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잃어버린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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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1월06일 00시00분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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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핸드폰
유한나 (재독시인, 수필가)
 
친구 부부가 만 60세 생일 기념 겸 우리를 방문하러 독일에 왔다.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두 선배 부부와 함께 모두 네 가정이 미니 밴을 타고 짧은 여행을 떠났다. 30년 이상 친분이 있는 네 부부가 처음으로 함께 떠나는 여행인데다가 독일에 오래 살고 있으면서도 아직 가보지 못했던 작센 스위스를 방문하는 설렘을 안고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 첫날,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가 있는 중간 지점에서 쉬었다 가기로 하였다. 커피를 마신 후, 아직 휴게소에서 담소하고 있는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잠깐 따로 의자에 앉아 한국에 있는 지인과 핸드폰으로 카톡을 주고받았다. 잠시 후에 남편이 휴게소 바깥에서 유리문을 두드리며 나에게 나오라고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사용하던 핸드폰을 급히 잠바 주머니에 넣고 출입문을 나섰다. 그리고 몇 발자국 떨어져 있는 차에 올라탔다.
 
차가 출발하기 전, 출발시각을 확인하려고 핸드백 안의 핸드폰을 찾았더니 눈에 뜨이지 않았다. 그 순간, 휴게소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운전하시는 선배에게 알렸더니 되돌아가서 찾아보자고 하셨다. 그래도 달리던 고속도로에서 오던 길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는지라 30분쯤 후에야 그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리셉션에서 일하는 종업원에게 혹시 누군가 핸드폰을 주워서 맡겨놓았는지 물었더니 없다고 말하였다. 내가 앉았던 자리에 가서 의자 밑과 탁자 밑을 찾아보고 사방을 둘러 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다시 차에 올랐지만, 잃어버린 핸드폰 생각에 차창 밖의 멋진 가을 풍경을 한동안 놓치고 있었다.
 
지난해 2월에 마련했던 새 핸드폰이었는데... 2년도 안 되어 잃어버린 핸드폰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 잘 간수하지 못한 자책감이 생겼다. 선배는 내 번호로 전화를 해보았더니 신호가 울리다가 뚝 끊어졌다고 하며 누군가 가져간 것 같다고 하였다. 남편이 내 핸드폰 위치 추적을 해보았으나 꺼져 있는 핸드폰은 위치 추적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카톡을 사용한 후에 휴게소 출입문을 나서기 전, 잠깐 리셉션 쪽에 가서 냅킨 몇 장을 꺼내는 동안 누군가 내 잠바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소매치기한 것 같았다. 키 큰 남자들 몇몇이 리셉션 근처에 모여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의자에서 급히 일어나며 잠바 주머니에 내가 핸드폰 넣는 것을 누군가 주시하고 있었던 것일까?
 
남편은 혹시 탁자에 두고 오거나 바닥에 떨어뜨린 것은 아닌지 내게 재차 물었지만, 틀림없이 핸드폰을 집어 들었고 바닥에 떨어뜨렸다면 소리가 나서 알았을 텐데... 소매치기가 틀림없는 것 같았다. 내가 핸드폰을 잃고 보니, 몇 년 전에 한 후배가 역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핸드폰을 사용하였는데 버스 안에서 잃어버렸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막상 내가 당하고 보니 감쪽같이 한순간에 사라진 내 애용품에 대한 상실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와 함께 했던 사람이 내 곁을 떠나는 날에 이렇게 허망함과 상실감에 빠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차창을 내다보며 잃어버린 핸드폰 생각에 한참 빠져있다가 내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아쉬워하며 손해의식에 빠지는 것은 내가 처음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서 본래 처음부터 핸드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제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마치 중국의 장자가 자신의 아내가 죽었을 때 슬퍼하기는커녕 노래를 불러서 지나는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내 아내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 것인데 슬퍼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일화가 생각났다.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게 될, 혹은 내가 떠나게 될 주위 사람들을 그들과 함께하도록 정해진 시간 동안 사랑으로 섬겨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자녀를 비롯한 가족 친지 그리고 친구들과 이웃은 내가 원래 가지고 태어난 내 소유물이 아닌, 내 곁에 일정한 기간만 함께하는 소중한 선물로 생각한다면, 그들과 함께 있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러나 만남의 끝이 언젠가 다가올 일정한 시간 동안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헤어짐의 시간이 올 때도 그들 혹은 내가 본래의 위치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면 허망함이나 깊은 상실감을 속히 극복할 수 있겠다 싶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우리가 사용하던 애용품이나 귀중품을 넘어서 반려동물, 더 나아가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내면서 홀로 이 세상에 왔듯이 홀로 가는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가 숙박할 곳에 이르렀다. 우리가 머문 곳은 체코 국경이 그리 멀지 않은 피르나(Pirna)라는 목가적인 소도시였는데 작센 스위스 여행의 출발 지점으로 애용되는 곳이라 한다. 작센 스위스는 작센주에 있는 산악 지대로서 마치 스위스와 같이 아름다운 곳이라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1천여 개의 산봉우리와 계곡이 있어 세계 각지에서 암벽 등반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바슈타이'(Bastei)는 작센 스위스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암석 봉우리 지역인데 약 백만 년에 걸친 침식 작용으로 기괴한 형상을 이룬 큰 암석들이 숲속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바슈타이 돌다리에서 바라다보는 짙은 회색의 기암괴석들은 세월의 흔적이 거뭇거뭇 새겨진 바위 병풍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바위들은 길쭉길쭉한 대여섯 개의 바위 손가락들을 가지런히 모아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거대한 바위 손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높은 하늘과 구름, 바위와 숲, 계곡과 강물이 조화를 이루며 평화로운 가을 풍경을 선보이고 있었다. 내리쬐는 가을 햇빛과 스치는 바람을 싣고 쉼 없이 흘러가는 엘베강이 내게 말하는 듯하였다. 놓친 것, 잃어버린 것에 대해 집착하거나 미련을 두지 말고 더 넓은 곳으로 계속 유유히 흘러가라고...
 
핸드폰을 잃고 보니 그동안 나와 연결되었던 카톡방, 소통망들이 끊어져 몇몇 친구들은 내게 연락되지 않는 것을 염려했고, 몇몇 이웃들은 연락해도 답장이 없는 내가 갑자기 소식을 끊었다고 오해하기도 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마침 내가 핸드폰을 잃어버릴 경우를 위해 핸드폰 보험을 들어놓았던 남편의 용의주도함(?) 덕분에 새 핸드폰을 50유로만 내고 똑같은 기종의 핸드폰을 다시 신청할 수 있었다. 본인 실수로 어디엔가 핸드폰을 두고 오거나 잃어버린 경우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소매치기 당했다는 경찰서 확인 서류를 제출하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망가졌을 경우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내 곁을 떠난 핸드폰이 어딘가에서 새 주인을 만나 잘 지내길 바라면서 내게 새로이 맡겨진 이 핸드폰을 아끼며 오래 내 곁에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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