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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02월12일 00시00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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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Croatia) 여행 12일 – (10)
황만섭 (재독한인총연합회 자문위원)

(2017. 9. 2 ~ 9.14)

오늘은(9/11) 이모스키(Imotski)에 가는 날이다. 100여 킬로미터는 며칠 전에 코르쿨라(korcula)을 여행할 때 지나쳤던 길이다. 숙소(두브로브닉)에서 스플리트 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70여 킬로미터를 달리면 보스니아 헤르치고비나 국경이 나오고, 10킬로미터 정도의 보스니아 땅을 거치면 다시 크로아티아 땅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여러 번 하는 여권검사가 여간 번거롭다. 참 이상하게 생긴 국경이 아닐 수 없다.
바다건너에는 다도해처럼 섬들이 마치 육지같이 이어져 있어 멀리서 보면 육지인데 지나치다 보면 떨어져 있는 바다가 가끔씩 눈에 띄어 육지가 아니라 섬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복잡한 국경을 지나 다시 한참을 달리면 도로는 바다와 멀어지고 내륙으로 들어서면서 나오는 Opzen이라는 제법 큰 도시에는 수량(水量)이 꽤 많은 강이 흐르고, 길가에는 과일이나 채소를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며칠 전 이곳을 지날 때 우리가 고른 수박을 밀어내며, 한사코 가게주인남자가 골라주면서 그게 더 좋다고 권했던 수박은 다음날 열어보니, 너무 오래되어 속이 곯아 있었다. 그렇게 우리를 속였던 가게도 지나쳤다. 425번 국도가 끝나고 시작되는 고속도로(A1, E65)로 올라서면 스플리트와 자그렙 이정표가 눈에 들어오고, 이제 고속도로는 다리와 터널을 지나고 계곡을 지나면서 높은 산으로 이어지는 고원 위를 달리게 된다.
 
우리가 여행 세 째날 밤중에 지나쳤던 길을 140km 되돌아가는 지점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가 시골길을 따라 내륙으로 30~40킬로미터를 더 달려야 이모츠키가 나온다. 산비탈을 지나가는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은 편하고 정겹다. 이모스키는 크로아티아 땅이고 이웃나라 보스니아-헤르츠고비나와 국경이 가까운 위치에 있는 동네다.
 
이모츠키는 높은 산 중턱에까지 집들이 이어졌고, 동네 인근 높은 산 중간쯤에 레드 호수(Red Lake)가 있었다. 이 호수는 어느 날 갑자기 산 일부가 커다란 구멍을 내면서 폭삭 꺼지며 생긴 호수로 그 크기가 엄청나다. 위에서 수면까지가 528m, 폭이 281m이다. 그리고 다시 그 수면에서 호수바닥까지가 558m인데 그 다음 옆으로 뚫린 구멍은 그 길이가 얼마인지? 조사된 바가 없어 지금까지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몇 번인가 탐사를 시도했지만 그 길이와 깊이가 끝이 없어 매번 실패를 거듭했을 뿐이다. 물이 짠 것으로 봐서는 분명히 바다와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그렇다면 땅속으로 70여 킬로미터가 떨어진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호수의 깊이를 조사하는 계획이 다음 주에 다시 있다고 들려준다.
 
다음은 같은 산인데 200~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또 다른 호수가 역시 커다란 구멍으로 폭삭 가라앉으면서 생긴 것으로 호수 이름은 파란 호수(Blue Lake). 내려다 보는 파란호수는 가뭄으로 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였다. 요즘 며칠간 두브로브닉에는 비가 왔었는데 여긴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은 가뭄이 6개월째 계속된다고 했다.
 
호수로 내려가는 길이 세 개가 있었고, 높은 산 중턱에 있는 깊은 호수에서 수영하기 위해 좁은 길을 걸어내려 가는 오솔길들은 호수와 어우러져 이 동네사람들의 즐거움과 추억을 만들어주는 요람같이 멋지지만 지금은 개구리도 헤엄을 칠 수 없을 정도로 바싹 말라 바닥이 드러난 모습이 안타깝다.
 
우리의 여행에 도움을 준 이모츠키에 사는 크로아티아 여자는 독일 말도 잘하며, 지금 살고 있는 이모츠키는 물론이고, 그 전에 살았던 스플리트까지 그녀의 활동은 활발한 것 같았다. 독일생활을 완전히 접고 귀국했다는 그녀는 모든 일에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독일에서 사는 순한 양 같은 한국인 몇 사람이 왔으니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바쁘다.
 
이모츠키에 있는 식당에 점심예약을 비롯해 오늘여행 가이드와 차량과 스플리트에서 우리가 탔던 보트 예약까지 모두가 그녀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그곳 농가에서 만들었다는 과일주도, 치즈도 좋다고 권했다. ‘일 주는 원하는 사람만 공금이 아닌 자비로 사기로 했다. 우리는 그곳 사정을 모르니 크로아티아 여자가 하자는 대로 했고 우리로서는 그녀를 믿고 모든 것을 맡기는 형편이었다.
 
이번 일정 중, 점심은 거의 잊고 정신 없이 여행을 하다가 3~4시경쯤에 시장기를 느껴야 챙겨먹었는데, 오늘은 12시에 점심예약을 하자고 한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우리를 도와주었고 그런 그녀가, “‘크로아티아 전통요리가 좋다고 권하는데 거절을 할 수 없어서 이루어진 점심예약이었다. 그 전통요리는 모든 재료를 한 솥에 넣고 솥뚜껑을 닫고 그 위에 나무로 덮어 3~4시간을 불을 지피어 만든다고 했고, 나중에 가서 보니 사방이 막힌 창고 같은 부엌은 천장도, 벽도, 바닥도 그리고 솥까지도 모두 검은 색깔인 곳에서 만든 음식이었다. 옛말에 고기는 씹는 맛이라고 했는데 진 맛이 빠져버린 퍼삭거리는 고기에다가, 감자볶음은 기름기가 너무 많아 배고픈 나그네에게도 전혀 땡기지 않았다.
 
옛날에 우리가 가난했을 때 꿀맛처럼 먹었던 그리운 추억으로 떠오르는 음식을 모든 것이 풍부한 지금 사람들에게 기가 막히게 맛있고 좋은 음식이라고 권한다면 전혀 맞지 않은 딴 세상 이야기가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때 그 시절 그 음식이 훌륭해서 최고의 음식이 아니라, 배가 고팠던 서러운 시절의 음식이라서 꿀맛처럼 달콤한 최고의 음식으로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아마 크로아티아의 전통요리도 그런 시절에 먹었던 음식이 이어져 내려와 전통음식으로 자리 잡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가 들어가는 음식재료도 익히는 시간과 순서가 서로 달라야 할 것이고, 양념을 넣는 순서도 달라야 할 것인데 한꺼번에 넣고 삶아서 만든다고 하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거라는 것은 각자 짐작에 맡긴다. 점심식탁엔 도우미 가족 3명과 모스타르 여행을 위해 예약한 차를 가진 기사, 그리고 그가 부른 통역(젊은이) 이렇게 다섯 명이 합석했다. 운전기사와 통역으로 온 젊은이는 점심을 이미 했다고 사양하다가 마지못해 수저를 들었다. 전통요리는 그들에게는 그리운 음식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참으로 거북하고도 불편한 음식이었다. 식당 주위 분위기도 좋았고 주인은 친절했으며 식당은 깨끗했다. 성수기에는 손님이 넘치는 좋은 식당임에 틀림없었다. 점심시간이 길어지면서 한참이나 늦은 시간에 모스타르를 구경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시진: 이모스키의 레드 호수(Red 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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