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최용준 안토니오 신부님의 독일과 유럽 이야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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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0월01일 00시00분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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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안토니오 신부님의 독일과 유럽 이야기 (8)
 
교포신문사는 프랑크푸르트 한인천주교회 최용준 안토니오 주임신부님의 글을 두 번째 주에는 독일이야기, 네 번째 주에는 독일 이외의 유럽 이야기의 형식으로 격주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프라이케스톨렌 (Preikestolen)
프라이케 스톨렌!” 호텔 안내원이 또박또박 발음을 한다. 나도 따라서 했다. 그러자 잘했다고 한다. 노르웨이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영어식으로 발음하며 물어보았으나 아니라고 했다. 몇 차례의 반복 끝에야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혹시 독일어 단어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비슷한 단어나 어근도 없었다. 더 이상의 연구는 불가능하니 내 방식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그동안 보아온 사진을 보아 넙적 바위로 명명했다. ‘Preikestolen’은 노르웨이 서남쪽에 있는 뤼세 피오르드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전망대다. ‘송네게이랑에르피요르드 보다는 길이가 작지만 한 폭의 그림으로 담을 수 있는 풍광으로서는 단연 최고다.
 
나는 이 전망대를 목표로 계획을 짰다. 지형과 거리 상 여러 피오르드를 볼 수 없기에 한 곳만을 선택했다. 오슬로에서 왕복 1,200Km을 달려야 하는 45일의 일정이 잡혔다. 항공표와 호텔을 예약하고 일정표도 만들었다. 이 작업은 여느 때처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었다.
 
공항을 나와 시내를 통과하는데 30분가량 체증에 시달렸다. 어느 나라든 수도는 복잡하다. 한참을 지나 교외로 접어들자 조용한 시골풍경이 나타났다. 나는 본토 유럽과는 어떻게 다른지 촉각을 곤두 세웠다. 계곡 사이를 오르내리며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서쪽 피오르드를 빼고 나면 광활한 평원인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낮은 지역이지만 굴곡이 심하고 평지가 드물다. 해안가인데도 산골의 오지처럼 보인다. 낮선 방문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첫 숙소 노토덴에 짐을 풀고 식당으로 향했다. 마침 중식당이 있어 자리를 했는데 그것이 행운이었다. 독일에서는 좀처럼 얻지 못했던 특유의 풍미를 보았기 때문이다. 식후 강변과 시내를 돌아 호숫가에 다다랐다. 석양에 비친 호수의 물결이 아름답다. 평화로운 마을과 계곡사이의 호수는 그곳이 어디든 정겹고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북구의 조용한 시골은 이십 세기를 맞이한 현대라 보기엔 너무도 소박하다. 시간을 잊어버린 정지된 세계 같다.
 
이튿날, 길을 나서는데 특이한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의외의 발견인지라 지나칠 수 없었다. 주차장이 넓은 것으로 보아 명승지다. 건물이 독특했다. 주변은 넓은 묘지였는데 꽃들로 장식되어 공원처럼 보였다. 그리고 한 켠에 선 웅장한 건물. 아침 햇살에 검게 나타난 건물은 다름 아닌 교회였다. 전통적인 유럽식 성당과는 달리 판자와 나무 기와로 층층이 올려진 이 교회는 동양적 색채마저 띠고 있었다. 어디에선가 본 교회와 꼭 닮았다. 일본의 성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첫눈에 보아도 노르웨이만의 독특한 건축방식에서 나온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북구의 종교는 복음교회라 불리는 루터 교회이다. 그리고 이 건물은 오직 노르웨이 만의 것이다.
 
행운을 뒤로 하고 길을 달렸다. 330Km를 가야 하지만 시골길이어서 7시간이 넘게 걸렸다. 잠시 국도를 달리는가 싶더니 이내 좁은 샛길로 들어선다. 지방도인 셈인데 이차선이 못 된다. 그래도 차가 없으니 불편은 없었다. 점차 굴곡이 심해지고 고도도 높아졌다. 그런데 계곡이 나오는가 하면 틀림없이 호수가 있었다. 연못 같이 작은 호수도 많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호수가 많은 곳은 처음 보았다. 어느 부분에 이르자 나무들이 사라지고 이끼와 바위로 뒤덮인 High Land의 축축한 땅이 나타났다. 그러고 보니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접어든 것이다. 마을이나 집은 보이지 않고 광활한 돌무더기와 그를 이고 선 산맥들이 뻗어 있으며 골짜기나 패인 곳에는 어김없이 호수가 있었다. 그들 사이로 지나가는 작은 도로 외에는 세상과는 인연이 없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였다. 먼 사막이나 수평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상한 허무감이 이곳에도 있었다. 현실이 아닌 먼 과거요 태고적 신비로 접어든 느낌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해안선이 보이고 목적지가 다가왔음을 알게 되었다. 페리에 차를 싣고 해협을 건널 때에야 비로소 피오르드의 장관이 눈앞에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다다른 곳이 호텔이 있는 호수가 등산로 입구. 이제부터는 걸어야 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암벽 길을 가파르게 올랐다. 두 시간여 만에 고대하던 넙적 바위에 도달하고 탄성을 질렀다. “드디어 왔다!” 사진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피요르드의 실제 장관을 드디어 확인한 것이다. 길게 뻗은 파란 해협과 깎아지른 바위 절벽들이 양 날개가 되어 마음과 가슴을 끌어 올린다. 수직으로 솟구친 절벽들을 바라보며 바위 끝에 서자 그저 허공인 듯 아찔하기만 하다. 올 수 있어 다행이고 볼 수 있어 감사하다. 이곳의 주인은 자연이다. 인간은 한낮 손님일 뿐 스쳐가는 바람과 같다. 두둥실 떠 있는 구름은 저 먼 나라, 하늘로 따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갑자기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오름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 황홀한 조우를 뒤로 하고 아쉬운 인사를 했다. 앞으로도 새로운 일정과 만남들이 있겠지만 이제는 인간사의 범주이다. 이후, 스타방에르의 해안가를 볼 때에도, 오슬로의 정원을 거닐 때에도 이 날에 본 풍경과 감격에 가슴이 아려옴을 느꼈다. 조용하지만 이처럼 깊은 감동이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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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redaktion@kyoposhinmun.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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