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칼럼: 아이들의 미술교육 (10. 마지막회)
HOME 회사소개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추가 기자회원신청
로그인 회원가입
뉴스홈 > 뉴스플러스 > 문화
2018년03월19일 00시00분 174
글자크기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칼럼: 아이들의 미술교육 (10. 마지막회)
이희승

미술교육은 그리는 방법이 아니라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지식과 테크닉을 가르치기 보다는 아이들이 과정을 즐길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재능을 발견해내는 역할이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어린시절 나에게는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 만드는 것이 가장 나를 잘 표현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간 부모님을 지겹도록 졸라댄 끝에 다니게 된 미술학원 선생님은 나에게 아무것도 억지로 시키지 않으셨고, 내 그림을 지켜봐 주시고 사소한 이야기도 잘 들어주셨다. 그무렵 유난히 소심했던 나에게 미술시간은 안식처였고, 내가 하고픈 것을 마음대로 해도 좋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당시 미술학원에는 어린 내가 보기에도 사실적인 그림을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그려내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다. 그 아이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30년이 지난 지금 그때 이야기를 꺼내는건, 요즘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그때 그 선생님이 이해되기도 하고, 지금 이 아이들의 모습에 그때 나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각종 미디어가 아이들의 세상마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른인 내가 봐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신기한 장난감들이 넘쳐난다. 이런 세상에서 미술활동은 어쩐지 좀 따분해 보일 법도 한데 아이들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드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아직 읽고 쓰기가 자유롭지 못한 나이의 아이들에게 미술활동은 (쉴새없이) 말하기와 함께 자신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수단이다. 물론 어떤 아이들은 말하기와 그림그리기 중 한쪽에만 더 치중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의 작품을 보고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다. 특별한 색감 때문일 때도 있고, 웹툰작가 못지 않은 위트있는 형태 때문일 때도 있다. 그림이 들려주는 잔잔한 이야기가 특별한 경우도 있고, 섬세함이 남달라 놀랄 떄도 있다. 그림 전체가 아이의 넘쳐나는 긍정적 에너지를 드러내기도 하고,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어른들이라면 절대 생각해내지 못할 기발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능력에 감탄하기도 한다.
 
흔히 부모님들은 나에게 뭉뚱그려 자기 아이가 미술에 재능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색감이 뛰어나다. 선이 자유분방하다. 섬세하다.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공간감이 좋다. 입체감이 탁월하다.” 등으로 설명한다. 아이들은 미술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다양한 재능을 보여주는데 부모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아이의 한가지 특별한 재능을 칭찬하면 다른 쪽이 부족한 것 아니냐며 걱정하시는 부모님도 계신다.

과정을 즐기고 창의력을 키우는 가장 자유로운 시간
정규교육을 받기 시작하면 거의 모든 학습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기초를 배우고 배운 것을 심화하는 일련의 과정을 따라야 한다. 다른 예체능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악기를 배운다고 생각해보자. 아이는 연습을 통해 기량을 발전시켜야하고 악보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쉬운 곡에서 시작해 점점 어려운 곡을 배운다. 이런 과정은 아이들에게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이런 엄격한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완전히 다른 세계도 있다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미술교육은 아이들에게 그런 시간과 공간을 아주 쉽게 선물할 수 있다. 미술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나이에 관계없이,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필이나 물감, 크레파스는 물론이고, 각종 요리재료들, 망가진 기계들, 심지어는 버려지는 쓰레기들까지 아이들의 상상력이 더해지기만 하면 무엇이든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 미술은 어떤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며 완벽하게 자신의 의지로 자신 나름의 방법으로 표현이 가능한 행위이다. 거기에는 어떤 법칙도 규칙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미술활동에서 과정 자체를 즐긴다. 물감을 마구 섞어가며 색이 변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하는 아이에게 완성된 그림의 색깔이 너무 어둡고 탁하다고 결과를 평가하지 말았으면, 화산이 폭발하고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장면을 표현하려고 빠른 선들을 그었는데 그림이 엉망이 되었다고 핀잔을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예전에 수만 명 아이들의 꿈을 그리게 하여 한자리에 모으는 프로젝트를 도운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이 작품의 일부가 된다는 설명을 듣고 신이 나서 손바닥만한 종이에 저마다의 꿈을 그린 반면 어떤 아이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30초마다 엄마의 허락을 구했다. 또 다른 여덟 살 아이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저는 미술에 재능이 없어요.”라고 말해서 그곳에 있던 여러 작가들을 슬프게 했다. 이런 아이들에게 미술활동은 자신의 능력을 결과물로 입증해야하는 숙제일 뿐이다.

미술은 어디에나 있어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표현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즐거운 행위이지만 미술이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미술활동의 매력은 더 크게 다가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책 속에도, 만화영화에도 미술이 있다. 예쁜 옷을 고를 때도, 자동차 장난감을 살 때도, 가구를 배치하고 인테리어를 할 때도, 정원을 꾸밀때도 요리를 할 때도 저마다의 미적 감각은 무의식중에 발휘된다. 그래서 미술시간을 대상을 그럴듯하게 잘 그려내는 테크닉을 배우는 데에만 할애하지 말고 폭넓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부모나 교사의 도움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고 연결해 컴퓨터로 짧은 만화영화를 만들거나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명함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망가진 기계를 분해하여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소리로, 행위로 표현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퍼포먼스를 하거나 맛있는 음식으로 나만의 멋진 상을 차려 보는 것은 또 어떨까? 미술활동은 대상을 재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을 경험하고 터득하는 것이다.
 
이상으로 <아이들의 미술교육>연재를 마칩니다.
 
에쉬본 아뜰리에
Atelier.eschborn@gmail.com tel. 01577 252 7736
 
사진1: 보라색과 꽃을 좋아하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관찰하고 그린 꽃들. 아이의 섬세함에 감탄했다.
사진2 : 그림에 자신이 없다며 늘 망설이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그려낸 호랑이 그림. 얼굴 방향과 꼬리 등 표현력이 돋보인다.
 
106723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뉴스스크랩하기
편집실 (redaktion@kyoposhinmun.de)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문화섹션 목록으로
[문화]독도 수호의 상징 ...
[문화]2018년 재유럽오월...
[문화]독도수호 첨병…제...
[문화]터키 대통령 만났...
[문화]함부르크에서 제 1...
 

이름 비밀번호
[1]
다음기사 : 함부르크 차세대음악 단체 ‘영 앙상블’의 자선음악회가 열려 (2018-03-26 00:00:00)
이전기사 : 라이프치히 국제도서전 제6회 한국관 전시 운영 (2018-03-19 00:00:00)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고 손영봉 집사 장례예배 안내
아리랑무용단 여름세미나
뒤셀도르프한인교회 오페라의 밤
강성민 베를린 전통춤 강습회 ...
김진향 박사 유럽순회 복흠 강연...
자동차퍽치기 당하다!?
책&삶에서 독일 소식을 전해줄 ...
한글로망 자랑스런 한글 세계화
    답변 : 한국을 한국이라 말...
독일의사들 선운사에서 한국기공...
피해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Damenmode bis 80% Duesseldorf-...
아름다운공간
CoOpera 가이드 모집공고
총신대 한국어교원양성과정과 함...
2016학년도 재외동포 국내초청교육(모국수학) 과정 수...
회사소개 개인정보보호정책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포럼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