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5월에 쓰는 편지(그러나 받을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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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05월07일 00시00분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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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쓰는 편지(그러나 받을 사람이 없다.)
전성준(프한사)

선배님!! 혹시 광주제일고등학교 60학번 노성웅이란 분을 알고 계신지요.”

네에!! 노성웅? 알다마다요. 그런데 어찌 손회장이 그 친구를? 그 친구 지금 이 세상에 없는데...”

! 그렇군요. ! 알고 있습니다. 우연히 518민중항쟁 기념재단 사무실에서 그 분의 아들을 만났습니다. 내가 독일에서 왔다니까 선배님을 물어 보더군요. 아버지의 둘도 없는 친구분이라고요.”

!! 그렇지요. 노성웅이와는 동네 깨복쟁이 둘도 없는 단짝 친구였지요. 맞습니다. 그 친구한테 아들과 딸이 있는데 아들 이름이 노건수이던가?”

! 맞습니다. 전남도청에 근무한다 하더군요.”

 

2018년 전라도 방문의 해 유럽해외홍보대사로 위촉 된 손종원회장이 고국 방문 길에 518광주민중항쟁 기념재단에서 정말 우연히 내 친구 노성웅의 아들 노건수를 만난 것이다.

손회장을 통해 그 친구 소식을 들은 나는 놀라움에 앞서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던 친구 소식을 손회장을 통해 듣게 되자 죽은 친구에게 미안하고 내 자신이 정말 야속했다.

 

제아무리 이역만리 타국 땅에 살고 있다지만 옛날 생각을 떠 올릴 때면 그 친구와 엮인 추억으로 도배가 될 만큼 친했던 그를 내 머리 속에서 깡그리 지우고 살아 온 내 현실이 정말 야속하고 저주스럽기 한이 없었다.

 

198224, 난생 처음 해외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고 그 토록 선망했던 독일 땅, 그곳을 향해 가는 JAL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국제선 대합실에 나타 난 그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는지 청량리 뇌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친구는 독일 땅으로 출국하는 나를 전송하기 위해 공항에 나탄 것이다.

 

며칠 전 청량리 뇌병원에 그를 찾았을 때 서독행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너를 꼭 보겠다고 하던 말이 그냥 입에 붙은 말인 줄 여겼는데 불편한 몸을 부축 받으며 병실에 있던 모습으로 공항에 나타날 줄은 정말 상상을 못했다.

 

그것이 친구가 이 세상에 살아 있을 때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 후 1988,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9월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식을 듣고 충격이 컸으나 당시 로렐라이 식당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친구를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한국 방문 길에 광주에 살고 있는 그의 가족을 한 차례 만난 것이 그 친구에 대한 생각 전부였다.

 

그러나 매년 5월이 찾아오면 그 친구를 떠 올리며 몇 차례 수취인이 없는 추모시를 써 본 일이 있었다.

 

그 후 3십여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동안 까마득하니 잊고 있다 518일 광주민주화운동 행사가 열릴 때면 잠깐 그를 떠 올렸다. 그리고 금세 잊어버리고 하던 그 친구에 대한 소식을 손회장을 통해 듣고서 나는 그 동안 너무나 무능하고 야속한 내 자신과 처지를 질책하며 이글을 쓴다.

 

