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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03월05일 00시00분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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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백운희의 문학 기행//
6편: 김훈의 <<공터에서>>


마동수는 19791220일 서울 서대문구 산외동 산18번지에서 죽었다.”라는 문장으로 <<공터에서>>는 시작한다.
 
이야기가 전개될 초판부터 왜 작가는 한 인물의 죽음을 언급하는 것일까? 마동수의 죽음은 역사에 기록될 만한 대단한 죽음도 아니고, 마르케스의 마마 그란데의 죽음처럼 온 마을을 뒤엎는 의미있는 죽음도 아니다. 우연히 같은 해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함으로써 무슨 연관성이라도 있는 것 같지만 대통령의 죽음 이후 강화된 경비상태 등이 간혹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나타날 뿐이다.
 
동부전선에서 군복무를 하는 차남 마차세는 마동수의 병석을 지키는 유일한 피붙이다. 휴가를 나와서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다가 잠시 외출한 사이 마동수는 사망한다. 죽음의 문턱에 들어선 마동수는 단말마 속에서 과거의 기억이란 피안으로 밀려갔다가 잠시 의식의 차안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가 사망한다. 그 기억 속에서 마동수는 젊은 시절 배회하던 만주, 공중폭격이 한창인 상해를 보았고 조선인들이 고문당하는 남산 경찰서를 보았고 피난민들이 몰려 있는 부산 해운대 바닷가를 본다.
 
어머니 이도순은 병원에 입원 중이라 못 오고, 형 마장세는 괌에서 사업하는지라 항공편, 배편이 안 되어 못 온다고 하며 돈을 보내줄 테니 니가 혼자서 수고해달라는 식이다. 장례식에는 마동수의 상해시절 동료라는 노인 세 명이 와서 과거 얘기로 떠들며 술을 마시며 밤을 보낸다. 그 중에는 하춘파도 끼어 있다. 하춘파는 마동수의 상해시절 소위 선배로서 당시 풍운아처럼 살았으나 현재 마차세의 눈에는 그저 초라하고 추접스럽게 늙어가는 노인일 뿐이다.
 
마동수는 서울에서 태어나 소년기를 보내고 만주, 길림, 장춘을 떠돌다 서울로 돌아온다. 625전쟁 중 홀로 피난길을 떠나 부산에서 군복을 빠는 공터에서 현재 배우자인 이도순을 만나 피난민 숙소에서 장세와 차세를 낳는다.
 
휴가를 나와서까지 아버지를 간병하다가 쓸쓸히 상을 치르는 효자 마차세와 대조적으로 마장세는 출생의 근원인 가족을 멀리하며 오로지 출세와 돈을 향해 전력투구한다. ‛퍼시픽 파라다이스라는 회사의 사장으로서 한국과 괌을 들락날락하며 관광업 (실상은 매춘중개업), 고철 사업으로 번영가도를 달린다. 여기 오장춘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오장춘은 마차세의 고교동창이다. 고교시절 남의 도시락 훔쳐먹기를 말 그대로 밥 먹듯 하던 (그렇게까지 된 사연은 기구했다. 즉 집에서 밥을 해줄 그 누구도 없는 처지였다) 오장춘은 불순한 방법으로 재물을 쟁취하는 것을 신성한 노동 끝에 밥을 먹는 권리와 동일시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빠른 머리와 뛰어난 현실감각으로 시작한 작은 사업이 장춘무역으로까지 번성한다. 어찌어찌 연결이 되어 마장세와 사업상 손을 잡게 되자 마차세는 형을 통하여 장춘무역에 취직한다. 물류회사의 배송기사로 취업하여 매일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던 마차세는 이제는 어엿이 양복을 입고 그들의 사업세계의 일부가 된다. 마장세가 하던 식으로 바이어를 만나 회식을 하고 회식 끝에 여자를 붙여 호텔에 넣어주는 것 또한 일의 일부가 되었다.
 
