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칼럼: 아이들의 미술교육 (2)아이들의 그림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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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1월06일 00시00분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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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이들의 미술교육 (2)아이들의 그림읽기
이희승
텅 비어있던 작업실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다.
 
오늘 처음 온 아이는 수줍음이 많은 듯 엄마 뒤로 숨더니 동물 그림책 몇 장을 보여주자 벌써 눈이 동그래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동물에 대해 얘기하느라 숨이 넘어갈 듯하다. 이쪽에서 저쪽에서 저마다 좋아하는 동물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럼 오늘은 이런걸 한 번 해볼까?” “우와, 저는 큰 종이 주세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머릿속에 굉장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아이, “어휴 선생님, 저는 그런거는 잘 못 그려요저는 그림 그리는 거 싫어한다니까요.” 뾰로통해져서 입을 삐죽이는 아이. “.. 그럼 ㅇㅇ이는 오늘 뭘 그리고 싶은데? 선생님이랑 그림 그릴땐 너무 싫은걸 억지로 할 필요 없어. 근데 조금만 시도해보고 재미 없으면 다른 멋진걸 그리거나 만들어보자!”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영 흥미를 못 느끼는 아이들을 위한 두 번째와 세 번째 옵션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걸 써먹을 일은 거의 없다. 머리를 긁적이며 다른 아이들이 뭘 하나 힐끔거리던 아이도 10분만 지나면 어느새 머릿속이 아이디어로 꽉 차나보다.
 
이제 막 그리기를 시작한 네 살 아이들은 어떨까? “저는 못해요라는 말을 들을 일이 거의 없다.
 
아이들은 무조건 신이 나서 아래와 같은 그림을 그린다. “oo, 이 멋진게 뭐야?” “오리 네마리나 다섯 마리.” 단호한 대답이 돌아온다.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물어본다.
.. 세마리는 여기 여기 여기 찾았는데 나머지 두마리를 못 찾겠네.”
에이, 여기랑 여기 있잖아요.”
아이고, 선생님이 이쪽에서 봐서 못 찾았나봐. 이제 보니 딱 보이네.”
 
아이들의 그림에서는 긍정적 에너지와 자기표현 욕구가 뿜어져 나온다. 즉흥적이기만 한 것처럼 보여도 붓을 놀리고 연필로 끄적이는 과정에는 반드시 생각이 동반된다. ‘여기에 이 색을 칠해볼까?’ ‘종이 위에서 물감을 직접 섞어봐야지.’, ‘ 에잇, 마음에 안들어. 얼른 다른 색으로 지워버릴 거야.’
 
도화지의 90퍼센트가 시커멓게 칠해진 그림들. 뒤죽박죽 색깔이 섞인 무의미해 보이는 낙서 앞에서 어떤 어른들은 고개를 갸우뚱 하지만 그 안에는 아이들의 새로운 실험과 시도가 있고 선택과 결단이 있다.
 
그림 그리고 싶을 땐 좀 시끄러워도, 좀 어질러져도 된다. 아이들은 그렇게 거침없이 표현하며 몰입할 때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의 그림을 볼 때는 결과물로서의 그림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새로운 발견과 시도를 읽어내고 칭찬해주어야 한다.
 
미술활동은 자신을 표현하는 좋은 도구이고,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이며, 정신세계를 자유롭게 해 준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그림으로, 혹은 만들기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그 자유로운 세계에 깊이 빠져든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이런 미술활동에 흥미를 보이는 건 아니다. 아이가 지독하게 미술을 싫어한다며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다. 어떤 경우든 내 아이의 미술적 재능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우리 아이가 미술에 재능이 있어 보이나요?”우리 아이는 정말 미술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다. 이때 부모들이 말하는 미술적 재능은 보통 손재주일 때가 많다.
 
하지만 전공자가 보는 예술적 재능이란 풍부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시도이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내면에 이런 재능을 품고 있다고 봐도 된다. 다만 언어를 배우는 과정과 유사하게 미술도 재능이 드러나는 시기가 저마다 다를 뿐이고 어떤 경우에는 표현하는 마땅한 길을 찾지 못해 재능이 그대로 묻혀버리기도 한다.
 
대신 아이들의 그림은 정말 솔직해서 저마다의 성격과 관심이 가감 없이 드러낸다. 자아가 강한 아이, 규범을 벗어나는 걸 싫어하는 아이, 유난히 꼼꼼한 아이, 심성이 여리고 섬세한 아이, 자유분방한 아이, 성격이 급한 아이, 완벽주의자 성향의 아이….
 
성격에 옳고 그름이 없듯이 아이들의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미술활동을 통해 내면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한계에 부딪혔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나름의 방식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물론 다른 여러 활동을 통해서도 아이들은 성장한다. 하지만 미술활동은 문제해결 방식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가장 자유롭고 자발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고 다른 학습활동들과 차별화된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자주 접하는 예를 몇 가지 살펴보자.
 
몇 가지 색으로 무작정 색칠하는 아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가끔 아이가 어두운 색을 마구 칠할때 괜한 걱정과 함께 다른 색을 쥐어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고 해도 부모가 색을 정해주거나 아이의 색을 평가하지 말자. 아이는 지금 호기심을 느끼며 탐색하는 중이다. 또 색칠을 하면서도 아이들의 머릿속은 상상으로 가득하다. 격려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너무 어렵다고 매번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 되도록 아이의 그림위에 그려주는 것은 피한다. 어려울 때마다 부모가 완성시켜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무작정 쉽게 그리는 방법을 설명해 주지 말고 아이와 특징을 충분히 얘기하면서 다른 종이위에 함께 그려본다.
계속 같은 그림이나 만들기를 반복하는 아이: 마음에 들 때까지 완성시키고자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발동한 것이니 아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지켜본다. 상황에 따라서는 아이 스스로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게 말을 걸어본다. 예를 들어 매일 같은 모습의 공주님만 그리는 아이라면 공주님은 지금 어디에 있어?” 그려보자고 말을 안 해도 성이나 나무를 빼곡히 그려 넣는다. 그때 새로운 시도를 칭찬해준다.
 
미술활동에 흥미와 자신감이 없는 아이: 이런 아이들에게 무조건 그리는 법을 가르치는것은 역효과만 가져온다. 무언가를 그리고 만들어내는 그 순간을 즐기지 않으면 미술활동이 아니다. 어떤 아이들은 소근육이 늦게 발달한 반면 그림을 보는 눈이 먼저 커지고, 또래와 비교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자신감을 잃기 쉽다.
앞서 말했듯이 이런 아이들의 내면에도 충분한 예술적 재능이 있다. 무턱대고 그리기를 시키기 보다는 찰흙으로 만들기, 콜라주 등 아이의 성격에 따라 쉽게 느낄만한 활동을 시도한다. 전시회 등을 함께 관람하는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나는 미술에 소질이 없어요라는 반항아닌 반항은 저도 잘 해보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어요.’라는 뜻일수도 있다. 아이의 눈빛이 갑자기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하자.
 
Eschborn 아뜰리에
 
사진설명 1
오리 네 마리나 다섯마리
꼬마 작가는 오리의 위치를 정확히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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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원 & 이희승 (atelier.eschborn@gmail.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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