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상냥한 정여사가 들려주는 세상이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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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0월16일 00시00분 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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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정여사가 들려주는 세상이야기(6)
 미스 사이공과 미스 옐로우, 그리고 코레오그래피
 
이 나이에 내가 하랴? 일주일만 젊었어도.” 라는 유행어로 유명했던 코미디언 출신의 한 배우가 있다. 그는 방송에서 연예계 생활을 오래했지만 소위 뜨지 않은 배우아들을 소개하며 이렇게 격려했다. “성공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언제나 준비 잘 하면서 때를 기다려라. 그리고 또 영원히 잘 안되면 어떠냐, 하고 싶은 것 하는 거지”. 그의 발언에 멋있다’, ‘쿨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든든하니 자식에게 하고 싶은 일 하라는 거지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는 서민 가정에서는 먼 꿈나라 이야기다라는 반응을 했다.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외교관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공원에 도넛이 마구 널려있다는 미국에도 가고 싶었고, ‘로마의 휴일의 여주인공처럼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로마에도 가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청춘 시절 당시 여자 외교관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특정계층 이외에는 외국을 마음대로 나갈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고, 밥벌이가 최우선 순위였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 따라 꿈도 달라져야 했다.
 
행복지수 2016년도 1, 2017년도 2위로 뽑힌 덴마크인들의 행복비결은 밥벌이를 위해 일을 선택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데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나에게는 밥벌이가 걱정되는 안무가(choreographer) 딸이 있다. 딸은 큰 돈을 버는 것 보다 넉넉지 못한 예술가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늘 말한다. 어릴 때부터 어학 재능이 남다르고 언변이 뛰어나 외교관으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못 다 이룬 나의 꿈을 딸을 통해 이루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얼마 전부터 딸은 자신이 연출하는 미스 옐로우에 출연할 중년의 아시아배우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독어, 영어와 한국어를 이해하는 마땅한 배우를 찾을 수 없자, 반 강제적으로 나의 출연을 부탁했다. 사실 유치원 때부터 라디오 방송국에서 독창을 한 경험도 있고, 노래와 춤으로 동네 약 장사 무대에 서서 곧장 상품을 타왔으며, 여고시절 방송반 활동을 통해 무대 경험까지 있던 터라 거듭되는 권고에 마지못해 수락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도전과 딸과의 다시 못 올 추억거리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한 자칭타칭 생활연기의 달인임을 자부하던 터이라 잘 짜인 각본을 달달 외우기만 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내 자식 또래의 젊은 무용가, 작곡가와 연극인들과 작업을 하면서 나의 생각이 얼마나 낭만적이었는가를 깨닫는 데에는 불과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제일 먼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고해성사하듯 풀어놓아야 했고, 그를 바탕으로 내 자신의 노래가 만들어졌다. 내 몸에 맞는 안무도 짜 주었다. 숨쉬기와 장보기만을 하던 내가 음악에 맞춰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코러스도 하려니 어깨도 결리고 목도 쉬기 일쑤였다. ‘내가 10년만 젊었더라면이란 푸념이 절로 흘러나왔다. 함께 공연하는 젊은 동료는 나에게 그림을 감상할 때 설명이 없이 제목만 보고도 각자의 해석을 할 수 있듯이, 코레오그래피는 그냥 예술의 한 장르로 받아들여 즐기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레오그래피는 나에게 칸딘스키의 추상화와 젊은이들의 랩처럼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뉴욕대 공연 예술학부 교수인 안드레 레페키는 코레오그래피를 퍼포먼스와 움직임의 정치학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무용()은 아름다워야 하는지, 또 우아한 몸짓의 연속이면 충분한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안무가들을 무용에 새 숨을 불어넣고 낡은 무용을 비워내고 다시 쓴다고 표현했다.
 
미스 옐로우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과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풍자극이다.
 
독일(선진국)사회에 살기를 원하는 3명의 외국인들이 뮤지컬 탤런트 쇼를 통해 과연 누가 남을 수 있는지를 평가 받는 것이다.
 
나비부인(초초상): 15살 때 죽은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을 일으키려고 게이샤가 된 나비부인은 미국 해군 중위 핑커톤을 만나 결혼을 한다. 핑커톤과의 새 삶을 꿈꿨던 초초상과는 달리 핑커톤은 젊은 날의 불장난으로 여기고 미국여성과 결혼을 한다. 그가 떠난 후 홀로 그의 아들을 낳아 키우던 초초상에게 3년이 지나 갑자기 찾아온 핑커톤은 아들만 데려가 키우기를 원한다. 절망한 초초상은 아버지의 유품인 단도로 할복 자살을 한다
미스사이공(): 베트남 전쟁에 참가한 미국인 크리스는 드림랜드라는 클럽에서 전쟁 고아인 17살 킴을 만나 결혼을 한다. 그러나 미군 철수로 인해 둘은 생이별을 하고 킴은 아들을 낳아 혼자 기른다. 3년이 지난 후 집안에서 정해준 약혼자 사촌 투이가 킴과의 결혼을 원하며 아들을 죽이려 하자, 그를 살해한다. 킴이 죽었다고 믿은 크리스는 미국에서 결혼을 했고, 그 후 우여곡절 끝에 크리스 부인을 만난 킴은 아들을 미국에 보내기 위해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나비부인미스 사이공은 백인 우월주의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대사로 인종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아시아 여인을 노리개로 삼고 떠나버린 서양남자들과 왜곡된 동양사상에 바탕해 무조건적인 아메리칸 드림의 허망함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운명처럼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는 새드엔딩으로 극적인 요소를 둘 다 가지고 있어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미스 옐로우는 인종 평등, 성 평등을 주장하며 서구의 자본주의를 개선해 모두의 해피엔딩을 추구한다.
 
딸은 비록 외교관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세계의 여러 나라를 다니며 공연을 하고 있어, 내 꿈의 반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러시아의 법학과 교수이며 경제학을 전공했던 칸딘스키는 형태가 없어도 색채, , 선으로 사물 표현이 가능하다는 데에 영감을 얻어 추상화의 대가가 되었다. 칸딘스키가 현대 미술사의 역사를 새로 썼듯이, 딸도 코레오그래피의 역사의 한 획을 긋기를 소망한다.
 
드디어 오늘 무대의상이 도착했다. 마담 옐로우인 나는 해피엔딩이 좋다. 다음 주로 다가온 공연을 위해 다시 고군분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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