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상냥한 정여사가 들려주는 세상이야기(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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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1월05일 00시00분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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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정여사가 들려주는 세상이야기(18)
‘대충 살자’와 ‘워라밸’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원정을 가던 중에 디오게네스를 만나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이 그 위대한 철학자라고 하던데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군. 내가 뭐 도와줄 것이 없소?” 마침 한가하게 일광욕을 즐기던 디오게네스는 햇빛을 가리지 마십시오.”하고 부탁을 했다. 이어서 그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무엇을 위해 전쟁을 하느냐고 되물었다. “영토를 넓혀서 더 강하고 큰 나라를 만들 것이요. 그 후 좀 쉬려고 하오.”하고 알렉산더 대왕이 대답을 했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쉬려면 나처럼 지금 이렇게 쉬면 되지, 큰 나라를 만들고 나서 쉴게 뭐 있습니까? 대왕은 절대 쉴 수 없을 겁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실로 디오게네스는 그 시대의 진정한 소확행의 선구자이다.
 
빨리 빨리로 묘사되던 다이나믹 코리아에서 한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며 욜로열풍이 불었다가 소비만 부추긴다는 비판 속에 소확행이 탄생했다. ‘소확행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에 소개되어 있는데 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는 행복, 또는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을 말한다. 우리가 그 것을 누리거나 의식해 본 것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소소한 것들의 즐거움을 마음만 먹으면 느낄 수 있음을 자각시켜준다. 매일 불행하고 비극적인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힐링(치유)’을 강조하더니 행복해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며 행복을 판단하는 잣대가 달라지고 있다. 행복은 순위가 없으며 성격, 자라온 환경, 지금 처해있는 상황,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인생의 가치관이 바뀌기 때문에 모두가 똑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없다.
 
OECD 국가 중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중의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행복 찾기는 워라밸의 추구로 나타난다. 1970년대말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줄여서 표현하는 말이다. 거창한 성공을 추구하기 보다 지금 여기서 일상을 즐기려는 젊은 직장인들의 삶의 스타일을 일컫는다. 이미 선진국의 젊은이들이 누리고 있는 이른바 경험을 샀다는 색다른 체험을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도 일과 삶의 균형을 찾고 있다. 외국의 섬에서 한 달 살기, 오지에서 사진촬영하기, 마음의 수련을 위해 떠나는 산티아고 걷기에서부터 오로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미식여행 등 자기 자신을 위해 크고 작은 선물을 한다.
 
또한 어버이 세대보다 경제적인 풍요 속에서 자라 개인의 특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 사이에는 대충 살자가 유행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힘내라 대신 힘 빼라는 구호에 걸맞게 대충 살자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대충 살자, 걷기 귀찮아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북극곰처럼’,
대충 살자, 파마 망쳐서 삭발한 내 친구처럼’,
대충 살자, 초밥은 날로 먹어도 맛있는데 인생은 왜 날로 먹으면 안되냐?’
대충 살자와 맥락을 같이하는 무민세대 (무의미한 것들에서 의미를 찾는 젊은 세대)가 있다. 그들의 선배세대가 청춘에게 들려주는 기성세대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면 무민세대는 너무 해야 할 것이 많아 아무 생각이 없고 아예 그 것에 대한 어떤 기대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 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도 않다’, ‘이 정도만 알아도 괜챦다는 뜻이다.
 
1960~70년대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 국가에서 기성세대의 문화와 간섭을 거부하던 히피문화가 생성되었다. 그 때 학력과 재산 등의 일정 요건을 갖춘 젊은이들은 그 후 제자리로 돌아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중산층으로 살았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젊은이들은 극빈층으로 전락했다고 한다. 우리가 아무리 원해도 대충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사회에서 성공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힘들게 노력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단지 타인의 시선 때문에 남의 잣대로 나를 재단해 나답게 살지 못하는 것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어디까지 노력해야 할 것인가는 개인의 능력과 환경, 사회적 상황에 맞게 최선의 조건을 찾아야 한다. 한번뿐인 나의 인생이기에 나를 사랑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될 것이다. 청년층이 경쟁을 습관처럼 포기하고 고통을 외면하는 삶을 선택해서는 안될 것이다. 삶 속에서 대두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 가며 대결해야 발전이 있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까?”라며 대충 살자와 대조되는 열정적으로 살자가 있다. 아이돌 출신의 가수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간에게 가장 해로운 벌레는 대충이다 라고 말한 후 급부상했다. “나는 유노윤호다, 살아 있음에 매 순간 즐거움을 느낀다. 이런 역경 따위 가볍게 뛰어 넘어 주지. 나는 지치지 않는 유노윤호다.”라고 스스로 주문을 외는 소위 유노윤호식 세뇌법이 대세가 되었다.
 
열정 페이에 지쳐 대충 살기를 갈망하던 젊은 세대든, 유노윤호처럼 열정적으로 살자는 세대든 둘 다 우리 젊은 세대들의 자화상이고 우리 사회에 던지는 그들의 외침이다. 반복되는 삶의 고단함을 대충 살자라는 해학으로 승화해 다시 힘을 얻어 잘 살자는 메시지일 것이다.
 
소확행을 전파했던 무라카미 하루키도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간 이상 글을 쓰고 10km 정도 달리기를 한 다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저녁에 일찍 자는 생활을 엄격하게 반복한다. 하루 하루 규칙적인 삶을 살면서 열심히 일해 성취감을 맛보고 재충전을 위한 쉼을 얻는다. 그게 바로 소확행의 정석이다. 영국의 공용방송 BBC는 한국의 방탄소년단을 ‘21세기의 비틀즈라고 비유했다. 60년대의 비틀즈가 계급과 인종간의 벽을 허물었다면 지금의 방탄소년단은 오늘을 살아 내며 고민하는 세계의 청년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주고 있다. 또한 그들의 퍼포먼스는 젊은 세대에게 삶의 긍정적인 면과 희망을 보여준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였는지, 내가 누구이고 싶은 지를 모두 포함해 나를 사랑하세요.” 2018년 방탄 소년단의 유엔연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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