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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02월05일 00시00분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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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정여사가 들려주는 세상이야기(10)
진화하는 아파트 공화국

초등학교 3학년때쯤인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맨션아파트로 이사 간다고 자랑을 했다. 불편한 부뚜막과, 좁고 가파른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우리 집 장독대와는 달리 장독들을 베란다에 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화장실이 집안에 있어 물만 내리면 다 해결된다고도 했다. 그날부터 나는 엄마만 보면 우리도 맨손아파트로 이사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춥고 냄새 나는 푸세식 화장실이 싫고 비오면 물이 차는 지하실 냄새도 지긋지긋 하다며 투정을 부렸다.
 
그 당시 혼자서 다섯 아이들을 키우던 엄마는 그런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조그만 단독주택인 우리 집을 팔아도 그 돈으로 아파트를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어려서 경제개념이 없던 나는 영어로는 맨션이지만 한국어로는 맨손이니까 싼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안 된다고 하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2003년 프랑스 한 여성 지리학자가 한국의 아파트를 연구해 아파트 공화국이란 책을 발표했다. 그녀는 책 속에서 주택이 유행상품처럼 된다는 것은 놀라운 것이다……결론적으로 말해 대 단지 아파트는 서울을 오래 지속 될 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는 주로 젊은 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집단 거주지인 아파트를 공공임대 방식으로 건설했다. 그러나 주거환경과 교통여건을 고려하지 않은데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자 빈민층이 주로 거주하게 되었고, 2000년대 초부터는 다른 유럽의 공공임대 아파트와 같이 주로 실업자와 이민자들이 살게 되었다. 그 후 15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여전히 아파트 공화국으로 한국인 10명중 6명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은 국토의 70%가 산악지대인데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반도이다. 또 주거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다 보니 대도시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좋은 품질의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아파트가 탄생한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과는 달리 유독 한국은 중산층의 조건으로 집(부동산)이 기준이 된다.
 
조선시대 중산층의 기준
1. 두어 칸 집에 두어 이랑 전답이 있고, 겨울 솜옷과 여름 베옷 각 두어 벌이 있을 것.
2 서적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햇볕 쬘 마루 하나, 차 달일 화로 하나, 늙은 몸 부축 할 지팡이 하나, 봄 경치 찾아 다닐 나귀 한 마리를 가지고 있을 것.
 
2000년대 중산층 기준
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월급 500만원 이상, 자동차 2000cc이상, 통장잔고 1억 이상, 해외여행 1년에 1회 이상 서울은 국제적인 도시이다 보니 모두들 서울에서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땅값이 비싸고 집을 지을 장소가 부족하다 보니 서울근교(수도권)에 신도시라는 위성도시를 만들고 있으며, 그 범위가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이었던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려들었던 데다, 택지가 부족했고 과밀화된 강북 구 도심을 발전시키는 데는 행정절차상의 제약이 많았다. 그래서 구 도심의 대안으로 1960년대 허허벌판이었던 강남을 순차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물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얽힌 비화도 있다고 한다).
 
그 후 그 시절에 지었던 강남의 아파트들이 오래되어 재건축을 하면서 재건축 로또라는 말이 생겨났다. 즉 저층의 아파트를 고층으로 재건축하면서 추가로 새 입주자를 받아들일 수 있었고 그 차액으로 주인은 추가 부담 없이 새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큰 평수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던 주인은 새 아파트 외에 목돈을 거머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는 강북의 구 도심지역까지도 슬럼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의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재건축대상의 저층아파트나 낙후된 지역에 들어와 살던 빈곤층 사람들이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오른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떠나는 현상을 나타내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파트의 가치는 전철이 있어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크고 작은 숲을 끼고 있는 숲세권, 푸르름과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공원을 끼고 있는 공세권, 강을 끼고 있는 강세권, 특히 교육열이 높은 나라인만큼 학교를 중요시 하는 학세권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의 아파트는 한 마을처럼 주로 대단지로 이루어져, 학교나 마트 같은 편의시설들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유지비가 저렴하고 관리가 편리하며 치안에 허점이 거의 없어 범죄에 안전하다. 또 그 아파트의 주민들만 사용하는 기반시설이 들어서있다. 넓은 정원, 주차장, 엘리베이터, 놀이터와 경로당은 기본이고 몇 년 전부터는 수영장, 체력단련장, 골프 연습장, 미니도서관, 주민카페와 손님용 숙박시설 등이 추가됐다.
 
매년 새 아파트가 지어질 때 마다 더 편리해진 새로운 기술이 소개되고 있다. 심지어 언덕이 있는 아파트는 노약자를 위해 단지 내 미니자동차를 운행하기도 한다.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자기 집 현관에 도착하고 또 호텔처럼 청소나 관리를 도맡아 해주는 아파트까지도 있다.
 
나는 한국처럼 아파트를 잘 짓는 나라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제개발과 함께 성장한 건설 붐 덕택으로 한국의 아파트는 점점 진화되어 맨몸으로 들어가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좁은 국토에 아파트만큼 효율적이고 편리한 보편적인 주거시설이 없고, 또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파트 키즈들에게는 이미 친숙한 공간이기도 해서 앞으로도 아파트주거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몇 년 전 프랑크푸르트로 처음 이사 왔을 때만해도 만나는 지인마다 한국에는 왜 그렇게 똑 같은 아파트가 많고, 가격도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비싼지 의아해 하며 그 이유를 묻곤 했다. 그러나 2018년 현재 프랑크푸르트와 같은 독일 대도시에는 여기저기 고층아파트와 획일적인 모양의 아파트가 줄줄이 들어서고 있고, 또 들어설 예정이다. 새 아파트 값도 연일 고공행진 중인 것을 보면서 독일도 바야흐로 아파트공화국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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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redaktion@kyoposhinmun.d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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