친구 노성웅(魯成雄)1942년생, 말띠 나와 동갑내기이며 한 골목 안에서 살며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다. 친구 아버지는 일제시대 토목공사 십장으로 경험을 쌓아 해방이 되자 대창기업이라는 토목회사를 창업 지방 주요 토목공사를 수주 받아 전라북도 순창에서 군수 경찰서장 다음으로 검정색 찦차를 타고 다니는 부유한 집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그는 유일하니 소가죽 란도셀(ランドセル,란도세루) 책가방을 등에 메고 검정 운동화를 싣고 다니는 부자 집 맏아들이었다. 검정 광목 보자기에 책을 싸서 허리에 두르고 검정고무신을 싣고 다니던 그 시절 그는 우리들의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집안에 자기 공부방까지 마련 된 그의 대궐 같은 집에는 당시 보기 힘든 동화책에 새 벗 어린이 잡지에 위인전, 코주부 김용환의 삼국지만화까지 귀한 책들이 있어 학교에서 돌아 와서는 그의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러나 초등학교를 졸업 광주서중학교로 그가 유학을 떠나자 그를 방학 때나 겨우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그를 통해 신간 동화책이나 어린이 소설 잡지책을 빌려 읽었다. 중학교를 졸업 광주제일고등학교 재학시절에는 고향 순창에 문학 동아리도 만들었다. 학교 앞 빵집에는 그가 고향에 올 때마다 나는 우리 또래 여학생들을 불러 모아 문학 동아리 모임을 가졌다. 모든 경비 일체는 그가 부담했고 매달 한 차례 문학 동인지 옥천(玉川)을 발간했다. 기름과 초를 바른 유지에 필사를 해서 등사판에서 찍어 내는 갱지(백노지)10페이지 내외 동인지는 시골 남녀 고등학교에서는 인기가 대단했다. 그를 통해 당시 학원지에 투고를 했고 문학의 꿈을 키워가던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 대학 진학을 하던 1960년대 그와 관계가 소원했다. 성균관대학 국문과에 진학한 그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순천 형님이 운영하는 사업에 빌붙어 지내는 나를 찾아 순천에 자주 찾아 왔다. 대학을 다니면서 술과 친해진 그는 동국 대학교 국문과 교수 양주동박사를 존경한다고 자랑을 했다. 두주불사 양주동박사를 닮아 가듯 술을 좋아 했다. 술을 전혀 못하는 나와는 정반대였다. 술판이 벌어지면 나는 끝까지 자리를 지켜 주며 횡설수설 그가 늘어놓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대학진학을 못하고 문학소질을 살리지 못한 나를 늘 동정하며 나를 위로 했다.

그 후 나는 서울로 자리를 옮기고 그는 성균관 대학을 졸업 한국토지개발공사에 취직 광주에 살게 되었다.

 

가끔 서울을 찾아 올 때마다 그는 나를 연세대 앞 신촌으로 불러내어 학생 주점에서 술을 샀다. 술에 취한 그는 건설업을 하던 부친이 사 놓은 값나가는 땅를 팔아 문예지 출판사를 개업 할 계획이라 했다. 그 일을 나한테 맡기겠다고 늘 나를 챙겼다.

 

1980년 봄, 나는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과 가족을 데리고 518일 부처님 오신 날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연예인 축구대회를 구경하려 모처럼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못 생겨 죄송하다>는 코메디언 이주일의 오리걸음 넉살에 배꼽을 쥐는 폭소에 넋을 잃고 있을 즈음 휴대용 라디오에서 긴급 뉴스가 전해 왔다. 전남 광주일대에 폭동이 일어나 통신과 교통이 두절 된 상태이니 뉴스에 귀를 기울려 달라는 긴급 뉴스가 반복 되었다. 박정희대통령 시해 사건이 일어나고 신군부가 정국을 장악하자 군부를 반대하는 크고 작은 시위와 소요사태가 전국 곳곳에서 빈번하던 때라 별로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광주에 폭동이 일어났다는 뉴스에 나는 친구가 걱정되었다. 집에 돌아 와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TV와 라디오에서 눈과 귀를 떼지 않았다. 광주에서 불순분자들의 선동으로 인해 시민과 학생들의 과격한 시위가 일어났다는 짧은 뉴스가 매시간 반복 되었다.

 

TV 화면 아래에 속보가 자막으로 알려졌다. 폭도들의 과격한 시위로 인명 피해가 있고 파출소와 예비군 무기고가 습격을 당하는 긴급사태에 폭도를 진압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뉴스가 계속되었다.

 

모든 TV방송은 김일과 일본 안토니오와 대결하는 레스링 경기와 수사반장 드라마가 재방송 되고 서부 영화, 중국 쿵푸영화로 국민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계엄군의 과격한 진압으로 광주시민과 학생들이 많이 죽고 전남도청이 학생과 시위대에 점거 되고 특수공수부대가 출동 무차별 발포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 병원마다 시체가 넘쳐 나고 위급환자에 수혈할 피가 부족하여 헌혈자가 줄을 섰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연고지가 광주지역인 사람은 연락 할 길이 없어 발을 동동거리며 안절 부절하는 하는 사이 험한 소문은 꼬리와 꼬리를 물고 전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쉬쉬하며 경상도 군인들이 계엄군으로 차출 되어 전라도 사람 씨를 말린다는 유언비어가 돌았다.

 

그러나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별 대수롭지 않게 늘 일어나는 신군부를 성토하는 시위대의 작은 충돌로 축소보도 되었다.

