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크로아티아(Croatia) 여행 12일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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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01월08일 00시00분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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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Croatia) 여행 12일 – (6)
황만섭(재독한인총연합회 자문위원)

(2017. 9. 2 ~ 9.14)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크로아티아에 가면 지중해변이니까 엄청나게 많은 양의 생선회를 실컷 먹어보자고 옹골찬 계획을 세웠었다. 오늘(9/8)은 금요일, 그 생선회를 원 없이 먹어보자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다섯 명이 아침 일찍 두브로브닉 생선시장을 찾아 나섰다. 높은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항구엔 이틀 전에 보았던 유람선들은 이미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고, 또 다른 유람선들이 새로 들어와 있었다.
 
새벽에 두브로브닉 생선시장에 가는 것은 두브로브닉을 두 번 여행하는 거와 같았다. 여행했던 곳을, 또 다시 가게 되면 그곳의 풍경이 더 확실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훗날 그곳을 추억할 때 마치 그곳에 살았던 것처럼 생생하게 구석구석을 떠 올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오후에 다시 야경을 보러 나오기로 했으니, 그렇게 되면 두브로브닉 여행은 세 번째가 되는 셈이다. 우리들에겐 이 모든 것들이 다 행운이었다.
 
생선시장엔 눈을 씻고 봐도 참치도 없었고, 연어도, 문어도 없었다. 멸치, 새우, 청어, 고등어 등이 생선냄새를 심하게 풍기고 있었다. “멸치도 생선인가?” 생선시장은 썰렁했다. 20(100크로나), 오징어 약간, 새우 3kg, 가자미 그리고 상추 3개와 양파 4개를 사왔지만,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생선회를 먹자는 찬란한 꿈은 허망한 꿈이 되어버렸다. “싱싱한 생선에서는 생선냄새가 나지 않는다2년 전 세상을 떠난 친구(박영기: 뒤셀도르프 대양식품)가 생전에 나에게 들려주었던 말이다. “생선에서 냄새가 난다는 것은, 이미 그 생선은 상해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해 주었던 친구가 생선냄새를 맡을 때마다 떠올랐다.
 
이제 집안에도 차 안에서도 생선냄새가 진동했다. 주방을 담당한 친구들의 사정은 더 어려울 것이다. 만들어 온 반찬은 바닥이 난지 오래고, 준비된 양념도 변변치 않는 상태에서 냄새를 풍기는 생선까지 겹쳤으니, 좋은 음식을 만들어 일행들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은 조건(이유)이 맞지 않았다. 역시나 주방에서 노력한 수고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대로 생선요리는 우리를 괴롭혔다.
 
17:00경 두브로브닉 시내 야경을 구경하러 나섰다. 날이 어두워지자 불이 들오기 시작했고, 거리의 악사들이 바이올린 연주, 기타연주, 그리고 작은 밴드들의 연주가 광장과 길거리 그리고 골목마다 넘쳤다. ‘! 사람들이 사는 행복이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리석으로 깔려있는 성안의 길들은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고, 도로와 좁은 골목들은 이 도시국가가 옛날에 얼마나 찬란한 영화를 누렸는지를 보여주면서 속삭이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은 항상 똘똘 뭉쳐 다녔다.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철칙을 철저하게 실천하는 정직한 사람들이었다. 야경관광 때에도 유람선을 탈 때에도 한시도 떨어지는 법이 없었고, 앉으나서나 뭉쳐서 단체로 움직였다. ‘국제미아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여럿이 뭉쳐서 단체로 하는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시간만 나면 그랬다. 잠잘 때에만 일시적으로 헤어졌다가 눈을 뜨면 또다시 뭉쳤다. 여행에서 발생하는 신기함이나 호기심보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 걸 훨씬 더 좋아했다. 마치 여자동창생들이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놀다가 헤어지면서 또 한참을 서서 이야기를 하더니, 마지막으로 헤어질 때 더 자세한 것은 집에 가서 전화로 이야기하자고 하는 것처럼 할 이야기가 많았다. 이야기를 즐기는 지? 여행을 즐기는지? 아니면 두 가지를 한꺼번에 즐기는 건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어떤 모임에서든 다수는 중심세력이 되고, 소수는 주변세력이다. 회장단은 중심세력이고, 그밖에 회원들은 주변세력이다. 정치에서도 당권을 쥔 사람들은 주류이고, 당원들은 비주류다. 여행에선 밥줄(포도청)과 돈줄(총무, 금권)을 가진 사람과 여행을 기획했던 사람이 중심세력이고, 그밖에 사람은 기타 등등이 된다. 나는 25년 가까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세계여행사(www.segye.de)를 하면서 가이드로 일한 경험이 습관으로 굳어져 어디를 가나 호기심과 신기함을 채우려는 욕심이 몸에 베어있었다.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말 중에서 난 후자를 택했다. 궁금함을 풀고 신기함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뭉치는 것보다는 혼자 떨어져 돌아다니는 소수의 길을 택했다. 일행 중에는 어디를 그렇게 혼자 다니느냐?”고 물었다. 같이 여행 와서 함께 뭉치지 않고 별나게 혼자 개인 행동을 하느냐고 하는 것 같았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단자에 해당되고, 그걸 군대용어로 풀어보면 탈영병에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여행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4~5마리의 고양이들이 식탁과 의자를 차지하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다가, 우리를 보고 황급히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아마 고양이들도 우리가 세든 사람들인 것을 알아보고 자리를 비켜주는 양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일행 중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식사 때마다 우리 주위를 맴도는 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었고, 대접을 받은 고양이들은 우리들을저 사람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밤늦게 숙소에 도착하던 첫날, 무거운 우리 가방을 훌쩍 들어 위층까지 옮겨주었던 건장한 집주인은 집 구조를 설명해주고 열쇠를 넘겨준 후로는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원래 주인이 사는 방이 없는 집 구조이었고, 주인이 없으니 우리들이 지내기가 대단히 편해서 좋았다. 주인은 여행자들을 상대로 임대만 해주고 사는 사람이었다. 마을에 있는 거개의 집들이 그런 구조인 것 같았다. 우린 외출할 때마다 문단속을 철저하게 했고 계단을 걸어 내려가 마지막으로 현관의 쪽문을 걸어 잠그고 외출을 했다. 아래층과 위층의 발코니만 열려있는 공간이었다.
 
햇볕이 내려 쪼이는 아래 층 발코니는 넓어서 빨래를 널 수 있는 공간과 불고기 파티를 위해 숯불을 피울 수 있는 기구가 준비되어 있었다. 또 넝쿨이 우거진 그늘 아래에서는 아침식사와 맥주 마시기가 좋은 책상과 의자들이 넉넉하게 놓여있는 여유로운 공간까지 합하면 위 아래 층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넓은 발코니이었다.
 
크로아티아 지중해변의 산기슭에 있는 우리 숙소에는 밤새도록 나그네를 위로하느라 귀뚜라미는 애절한 노래를 쉬지 않고 새벽까지 열창해주고 있었다.
 
사진: 두브로브닉(Dubrovnik)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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