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기고” 소리의 향연 ‘Frühlingssti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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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05월07일 00시00분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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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리의 향연 ‘Frühlingsstimme’
글: 강혜선

영화 쇼생크 탈출은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한 남자 앤디의 이야기입니다.
은행 부지점장으로 일하고 있던 그는 바람 난 아내와 애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쇼생크라는 감옥에 수감됩니다. 자신이 쓴 누명이 너무나 억울해 인생을 포기한 그였지만 목숨이란 것이 얼마나 질긴 것인지를 깨닫게 되기까지 20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고학력자인데다 회계에 능숙하다는 것이 교도소장에게 알려진 이후, 그는 감옥 운영금을 부당하게 탈취 해 내는 소장의 돈 세탁을 떠맡게 되고 그는 도서관 사서 직을 맡게 됩니다.
 
기부 된 책들을 정리하던 어느 날 우연히 그는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담긴 음반을 하나 발견합니다. 아련한 시간 저 편, 아름다운 선율을 기억하며 음반을 턴 테이블에 올려 놓습니다. 감옥소 전체에 걸린 스피커를 통해 음악은 울려 퍼집니다. 그 순간 화면은 수감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클로즈 업으로 잡기 시작합니다. 놀라움으로 활짝 벌어진 동공이 음악이 진행 됨에 따라 서서히 선한 눈매로, 깊게 패인 얼굴의 주름이 서서히 연한 미소로 변해 갑니다. 영화 전체를 통해 제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시퀀스입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진선미(眞善美)의 의미를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무심히 말해 오던 진(Wahrheit), (Gut) 그리고 미(Schönheit)는 이렇게 서로 작용하는 것이구나. 아름다움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에 선함을 불러 일으키고, 그 선함은 결국 어딘가에서 진리와도 닿게 되겠구나.’ 하는 것이었지요.
 
지난 421일 토요일 도르트문트에 있는 제일 교회의 성악가들이 ‘Frühlingsstimme’ 라는 주제로 소리의 향연을 벌였습니다. 음악회 기금은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서 사용하기로 하였고요. 5명의 소프라노와 테너, 베이스 그리고 바리톤.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길고 길었던 지난 겨울을 완전히 씻어내고 새로이 솟아나기 시작하는 봄을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게 해 주었습니다.
 
3부로 구성 된 음악회는 고향을 떠나 온 타향인들의 허전한 마음을 부드러이 쓰다듬는 우리 가곡으로 그 포문을 열었습니다. ‘가고파라 가고파읊조리며 서곡을 맺는 소프라노 홍지영씨의 목소리에 청중의 마음이 녹아 들을 즈음, 고향의 산촌을 그려내는 베이스 박영빈씨의 선이 굵은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맑고 청아한 김안나씨의 강 건너 봄이 오듯을 들으며 새 봄의 밝고 환함에 잠긴 청중에게 이어진 바리톤 정태훈씨의 청산에 살으리라는 푸른 여름을 기대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그리워하는 금강산에 대한 간절함을 목소리에 담아 준 소프라노 김혜현씨.
 
2부는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중, 라파엘과 우리엘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세상과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솜씨를 우렁차게 선포로 시작 하였습니다. 세상이 만들어진 후 창조 된 첫 인간 아담과 이브의 사랑의 듀엣은 프로그램 3부에서 들려지게 될 세상에서의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였고요.
 
저녁이 내려 앉으며
날이 저물어갈수록 어스름이 사방을 감쌀수록 더욱 멋진 장관이 이어졌습니다.’라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문구가 절로 떠오르던 저녁.
 
3부 첫 곡은 청아한 파미나의 목소리로 인간들의 사랑이야기가 울려 퍼졌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누구나 타게 되는 롤러코스터의 세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온갖 마음의 세계를 절절히 그려내는 음악과 그것을 소리로 표현 해 내는 음악가들,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Dein ist mein ganzes Herz를 불러주던 테너 이민씨의 그 터질 듯한 가슴에 함께 전율을 했고, 세빌리아의 이발사 중 로지나 역을 열창한 소프라노 김은경씨의 그 꺾어질 듯 매끈하게 넘어가는 콜로라투라에는 그저 감탄만이 연발 되었고요.
 
샤르방티에의 오페라 루이즈 속의 Depuis le jour를 불러 준 소프라노 강은희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음새가 하나도 없는 비단결이 떠오르며, 완전한 사랑은 저런 느낌을 주는 것일까를 상상 해 보기도 했습니다. 카탈라니의 그 유명한 Wally의 아리아를 들으며 마리아 칼라스의 그 드라마틱한 무너짐을 느꼈다고 하면 혹시 너무 과장이 되려 나요?
마음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고/ 가슴은 단 하나뿐/ 하지만 온 생명의 빛은 사라진다/ 사랑이 다할 때면 <프란시스 W. 버딜론, 밤은 천개의 눈을 >
 
연주회는 소프라노 홍지영씨의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삶에 대한 긍정으로 그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Vincero(나는 승리하겠다)를 외치기보다는 Je veux vivre(나는 살고자 한다)라는 말이 주는 그 진실성이라니요! 살아 가는 게 기적이란 말이 회자 되기도 하지만, 삶은 힘 들지 않은 의무, 기적도 아니고 장황할 것도 아닌 살아감이 아니겠습니까? 글을 맺으며 연주회의 일등공신이었던 피아니스트 정수진씨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반주자로서 연주자가 최상의 연주를 펼칠 수 있도록 각 성악가의 음색과 뉘앙스에 귀 기울이며 때로는 천둥과도 같은 소리를, 때로는 가슴 속 저 밑바닥에서 길어 올린 한숨에 함께 맞장구 쳐주며 건반으로 마법의 순간들을 만들어내던 그 솜씨! 두 손 높이 올려 큰 박수를 보냅니다.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찼던 밤. 우리의 마음은 선함으로 가득 채워졌었습니다. 천 개의 별 대신 눈썹 같은 달이 뜬 밤이 서서히 내려 앉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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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redaktion@kyoposhinmun.d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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