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최용준 안토니오 신부님의 독일과 유럽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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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06월25일 00시00분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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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준 안토니오 신부님의 독일과 유럽 이야기 (2)


교포신문사는 프랑크푸르트 한인천주교회 최용준 안토니오 주임신부님의 글을 두 번째 주에는 독일이야기, 네 번째 주에는 독일 이외의 유럽 이야기의 형식으로 격주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룩셈부르크(Luxemburg)
여행의 첫 출발점은 호기심이다. ‘저산 저 멀리 저 언덕에는 무슨 꽃잎이 피고 있을까?’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동경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같은 산하이건만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은 이국적 색채를 드리운다.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구름이 걸쳐 있기라도 하면 그곳은 이내 신비의 장소가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멀면 멀수록 꿈은 부풀려지고 어려울수록 조바심은 더해 간다. 선망과 꿈은 어느 날 뜻밖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살아가는 이유는 아닐지라도 열정과 꿈이 있는 한 인생은 살만 하고 하루하루는 가치 있게 느껴진다.
 
룩셈부르크는 작은 국가의 대명사처럼 들려왔다. 베네룩스 3국의 하나로서 내륙에 깊이 숨어있는 그 나라는 무슨 특별한 것이 있을까. 언어와 민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을 법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한 지역의 영주에 해당하는 대공의 역사가 근간을 이루었다 하는데 한국적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한 나라를 아는데 과거의 역사를 다 알 필요는 없다. 안다 해도 오늘을 접근하는데 완벽한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그저 처음 방문한 초보자에게는 눈앞에 보이는 것을 소화하는데도 벅차다. 보고 감탄하고 마음에 간직하기도 바쁘다.
 
나는 룩셈부르크 중앙역을 바라보고 감탄을 했다. 멀리 프랑크푸르트에서 일찍 출발하여 코블랜츠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이곳까지 온 것이다. 오는 내내 라인강과 모젤강변을 바라보며 시원한 아침 기운을 받았기에 상쾌하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 막바지 구불구불한 계곡과 절벽사이를 거쳐 룩셈부르크에 도착하였다. 작은 나라, 작은 도시이니 역 또한 그러하리라 예측했지만 와서 보니 분위기가 달랐다. 생각보다 컸다. 선로가 있는 플랫홈은 물론이고 밖으로 나와 광장에서 본 역 건물이 웅장하였다. 아침 햇살에 환히 비추는 고풍스런 역사 건물이 나를 맞이한 첫 장면이 되었다. 광장을 건너 맞은편 길가에 들어서니 전 장면이 한폭의 그림이 되어 들어온다. 유럽 사람들은 역사 건물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기차역은 신시가지 쪽에 있는 반면, 볼거리가 있는 중심가로 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한다. 도시여행에서 걷는 것은 기본이다. 명소만을 찾아서 족집게 관광을 하는 것은 편하기는 하지만 전체를 관망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도시의 건물들과 도로들도 평범한 듯 보이지만 나름 개성이 있고 특징이 있다. 걸으면서도 좌우를 바라보며 지나가는 풍경들을 놓치지 않는다. 한참을 걸으니 명소인 아돌프 다리가 나왔다. 근대 최초의 아치교로 소개되는 이 다리는 현대 룩셈부르크의 국부인 아돌프 대공의 이름을 따고 있다. 그러나 다리를 건널 때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다리를 건넌 후 멀리서 옆으로 보았을 때에야 깊은 아치교의 위용을 볼 수 있었다.
 
구시가지 탐방의 기점이 되는 곳은 월계관을 든 여인상이 솟아있는 기념탑 광장이다. 차와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곳은 계곡을 끼고 있으며 건너편 신시가지와 바로 앞의 구시가지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위치이다. 강은 협곡과 같은 곳으로 양쪽 사면이 50m 정도의 절벽을 이루고 있어 도심에서 찾을 수 없는 묘한 감흥을 느끼게 한다. 험악한 지형이 예전에는 도시 방어에 도움이 되었다면 지금은 관광의 자원이 된 셈이다.
 
눈길을 돌려 시내 쪽을 향하면 룩셈부르크 전망의 상징이 되어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들이 보인다. 400년 전에 지어진 성당치고는 외관이 너무 깨끗하다. 반면, 안에서 미사를 드릴 때면 장엄한 의식에 방문하는 이의 마음을 내심 움츠러들게 한다. 제대 뒤 스테인드 글라스 위로 향이 피어오를 때에는 잊고 있었던 신의 위엄을 깨닫게 한다. 한편 성당의 이름이 노트르담 성당인 것은 이곳이 프랑스어를 주로 사용하고 프랑스식으로 살기 때문이다.
 
성당을 지나 조금 아래로 내려서면 공공기관들이 있는 광장이 나오고 가장자리에는 유명한 요새, ‘보그의 포대가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아마 처음 방문이라면 한참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굴을 파서 포대를 설치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절벽 아래는 강이 흐르고 주위의 집들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내려가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어디나 샛길은 있게 마련이다.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강변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위를 바라보는 풍경이 멋지다. 무너지듯 압도하는 절벽과 열을 지어 패인 포대의 자국이 인상적이다. 강을 건넌 외곽지역에는 방문객들이 찾지 않는 폐허가 된 성곽이 하나 있는데 자체로도 즐겁지만 포대 쪽을 바라보는 풍경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바라만 본다면 금방이지만, 걸으면서 살피다 보면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해가 기운다. 과거에는 어떠했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보이는 것들에 시간적 상상을 더하다 보면 몇 세기의 세월도 한 눈에 보는 듯 하다. 어떤 길은 새 길이고 어떤 길은 걸어본 길이다. 그러나 처음 온 듯 다음 장면들을 기다리게 된다. 먼 길을 돌아 도심으로 들어서게 되면 작은 왕궁을 거쳐 중앙광장으로 들어서게 된다.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이젠 카페에라도 앉아야 할 때이다. 광장 주변의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서양 메뉴이지만 냄새만큼은 기가 막히다. 무엇을 먹을까? 술도 한 잔 하고 싶다.
 
기차 여행의 좋은 점은 마지막에 시원한 맥주를 한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의자에 몸을 묻고 긴장 풀린 마음으로 주위를 바라본다. 허기진 배에는 어떤 메뉴라도 상관없다. 집을 향한 귀가의 발걸음이 빠르지 않아도 된다. 오늘만큼은 이 외딴 곳이 내가 사는 곳인 양 자리를 편다. 하지만 아직도 모르고 서먹하기에 훗날 다시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그때에 어떤 길을 걷더라도 분명한 것은 또 하나의 새로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진1: 노트르담 성당
사진2: Alz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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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redaktion@kyoposhinmun.d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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