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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0월15일 00시00분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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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정여사가 들려주는 세상이야기(17)
새드엔딩과 씨유 어게인 (슬픈 결말과 재회)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이야기!”
 
1. 하토야마 일본 전 총리가 지난 3일 경남 함천을 방문했다. 70여년전 일본 원자폭탄 투하로 피해를 당한 한국인들에게 직접 사과를 하기 위해서였다. 여든이 넘은 백발의 일본인 정치가가 30여명의 피해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일본 정치인 가운데 한국인 피해자를 만나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2. 우리 군이 10년마다 개최하는 국제관함식이 제주도에서 열린다. 군함들의 사열식 같은 것으로 각 국 군함들이 바다에 도열해서 주최국 함선에 예우를 표한다. 그런데 일본 해상 자위대 함정이 올해에는 과거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달겠다고 선언했다.
 
2018년 한국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소위 미스터 션샤인 폐인’, 자신도 모르게 그 시간이 되면 TV 앞에 저절로 앉게 된다는 미스터 선샤인 중독증과 그것의 종영으로 인해 마음이 울적하고 허전한 미스터 션샤인 앓이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언어의 연금술사이며 태양의 후예’, ‘도깨비등 로맨틱 드라마의 대명사인 김은숙 작가가 대본을 썼다. 400억의 제작비를 들이고 1년여에 걸쳐 촬영을 한 덕분에 마치 영화 같은 최고의 영상미학으로 탄생한 미스터 션샤인은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남녀주인공의 큰 나이차와 식민사관적인 대사를 비롯한 역사적 고증문제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연은 물론 단역에 이르기까지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명품연기를 펼친 덕분에 국보급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다.
 
작가는 신미양요를 거쳐 1900년대 구한말 아픈 역사를 민중과 의병중심으로, 특히 그 당시 압제 받던 여성과 노비 등을 포함해 그들의 운명과 삶을 통해 희망과 아픔을 그려냈다. 사실 지금까지 기존의 사극에서는 대부분 왕족이나 귀족의 입장에서 내용이 전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스터 션샤인에는 다섯 명의 주요인물이 등장한다.
유진초이: 태어날 때부터 노비였던 최유진은 한 양반의 탐욕으로 한 순간에 부모를 잃고 미국 선교사와 도망치듯 조선을 떠났다. 그 후 미국의 해군장교로 조선으로 돌아와 애기씨(고애신)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에는누가 사는 거요?, 백정은 살 수 있소?, 노비는 살 수 있소?”라며 조선의 현실에 회의적이었던 그였지만, 오직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 의병이 된다.
 
고애신: 조선 최고의 덕망 높은 명문가 출신으로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친 부모의 얼굴조차 모른 채로 성장해 모두의 귀한 애기씨라고 불린다. 어렸을 때 우연히 쫓기던 백정의 아들을 구해주었지만, 오히려 그는 호강에 겨운 양반계집이라는 말로 그녀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긴다. 그 후 기울어져가는 조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의병활동을 한다.
 
구동매: 짐승보다 못한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천민에게까지 학대를 받은 구동매는 일본으로 건너가 무신회의 낭인이 된다. 그가 이시다 쇼라는 새 이름을 얻고 세력을 키워 조선으로 돌아온 이유는 딱 하나다. 어렸을 때 자신을 가마에 태워 위험에서 건져준 애기씨와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해서다.
 
이양화: 어린 나이에 친일파 아버지의 강요로 늙은 일본 거부와 결혼을 하게 되고 쿠도히나로 살아간다. 어머니는 조선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아버지에게 내쳐졌고 그것은 그녀에게 큰 한으로 남는다. 남편의 죽음으로 호텔 글로리아를 상속받고 그곳은 조선 제일의 명소가 되었다. ‘울기보다 물기를 택했던 신 여성이다.
 
김희성: 조선최고의 갑부 아버지 덕에 애신의 정혼자가 되어 동경 유학을 갔다. 그러나 냉혈한 조부와 비겁한 부모의 업보로 인해 괴로워한다.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 의병들의 투쟁을 글로 전하는 이름없는 신문을 발행한다.
 
미스터 션샤인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씨유 어게인!”이라며 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의 의병들을 양성하는 의병장으로 거듭난 고애신의 작별인사로 마무리된다.
 
대중문학평론가들은 미스터 션샤인이 그동안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재현되지 못한 구한말 시대에 관심을 갖도록 하며 역사의식을 환기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즉 우리가 왜 일본에 반감을 가지며 민감할 수 밖에 없는지, 전범기인 욱일기를 왜 못쓰게 하는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국사책에 나오는 의병사진, 빛바랜 진관사 태극기, 아직도 분단된 조국의 현실과 청산되지 못한 역사와 지리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여 맘 편히 살지 못하는 나라에 대한 애잔함과 아울러 헬 조선이라고 비하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애국심을 고양시켰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국의 종군기자 맥킨지가 사진을 찍으며 의병들에게 왜 보초를 서지 않느냐고 물었다. 의병들은 보초를 설 필요가 없다. 조선인들이 모두 우리의 보초다. 우리는 죽어야 할 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자유로운 한 인간으로 죽는 게 일본의 노예로 생명을 부지 하는 것보다 낫다. 100여명이 나라를 지키려 한다면 1000여명이 나라를 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이길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목숨을 걸지 않지만, 우리는 목숨을 걸고 싸우기 때문이다. 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으나 내어주면 되찾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 한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 이름 없는 의병들에게 위대하고 고귀한 자로 불꽃이란 새로운 이름을 붙여준 미스터 션샤인작금의 조선이 귀하가 소망하던 조선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이라며 마치 앞으로의 삶의 지표와 방향성을 후손인 우리들에게 묻는 듯 하다.


109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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