 지척이었는데 실제로 건너보니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5분 정도만 달리면 건너갈 거라고 생각했던 뱃길은 40분이 훨씬 지나서야 도착했다. 항구가 가까워 오면서 선상에서 바라본 경치는 앞도, 양 옆도, 산 위까지 모두다 4각진 모양의 똑같은 집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눈도 피곤했고, 숨도 막혔다. 항구동네의 집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네모진 집들이 마치 상자를 엎어놓은 것처럼 지어놓아 미적인 감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보드룸은 지난번에 안탈리아에 머물면서 구경했던 파므칼레(하얀 온천)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지도를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보드룸은 터키 남서부 물라 주에 속하는 도시로, 인구 118만 정도의 큰 도시다. 그래서인지 보드룸과 50~100km 또는 그 이상 떨어진 주위의 내로라 하는 모든 시설들에는 틀림없이 보드룸이라는 단어를 끼워 넣어 마치 보드룸과 무척 가깝다는 인상을 주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보드룸이 들어가야 사람들이 거기가 거기일 거라고 짐작하고 찾아올 거라는 계산일 것이다. 그래서 초행인 나도 그렇게나 멀고먼 공항과 호텔을 보드룸과 가까운 어디쯤일 거라고 착각하고 온 것이다.
 
지중해변의 도시 보드룸에는 옛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 고대의 세계7대 불가사의로 유명한 마우솔로스 묘가 있는 곳으로 비록 묘는 지진으로 파괴되었지만, 명소임에는 틀림없었다.
 
지진 후에 부서진 돌들은 이스탄불 건축 때와 보드룸의 십자군성을 지을 때 무자비하게 파헤쳐 가버려 지금은 초라한 폐허만 남아있었다. 망가져서 흩어진 돌 조각 몇 개를 모아 놓고 옛 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입장객도 한둘이 눈에 띄더니 금방 우리일행만 남았다. 시내 중심가의 옛 거리는 세계사람들을 불러드리기에 충분한 고적들로 넘쳤다.
 
시내 해변가에 있는 공원에는 마우솔로스의 묘를 만들었던 아르테미시아와 그녀의 남편 마우솔로스의 동상이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아르테미시아와 마우솔로스는 남매 지간이자 부부였다.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그랬다. 클레오파트라는 나중에 동생이자 남편이었던 프톨레마이오스 13세를 독살하기까지 했다.
 
보드룸 관광을 마치고 배를 타려 했지만,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얼마를 기다리자 배가 도착했고, 대량의 사람들이 배에서 내렸다. 낯익은 얼굴들이 있어 왠 일인가 했더니,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퇴근하는 길이었다. 그들은 배에서 내렸고, 우리는 배를 탔다.
 
항구를 떠나서 바로 몇 분 뒤, 배가 털털거리기 시작하더니 배는 결국 바다 가운데에서 멈추어 섰고, 서있는 배는 마치 물 위에 떠있는 나뭇잎처럼 힘없이 흔들거렸다. 느낌은 ! 이 작은 바다에서도 죽을 수 있겠구나하는 불안이 몰려왔고, 사람들은 초조해졌다. 위험하다는 것을 제일 먼저 눈치 챈 것은 어린애들이었다. 아슬아슬한 순간을 몇 분 동안 보낸 후, 배는 다시 제정신을 차렸고, 원래의 속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승객들은 비로소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서 벗어났다.
 
공항 가는 길은 검정 염소들이 도로를 막기도 하고, 커다란 소떼들이 도로를 막을 때도 있었다. 여행 중에 도로를 막고 서 있는 동물들을 만난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올리브나무들이 듬성듬성 있는 산들을 지나기도 하고 보기흉한 모습으로 돌을 캐내는 채석장 앞을 지나기도 했다. 공항으로 들어서는 도로는 아름다운 꽃길이었고, 야자수 나무로 어우러져 보기가 좋았다.
 
짐을 부치고 탑승을 기다리던 중, 뮌헨공항에서 일어났던 사건으로 비행기가 떠날 수 없다고 했고, 승객들은 다시 짐을 찾아 호텔로 가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건내용은 뮌헨공항검색 대에서 물병(액체)검사를 받지 않고 검사원의 눈을 속여 빠져나간 손님으로 인해 소동이 벌어졌고, 혹 폭탄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에 공항당국은 당황했으며, 결국 그 사건으로 인해 비행기들의 이착륙을 막았으며, 그걸 해결하느라 긴 시간이 걸려 백 회 이상의 항공 스케줄이 줄줄이 취소되었다고 했다.
 
그 영향은 보드룸까지 미쳤다. 바쁠 것도 없는 보드룸 공항관계자들은 거드름을 피우며 느릿느릿 점잖게 일을 처리했고, 우린 그 긴 시간을 꾹꾹 눌러 참아냈다.
 
몇 년 전 도쿄에서 머물렀던 숙소가 맨드린 오리엔탈이었는데, 보드룸에서도 하룻밤을 같은 체인의 호텔에서 머물게 되었다. 동경에서는 시내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고층건물이었는데, 여기서는 산등성이에 아파트와 빌라 형태로 꾸며진 지중해가 내려다보이는 꽤나 기분 좋은 호텔이었다. 도로를 빠져 나와 호텔 입구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산 아래에 중요건물들(로비, 식당, 헬스클럽, 수영장 등)이 자리잡은 곳으로 내려간다. 세상은 참 요지경 속이다는 생각이 여행을 마치는 순간에 머리를 스치는 건, 옛날에 들었던 토끼가 용궁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다. 왜 그럴까? 다음날 뮌헨공항을 거쳐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으로 2주간의 여행은 종착역을 맞았다.
 
1105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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