 

몇 개월 지나 광주일대 치안이 확보되고 친구 집과 연락이 되었다. 친구와는 직접 통화를 못 했으나 친구 부인 정희씨는 친구가 머리를 다쳐 당분간 직장을 쉬고 병원을 찾아 치료 중이라는 소식만 전해 왔다.

 

나는 때마침 그토록 원하던 독일에 취업의 길이 열려 한참 준비를 하고 있어 친구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해가 바뀌고 1월쯤 친구 성웅이가 청량리 최신해뇌병원에 입원 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친구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예감하고 청량리 뇌병원을 찾았다. 열 시간 가까이 대수술을 마쳤다는 친구는 중환자실에서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상태가 심각한 눈치였다. 한사코 사고 경위를 우물쭈물 숨기려는 가족들을 설득 겨우 들은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평소 술을 좋아하고 친구와 동료를 챙기는 그는 사고가 나던 1980518일 일요일 직장동료의 부친 회갑잔치에 초대를 받아 갔다. 광주일대에 신군부 전두환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민과 대학생들이 스크럼을 하고 거리를 누비며 격렬한 시위가 이곳저곳에서 일어날 때였다. 시위대를 진압하는 진압군들이 최루탄을 발사하는 총소리가 산발적으로 들리며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키기 위한 진압군의 공격과 그에 맞서는 시민과 학생들 사이에 과격한 충돌이 일어 날 때 회갑잔치에 초대 받아 집을 나서는 친구를 한사코 만류하는 가족을 뿌리치고 그는 집을 나섰다한다. 친구 집과 멀지 않은 계림동 동료 집을 찾아가 얼큰하니 술이 취한 친구는 오후 5시경 걸어서 귀가를 했다한다. 마침 피투성이가 되어 진압군에 쫓기는 남녀 대학생을 만났던 것이다. 술이 취한 친구는 뒤 쫓는 진압군 앞을 가로 막고, “북한 괴뢰군을 막아야 할 대한민국 군인이 민주주의를 외치는 죄 없는 대학생들을 잡아 가는 너희들이 대한민국 군인이 맞냐?”

 

하며 호통을 치자 눈에 불을 킨 진압군의 무차별 곤봉 세례를 받고 정신을 잃었다 한다. 주변 사람들의 연락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의식을 잃은 친구를 가족들이 부축하여 집에 데려왔다. 우선 집에 있는 상비약으로 찢어지고 터진 곳을 대충 치료를 하고 다음 날 통금시간이 해제 된 아침 일찍 근처 병원을 찾았으나 총탄을 맞고, 칼에 찔린 위급 환자가 넘쳐 엄두도 못 내고 집에 돌아 와 근처 약국에서 간단한 약을 구해 치료를 했다. 술에서 깨어나고 의식을 찾았으나 병원을 찾아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처지에 직장에 알려질까 두려워 쉬쉬하며 자가 치료를 했다 한다.

 

그 후 질서가 유지되고 업무에 복귀했으나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두통을 참을 수 없어 직장에 휴직서를 내고 병원을 찾아 통원 치료를 했다. 그러나 별 차도가 없어 서울 청량리 뇌병원을 찾은 것이다. 귀공자처럼 기품이 있고 헌출하니 잘생긴 그 모습은 간곳없고 두 눈만 퀭하니 이상하리만큼 광채가 날뿐 추래한 몰골에 병색이 완연했다.

일자리가 생겨 독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 말에 실낱같은 미소를 입가에 스치며 그는 말했다.

 

<네가 그토록 원했던 독일에 가게 되어 너무 반갑다. 나도 네 뒤를 따라 독일에 가서 수은등 반짝이는 뢰머 광장에서 독일 맥주 마음껏 마시고 취하고 싶다.>라고 애써 태연한척 말하며 내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쓸쓸한 병실에 그를 놔두고 차마 떨어지지 않은 무거운 발길을 옮기며 병실을 나서는 나를 배웅하던 친구부인 정희씨는 < 남편은 그 잘난 호연지기 때문에 자신을 망쳤다.>라고 했다.

유명하다는 병원 이곳저곳을 찾아 남편치료를 하다 보니 가세는 기울고 남매를 데리고 앞으로 살아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을 했다.

 

19822월 서독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김포공항 국제선 대합실에서 다시 그를 만났던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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