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HOME 회사소개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추가 기자회원신청
로그인 회원가입
뉴스홈 > 뉴스플러스 > 문화
2018년10월29일 00시00분 91
글자크기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효린 강정희( 수필가 시인 소설가 시조 시인)
바스락바스락 가을이 남실거리는 20181012일 금요일에 재독 한인 장애인 협회 건강 세미나가 뒤셀도르프 한인교회에서 열렸다. 우리 교회 강원희 집사님이 장애인 협회 회장이 되신 후에 많은 교우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심어주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에 장애인 협회 건강 세미나를 할 때마다 한인 교회를 이용했고 점심과 오후 커피 다과 시간의 음식을 여신도 회원들이 수고하여 왔었다. 정말 70이 넘나드는 회원들이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봉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머리가 숙연해진다. 올해 들어 여러 가지 바쁜 일정으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나는 이번 만큼은 힘을 보태려고 마음을 먹었다.
 
나는 9시가 조금 지나 교회에 도착했다. 늘 그랬듯이 정효숙 여신도회 회장님을 비롯해서 미리 오셔서 분주히 준비하시는 권사님들도 몇 계셨다. 이른 시간이지만 해야 할 일은 수두룩했다. 다시 한 번 식탁을 닦는 일, 접시, 숟가락, 젓가락을 챙겨서 정갈하게 정리하는 일 만들어온 음식을 예쁜 접시에 옮겨 담아 구색을 갖춰 놓는 일 자그마한 초와 예쁜 국화 들꽃을 꽃꽂이해서 식탁을 장식하는 일 등등 큰 말이 필요 없이 각자 묵묵히 척척 해내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11시부터 재독 한인 장애인 협회 건강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강원희 회장님의 인사말이 있고 난 후에 김남옥 한의사의 강의가 있었다. 난 빼꼼히 열려 있는 문을 통해 김남옥 한의사의 강의를 중간중간 들었다. 우리 교회의 장점은 예배당에서 한 강의나 설교를 교회 홀에서 들을 수 있는 음향 시설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건강을 위하여,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일상에서 회원들에게 도움이 될 식생활, 위안이 되고 번뜩이는 말씀을 들려주셨는데 내게 가장 감동을 주었던 것은 가을이라 가을바람이라 솔솔 불어오네라는 옛 노래를 높고 고운 목소리로 김남옥 선생님이 시작하여 회원들이 즉흥적으로 함께 합창하는 장면이었다.
 
난 이 노래를 깜박 잊고 살았다. 누구나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자락에 감성이 돋구친다고 한다. 그래서 가을에는 시인이 따로 없다고 하지 않은가? 그 옛날 즐겨 불렀던 이 노래를 오랜만에 듣는 순간 왜 그리도 가슴이 썰렁하고 고향이 그리워지는지.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누나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 밭에 익은 곡식들은 금빛 같구나! 추운 겨울 지낼 적에 우리 먹이라고 / 하느님이 내려주신 생명의 양식
12시가 조금 지나 점심을 함께했다. 한인 교회 여신도 회원님들이 차린 식탁은 정말 일품이었다. 음식은 눈으로 반을 먹는다고 어찌 그리도 깔끔하게 요리를 해서, 마치 한 요리사가 만든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차릴 수 있을까? 싶었다.
 
이제 차츰 나이가 들어가니까 나이든 반찬이 좋아진다. 윤기가 나는 이천 쌀밥에 옛날 고향에서 즐겨 먹었던 음식 무말랭이무침, 퍼런 시금치나물, 물리지 않는 김치, 콩나물무침, 구수한 배추 된장국, 명절이나 잔치 때에만 먹었던 귀한 잡채, 오징어무침, 생선 전, 오이무침, 두부조림, 불고기, 신식 음식 채소 겨자 무침 등 정말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후식엔 과일 떡 쿠헨 꽈배기 등 회원들의 솜씨 자랑은 끝이 없을 정도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장애인 협회 박 귀기 회원님이 주도한 동요에 맞춰 율동 하는 시간이 있었다. 학교 종이 땡땡 땡부터 시작하여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곰 세 마리를 노래에 맞춰 율동 했는데 모두가 탤런트는 저리가라였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쑥! 앞다리가 쑥!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 꼬물꼬물 꼬물꼬물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아기 곰은 너무 귀여워 히쭉히쭉 잘한다.”
 
이 시간만큼은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갔다. 이 시간만큼은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꼬물꼬물 헤엄치는 올챙이가 꼬물꼬물 흔들며 좋아하는 사람을 향해 쫓아가는 모습, 뚱뚱한 아빠 곰은 배를 쑥 내밀고 날씬한 엄마 곰은 배를 들이 숨기며 날씬한 척한다. 함박웃음 지으며 손뼉을 치며 가사에 맞게 율동을 하는 회원들이 어찌나 재롱스러운지 지켜보는 나는 절로 웃음이 났다. 이제는 할머니가 재롱부려야 할 시대라는 박 귀기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인다. 맞다! 나 역시 세 손주를 둔 할머니로 손주들에게 참으로 갖은 아양을 떤다. 그러면 가끔 할머니 최고라고 엄지 척을 해 주면 칭찬엔 고래도 춤을 춘다고 싱글벙글하지 않는가.
 
