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몬세랏 (Montserrat) (10월 4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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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0월29일 00시00분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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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세랏 (Montserrat) (10월 4째주)
<몬세랏 전경>
내가 몬세랏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뉴욕에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스페인 성지순례를 다녀왔는데 기념 책자 하나를 사온 것이었다. 책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표지 사진에 매료되었고 곧바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각 면마다 사진으로 장식되었고 하나하나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세상에 이런 곳도 있었다니...’ 웅장하지만 날카롭지 않고 공들여 조각된 작품처럼 많은 봉우리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산세가 장대하여 예쁘다거나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놀라운 곳이 어디에 있는지 나는 몰랐다. 단지 마음에 받은 충격만 간직할 뿐 시도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당시 거주했던 미국만 해도 한 없이 넓었고 그 땅을 돌아보는 것조차 버거웠기 때문이다. 과연 미국에 있는 모든 주(States)를 다 가볼 수 있고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을까? 그것은 특별한 이에게나 허락되는 행운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유럽이라는 또 다른 여정을 생각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갈 수 없고 볼 수 없다면 잊어야 한다. 나는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장면들을 잊고 묻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독일이라는 유럽 땅에 살게 될 줄이야. 나는 프랑크푸르트에 자리를 잡았고 유럽이라는 곳이 이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나라로 보면 사십 개국이 넘고 국경과 언어와 문화가 다르지만, 하나의 유대로 묶여있는 큰 나라로 느껴졌다.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그동안 잠자고 있던 풍경이 떠올랐다. 스페인의 몬세랏이었다. ‘성가정 성당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조차 못 가본 나였기에 이곳이 첫 번째 여정으로 지목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십자가 전망대>

바르셀로나를 기점으로 가까운 몬세랏을 방문하고 나아가 피레네 산맥의 안도라를 찾기로 했다. 궁금한 곳이면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주어진 여건에 따라 일정을 짜고 준비를 해 나갔다. 바르셀로나에 머물면서 안도라와 몬세랏을 방문한다. 부활절이 지난 따뜻한 봄날 드디어 방문 여정에 올랐다.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지만 시내를 많이 걸어야 했기에 렌트카를 하지 않고 현지 교통을 이용했다.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는 몬쥬익 언덕과 대성당이 있는 구 시가지를 보는데도 하루가 걸린다. 그리고 가우디의 걸작품인 성가정 성당이 있다. 초창기 작품이 있는 구엘공원도 있고, 시가지 안에는 다른 건축물들이 있다.
 
이튿날 나는 작지만 궁금증을 자아내는 안도라 공국을 가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터미널을 찾고 표를 사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힘든 수고는 당연한 것인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은 어설프고 낯선 방문자의 발걸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다행이 친절을 베풀고 도움을 주는 선한 이의 손길이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하지만 알고 보면 어디서나 있을 법한 일상 안에 내가 잠시 기웃했을 따름이다.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버스는 안도라에 도착했고 이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물을 만난 고기처럼 뛰쳐나갔다. 이토록 기막힌 오지에도 나라가 있고 도시가 있다. 스키 천국일 법한 나라이지만 봄철인 만큼 시내는 따뜻했다. 하루종일 시내 곳곳을 살피며 감춰진 나라의 신비를 헤쳐 나갔다. 딱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제는 보았기에 할 말이 있다. 기억이 말하고 감각이 말하고 머물렀던 체험이 말할 것이다. 같으면서도 다른 무언가가 분명 있었다.
 
드디어 또 다른 하루 못세랏을 향한 일정이 시작되었다. 스페인광장 역에서 출발하는 교외선 열차를 타고 몬세랏을 향한다. 중간 역에서 내려 산악열차로 갈아타는데 눈앞에 보이는 산세가 장관이다. 산 정상은 1,250m이며, 수도원이 있는 종점은 해발 750m이다. 대단히 높을 뿐만 아니라 능선이 웅장하고 수려하기 그지없다. 설악산 공룡능선처럼 창검을 두른 듯 봉우리와 능선들이 수없이 솟아있다. 탄식처럼 흘러나오는 감탄사가 불완전한 심성을 토로하며 스스로에게 되돌아왔다. 멀리서는 웅장함과 기개로 압도되고 가까이서는 아름다움과 현묘함으로 현혹된다. 무슨 말이 필요 있으랴. 영겁을 안고 돌아 빚어진 몬세랏의 모습은 작고 거친 인생의 볼품없음을 질책하며 훈계한다. 부드러우나 단호하고 모나지 않으나 용납하지 않는 위엄이 있었다. 그를 만든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세월과 비바람과 풍화작용이라는 과학적 용어만을 나열해도 되는 것인가. 실제의 산하가 이렇듯 아름다운데 자연의 법칙만으로 그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는가?
 
<베네딕도 수도원>
답이라도 말해주듯 산허리 비탈진 곳에 또 하나의 놀라움이 있었다. 신앙의 힘으로 인간의 염원이 발하는 곳 바로 수도원이었다. 바위산 틈새에 어떻게 저런 웅장한 수도원을 지을 수 있었을까. 인간은 약하고 찰라인 존재이지만 끝없는 소망과 염원이 또 하나의 경탄을 탄생시키고야 말았다. 하느님만이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인간도 작품을 만든다. 우리는 그것을 예술이라 하고 혼이라고 한다. 사람은 동물이기도 하지만 영적인 존재인 것이 분명하다. 설명할 수 없는 위대한 모습이 인간 안에도 있는 것이다.
 
나는 신비스런 그곳을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었다. 수도원은 물론 산위의 봉우리들을 돌아 정상까지 가 보았다. 상상과 꿈으로만 보았던 그곳을 현실로 잡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돌아서는 순간 현실은 사라지고 다시 기억속의 신비로 환원되는 것이었다. 보아도 본 것이 아니고 올랐어도 오른 것이 아니었다. 인간은 이상과 꿈을 현실로 품을 수는 없는가 보다. 뒤로 남겨진 몬세랏의 아련한 풍경을 돌아보면서 나는 또 한 번의 심연을 본 듯 진한 아쉬움에 잠겼다.
 

109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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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redaktion@kyoposhinmun.d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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