요양원에 입원한 어머니 이도순은 치매증세가 심해지고 치매와 함께 죽음 또한 느릿느릿 다가온다. 치매 속에서 이도순은 흥남부두에서 미군의 수송선을 타고 피난올 때 잃어버린 딸 길녀의 이름을 기억해내고, 마차세를 임신했을 때 지우려고 산부인과에 갔던 이야기 등등을 되풀이한다.
 
이도순이 사망하자 마차세는 어머니의 물건을 요양원 측에서 불태워달라고 말한다.
사십구재를 치르기 전날 마차세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품인 고리짝을 불태우기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어본다. 미군 군복 한 벌과 성경, 부적, 사진 한 장이 전부다. 마동수와 이도순이 낙동강 빨래터에서 찍은 사진이다. 마차세는 고리짝 뚜껑을 닫는다. 다음날 사십구재에서 고리짝은 불속으로 던져진다.
 
한편 마장세는 사기와 배임 그리고 마약거래 혐의로 구속된다. 이와 관련되어 수배된 오장춘은 잠적하고 강원도의 과거 군복무 하던 곳에서 멀지 않은 여관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마장세는 징역 3년의 선고를 받고, 동거하던 혼혈여인 린다는 조수 시누크와 눈이 맞아 달아난다.
 
장춘무역은 해체되고, 마차세는 다시 배송회사로 돌아가 오토바이를 타고 하루종일 돌아다닌다. 남편이 받은 퇴직금으로 박상희는 옷가게를 차린다. 박상희는 시부모님 마동수, 이도순을 위해 제사를 지내자고 제안한다. 제사에 대한 아무런 경험도 없지만 부부는 제사를 지낸다. 부부에겐 딸 누니가 있고, 뱃속에 두 번째 아이가 자라고 있다. 수수한 생활이지만 삶은 정상궤도에 들어선 듯하다.
 
소설은 마동수, 이도순 부부의 과거와 마장세, 마차세 두 형제의 과거 현재가 엇갈리며 진행된다. 마장세, 마차세의 안목으로 볼 때 아버지 마동수의 삶은 세상의 언저리만 돌다 간 인생이다. 도대체 마동수는 무엇을 위해 살았나? 만주, 길림, 장춘에서 도대체 뭘 했단 말인가? 하춘파의 모습을 보면 아버지의 만주 시절에서 대장부답고 영웅적인 이미지를 상상할 수 없음이 당연하다. 약초를 구한답시고 허구헌날 집을 나가 어쩌다 한번씩 돌아오는 아버지. 오며 가며 기침소리만 쿨럭거리던 아버지. 그의 인생은 보잘 것 없고 내세울 것 없었지만 그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그렇게 열매맺기가 힘들 수 밖에 없었나? 그것이 마차세의 생각이다.
 
이도순에게는 흥남부두를 떠나오면서 남편과 젖먹이 딸을 잃어버린 잊을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 마차세가 어머니의 고리짝 속에서 발견한 부적에는 영도다리 남쪽 100리 밖에 살아 있다고 씌어 있다. 영도다리 남쪽 100리 밖이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보관한 미군 군복의 의미 또한 무엇이었을까?
 
풀리지 않는 의문을 던지고 그 고리짝은 사십구재의 불속으로 사라져간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리고 마차세는 그 고리짝과 함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다.
 
<<공터에서>>는 김훈 작가의 최신 장편소설 (2017년 발간)이다.
 
나의 등장인물들은 늘 영웅적이지 못하다. 그들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죄 없이 쫓겨다닌다. 나는 이 남루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은 이 소설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다. 독자는 마동수의 전기 속에서 무엇인가 분명히 화끈한 것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끝까지 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 기대는 실망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김훈 작가는 간결하고 힘있는 필체로 작품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비극과 희극을 정리하듯이 쓰고 있다. 그는 그렇게 하여 또한 자신의 기억을 정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 백운희: 소설가/ 재독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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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redaktion@kyoposhinmun.d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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