재독 한인 장애인 협회에 등록된 회원이 250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사실 이외에도 반세기의 서러운 나그네 삶에서 가슴에 멍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난 오늘 201612월에 출판된 내 시집 하얀 날개를 선보였는데 시력을 잃은 부인에게 틈틈이 읽어주겠노라고 가져가시는 분도 있었다. 거칠어도 부디 사랑의 눈으로 잘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가끔 교포신문 기고란에 보도되는 내 글을 즐겨 읽는다며 이렇게 반갑게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나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싶으시다는 분도 계셨다. 난 그분에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 시 한 편을 낭송해 드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나 자신이 허약하고 약해지면 눈물도 쉽게 나오기 마련인 듯 무척 감동하셨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작가로 활동하면서 부족한 내 글을 즐겨 읽고 공감하는 한 사람의 독자만 있어도 글 쓰는 보람을 느낀다고 언젠가 어느 작가가 한 얘기를 상기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오늘따라 무척 좋은 날씨에 시원스럽게 트인 휴게실 큰 창문으로 비추는 가을 햇살을 받으며 커피와 맛난 쿠헨을 먹으며 옹기종기 담소하는 동병상련(同病相憐)한 회원님들을 오롯이 바라보는 난 찡하니 코끝이 죄었다.
 
우리는 50년 타향살이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어찌하면 좋을까? 부러지고 꺾이는 가끔은 허무가 날갯짓하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섰다. 고된 시간을 꿋꿋하게 견뎌오며 열매 맺는 지혜를 배우기 위하여 속울음을 깨물면서 속은 문질러져도 웃음꽃 인사하며 새로운 고통을 느꼈다. 두고 온 고국을 사모하며 또 하나의 고향을 만들기 위하여 하늘처럼 햇살처럼 늘 하나같이 상냥했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오는 동안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젊음은 저 멀리 달아나 버렸지만 내 청춘 다해 일궈낸 소중한 삶의 시간, 그 시간과 함께 농익어가는 생이 아니었을까?
인생에 다시라는 말은 없다. 꿈같은 이 시간도 다시는 없다. 지금은 지금, 이 시각뿐이기 때문이다. 사는 것도 뜨개질처럼 풀었다가 다시 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지금도 이제는 지금이 아니다. 세월의 흔적만 남기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은 소리 없이 흐르고 있다. 오늘을 순간순간 잘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고 감사함이라는 생각으로 오늘을 곱게 갈무리하며 어떤 장애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지만, 좌절하지 않고 소망을 두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누가 그랬던가? 예측할 수 없는 게 살아가는 이유라고 누가 또 그랬던가? 인생은 말이 외줄을 타는 것만큼 힘든 일이라고
 
불완전한 감정에 펄펄 주전자의 물처럼 끓어올랐던 불협화음을 이젠 놓아야겠다.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혼자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여럿이 모이면 아름다운 무지개가 되는 것처럼 장애인 협회 여러분들의 무지개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주어진 모임에 참석하여 나를 발견하고 너를 이해하는 지혜를 배우며 마음에 큰 호수 하나 품고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나의 행복은 남을 행복하게 함에 비례한다고 합니다! 부디 평안한 나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여생을 즐기소서!
열외(列外) 된 세상 겹눈 부조리한 아우성
찬밥 같은 삶이라고 비관하지 마셔요
세상의 어두운 모퉁이엔 씀바귀 담뿍하다오
 
지난날 득의양양(得意揚揚) 떨어진 젖은 낙엽
이만큼! 살아가니 얼마나 다행인가
넘치는 감사 안에서 의연(毅然)하게 추슬러요!
 
따뜻한 햇볕 안고 속울음 누르면서
편안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임들이여
모쪼록
여생을 즐기소서! 삶의 협곡 덮으며
 
109614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뉴스스크랩하기
편집실 (redaktion@kyoposhinmun.de)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문화섹션 목록으로
[문화]김문길 소장 "독도...
[문화]자알란트주 코리아...
[문화]정원교의 중인환시...
[문화]플라스틱 쓰레기의...
[문화]제7회 프랑크푸르...
 

이름 비밀번호
[1]
다음기사 : 우리의 자랑 “청주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 에 다녀와서 (2018-10-29 00:00:00)
이전기사 : 주본분관, 한독 4차 산업혁명 기업협력 방안 발굴의 공동워크숍 개최 (2018-10-29 00:00:00)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제 27회 겨자씨 모임
뒤셀도르프 소망교회 대강절 성...
사)재독한인간호협회 제26차 정...
향군창립 66주년(지회 창립 8주...
도르트문트 한글학교 40주년 학...
자동차퍽치기 당하다!?
책&삶에서 독일 소식을 전해줄 ...
한글로망 자랑스런 한글 세계화
    답변 : 한국을 한국이라 말...
독일의사들 선운사에서 한국기공...
피해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Damenmode bis 80% Duesseldorf-...
아름다운공간
CoOpera 가이드 모집공고
총신대 한국어교원양성과정과 함...
[중소기업진흥공단 SBC] 2019년도 해외민간네트워크 ...
회사소개 개인정보보호정책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포럼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