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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1월06일 00시00분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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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백운희의 문학 기행//
4편: 앙드레 말로의 <<왕도 (La Voie Royale)>>

등장인물: 클로드 바네크 (주인공), 페르캉, 크사 (보이), 라메쥬 (프랑스 학술원장),
스바이 (감시원), 수레꾼, 안내원, 그라보, 기타 모이족과 스티앙족 원주민들
 
젊은 모험가 클로드 바네크는 캄보디아 정글 속으로 들어가서 옛 사원의 미술품을 도굴하려는 계획을 품고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 그는 페르캉이라는 이름의 독일계 덴마크인을 만난다. 페르캉에게서 뿜어나오는 강한 카리스마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페르캉은 이미 항해 중에 살아있는 전설적 인물이 된다. 페르캉이 캄보디아와 샴 (태국)에서의 경험이 많은 노련한 모험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클로드는 페르캉에게 자신의 계획을 밝히고 모험에 동참해줄 것을 부탁한다.
 
모이족, 스티앙족 등의 만족이 곳곳에 도사리고 살인적인 모기떼와 온갖 징그러운 곤충이 우글거리는 밀림으로 들어가는 이 위험천만한 모험에 페르캉이 동참하기로 한 것은 얻어지는 수확을 반분하자는 클로드의 제안에 솔깃해서만은 아니었다. 페르캉에게는 그라보라는 오지에 남겨진 백인을 찾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는데, 그라보가 있는 곳이 어차피 두 사람이 지나갈 길에서 멀지 않기 때문이었다.
 
클로드가 계획한 길이란 지난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 그 부근의 호소를 메남강 유역으로 연결하던 왕도 (王道)’를 따라 가는 것이다. 이 왕도를 따라 밀집해 있는 옛 절들을 답사하면서 그럴싸한 미술품을 도굴, 프랑스로 반출해 내어 일확천금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인 것이다.
 
앞서 말한 페르캉은 모험가일 뿐 아니라 샴 정부의 요인으로서, 만지의 토인들을 모두 구워삶을 수 있을 정도로 수완이 뛰어난 인물이다. 어쨌든 그가 가지고 있는 오지에서의 경험이야 말로 젊은 클로드가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페르캉은 페르캉대로 무기를 살 돈이 필요했다. 인도차이나에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반 식민정부를 대상으로 무장시킬 생각인 것이다.
 
페르캉은 방콕으로 가고, 클로드는 프랑스 학술원의 라메쥬 원장에게서 인도차이나 원정에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프놈펜에서 두 사람은 합류한다. 원정과 도굴에 필요한 장비를 실은 짐수레, ‘크사라는 이름의 보이, 몇 명의 수레꾼, 안내원, 프랑스 주재원에서 보낸 스바이라는 이름의 캄보디아인 한 명과 함께 두 사람은 정글로 진입한다. 버려진 절에서 무희가 새겨진 석상 부조를 간신히 발견하지만, 이를 떼어내는 일은 불충분하고 미비한 장비 탓으로 생각보다 휠씬 힘들었다. 하지만 이 일 또한 앞으로 닥칠 고통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2부에서 탄탈로스 왕이 받은 저 헤아릴 수 없는 모진 시련이 자기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라는 클로드의 생각이 그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석상을 싣고 마을로 들어와 자는 동안 스바이와 안내원, 수레꾼들이 사라지고 클로드, 페르캉, 크사 세 사람은 오지에 남겨진다. 간신히 데려온 다른 안내원과 함께 그들은 그라보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페르캉은 그라보가 추장이 되어 나름의 영역을 오지에 확보, 휘하에 야만인들을 거느리고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두 눈으로 목격한 그라보는 추장이 되어 있기는커녕 스티앙족에게 나머지 한 눈까지 빼앗긴 채 그 전에 그는 애꾸눈이었다 연자맷돌에 매달려 있는 노예로 전락해 있었다. 두 사람이 그라보를 풀어주자, 자신들이 제공한 쌀술을 함께 마신 이 백인들이 그라보를 풀어준 행위를 쌀술의 맹세를 저버린 배신이라고 간주한 모이족 야만인들은 백인들의 오두막을 포위한다. 도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도주에 성공한다 해도 가장 큰 적인 밀림이 버티고 있다. 절망 가운데 페르캉은 야만인들의 사이로 뛰어들며 전쟁용 양날침에 떨어져 다리에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다.
다리를 절단해야 하지만 전문의료시설은 머나먼 곳에 있고 이웃 마을의 유일한 백인의사는 가망이 없음을 알린다. 오지에서 항생제도, 진통제도 없이 끔찍한 통증에 시달리는 페르캉그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다.
 
죽어가는 페르캉의 모습을 바라보며 클로드는 절망한다.
 
<<왕도>>는 작가인 앙드레 말로 (1901-1976)20대 초반에 아내 클라라와 함께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직접 참여했던 도굴 사건의 체험을 기반으로 쓴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당시 하인으로 데려갔던 크사 (Xa)<<왕도>> 속에서도 그대로 크사로 나온다.
행동작가로 일컬어지는 앙드레 말로는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았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항불 독립운동비밀단체인 베트남 청년동맹에 가담한 것을 비롯하여 1920년대 중반 중국 국민당의 장개석 편에서 싸우기도 한다. 2차 대전 후 드골 대통령 치하에서 장관을 지내기도 한 그는 참으로 다방면에서 활약했다고 할 수 있다. 말로가 젊은 시절을 보낸 20년대의 세계는 정치적으로 극히 불안정했고 유럽은 식민지를 통해 부를 축적하던 시기였다. 고난과 시련으로 가득한 체험이 그의 작품세계를 풍부하게 만든 것은 헤밍웨이와 유사한 점이기도 하다.
 
<<왕도>>는 얼핏보면 탐험소설 같지만 제대로 읽으면 철학으로 가득하다.
이 소설을 특징짓는 세 가지 모티브는 에로티시즘, 죽음, 모험이다. 중심인물들의 에로티시즘은 거의 대화 속에서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반을 통하여 특히 페르캉의 의식 세계와 사상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상념은 물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클로드, 페르캉과 늘 동행하고 있다. 특히 클로드의 심리 속에서 강하게 부침하는 두려움, 공포, 밀림에 대한 혐오 등의 묘사는 참으로 풍부하고도 시적이다. 산문이긴 하지만 이 작품 속에서 문득 문득 프랑스의 시인 폴 엘뤼아르의 시어를 읽었다고 보는 것은 필자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거의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것을 보면 우연만은 아닐수도 있다.
 
좌우지간 왕도로 가는 길을 둘러싸고 클로드와 페르캉 신변에 일어나는 탄탈로스 왕이 받은 것과 같은 저 헤아릴 수 없는 모진 시련의 한가운데 또는 항해 중의 대화 속에서 독자는 앙드레 말로의 심오한 사상과 언어를 접한다. 존재와 죽음에 대한 끝없는 자문, 심연의 싸움이 엮어내는 주옥 같은 언어의 향연이 바로 <<왕도>>의 가치를 한없이 올려주는 것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인간적인 격한 감동 없이 앙드레 말로의 책을 다시 덮지는 못하리라고 한 평론가 쟝 쉴렁베르제의 말에 동감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앙드레 말로의 작품으로는 <<왕도>> (1930) 외에도 <<서구의 유혹 (La Tentation de l’Occident)>> (1926), <<정복자(Les Conquérants)>> (1928) 그리고 공쿠르상을 받은 <<인간의 조건(La Condition humaine)>> (1933) 이 있다.
*작가 백운희: 소설가/ 재독문인협회 회원
사진: 앙드레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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