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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0월16일 00시00분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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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백운희의 문학 기행//

3: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장인물:
쇼타, 고헤이, 아쓰야 (좀도둑 삼총사) / 마쓰오카 가쓰로 (‘생선 가게 뮤지션’)/ 나미야 유지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 나미야 다카유키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의 아들), 나미야 슌고 (나미야 다카유키의 손자)/와쿠 고스케 (‘폴 레논’)/ 무토 하루미 (‘길 잃은 강아지’)/
미나즈키 원장/ 기타자와 시즈코 (‘달 토끼’)/ 아키코 다쓰와 아키코 세리/ 가와베 미도리 (‘그린 리버’)
 
 
쇼타, 고헤이, 아쓰야는 불우한 어린 시절과 운이 따라주지 않는 삶의 희생자라면 희생자로서, ‘환광원이라는 아동복지시설에서 함께 성장했고, 폭력만 빼고는 온갖 나쁜 짓을 함께 하는 백수 젊은이들이다. 훔친 차가 한밤중에 서버리자 그들은 쇼타의 제안으로 근처의 폐가 나미야 잡화점으로 피신한다.
 
날이 샐 때까지만 기다릴 작정으로 들어간 그곳이 과거에 유명했던 고민상담소였다는 것을 모르는 세 사람은 달 토끼’, ‘생선 가게 뮤지션’, ‘길 잃은 강아지등의 닉네임으로 들어오는 편지들을 받고 전혀 예기치 않게 카운셀러 역할을 떠맡게 된다. 33년 전에 죽은 나미야 할아버지가 생전에 했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숨어들어온 시간에0시를 기하여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상담소가 33년 만에 부활한다는 것을 이 젊은 삼총사가 알 턱이 없었던 것이다.
 
죽은 나미야 할아버지는 그 마을 사람들의 온갖 고민거리를 편지로 받아 답장을 써주는 일을 잡화점 일보다 더 소중히 하였다.
 
이야기의 배경은 동경에서 기차로 두 시간 걸리는 위치의 작은 베드타운으로서 지명은 소설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등장인물은 여럿이지만 작품의 핵심을 이루는 두 개의 축이 있다. 나미야 잡화점과 환광원이라는 아동복지시설이다.
 
백수 삼총사의 카운셀링은 달 토끼라는 젊은 여성의 편지에 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성장과정이 불우하여 가방끈이 짧고 결국은 범죄자로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지만 근본적으로 선량한 이 젊은이들은 달 토끼의 고민을 나름대로 분석, 심사숙고한 끝에 답장을 써 준다. 답장을 쓰는 족족 달토끼에게서 수 분 내로 또 다른 편지가 날아드는 것을 보고 그들은 비로소 나미야 잡화점 건물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한다는 엄청난 사실을 깨닫는다.
 
우오마쓰생선가게 아들인 가쓰로는 뮤지션의 길을 걷느냐, 병상에 누운 아버지의 생선가게를 이어받을 것이냐의 양자택일 문제로 고민하다가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넣는다. 답장에는 허황된 꿈으로 세월 낭비하지 말고 당장 현실로 돌아오라, 즉 아버지의 생선가게를 이어받아야 한다라고 씌어있다. 나미야 할아버지의 대답이 어울리지 않게 터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쓰로는 그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나미야 할아버지의 충고에 따라 가쓰로가 생선가게를 맡아 운영하겠다고 하자, 뜻밖에도 아버지는 뮤지션의 길에 충실하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전적인 뒷받침에 고무된 가쓰로는 박차를 가하여 음악에 전념하는데
아동복지시설 환광원에 위문공연을 간 가쓰로는 그날밤 발생한 화재에서 다쓰라는 아이를 불 속에서 구하고 자신은 화마의 유일한 희생자로 사망한다. 화재가 나기 전날 위문공연에서 그가 부른 자작곡 <재생>을 가슴깊이 새겨 들은 다쓰의 누나 세리는 훗날 유명한 가수로 성공한다.
 
환광원이 불에 타 위문공연 온 뮤지션이 사망한 사실을 가쓰로에게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삼총사는 가쓰로에게 당신의 음악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당신이 만들어 낸 음악은 틀림없이 오래오래 남습니다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라고 쓴다. 그들은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운명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학생인 와쿠 고스케는 80년대 최신형 스테레오를 가질 수 있는 정도로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다. 고스케는 비틀즈에 심취했던 사촌형이 어느날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자 쓰레기통에 처박혀질 뻔한 비틀즈의 레코드판을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다. 고스케에게 그 레코드판은 둘도 없이 소중한 보물이다. 영원불멸할 것 같던 고스케 가족의 부귀영화는 어느날 아버지의 사업이 궁지에 몰리면서 무너진다. 빚장이들을 피해 야반도주를 계획하는 부모님과 함께 떠날 것인가 고민하다가 고스케는 나미야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
 
할아버지는 식구는 함께 있어야 한다, 부모님의 결정을 신뢰하라고 충고한다. 할아버지의 충고를 따르기로 한 (중학생의 어린 나이에 어떤 다른 선택이 가능하겠는가!) 고스케는 짐을 챙기고, 금쪽같이 여겨 온 비틀즈 레코드판도 만 엔에 팔아버린다. 가족은 한밤중에 집을 떠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버지에 대한 환멸을 느낀 고스케는 어둠을 타고 도주해 버린다. 어찌어찌 동경까지 오게 된 고스케는 경시청 청소년과의 형사에게 걸려 심문당한다.
 
그는 시종일관 묵비권을 행사한 끝에 생각해 낸 후지까와 히로시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환광원으로 넘겨진다. 환광원에서 두 달여를 보내며 취미삼아 시작한 목각 기술을 장인 휘하에서 일하며 더 넓히고, 가쓰로의 삶은 나름대로 궤도에 들어서는 느낌을 준다. 세월이 흘러, 고스케는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창구가 부활한다는 것을 인터넷에서 읽고 자신이 살던 옛 동네로 돌아온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른 외로운 바에서 고스케는 과거에 자신이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비틀즈LP판을 보고 새삼 감회에 젖는다. 그러나 마담 에리코 (비틀즈 레코드를 산 친구의 여동생)를 통하여, 고스케가 사라진 후 부모님이 결국 동반자살을 선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아픈 마음을 달래며, 부모님은 돌아가셨다, 긴 사연은 얘기할 수 없지만 일단 할아버지의 충고를 따른 덕택에 자신이 현재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그는 나미야 할아버지에게 감사편지를 쓴다.
 
하마터면 천기를 누설할뻔한 상황에도 슬기롭게 상담에 임하는 쇼타, 고헤이, 아쓰야는 젊은이다운 경쾌함으로 재치있는 답장을 써서 상담 받는 이들을 놀라게도 하고 직격탄과도 같은 대답으로 경악하게도 만든다.
 
무토 하루키는 결과적으로 세 사람의 충고에 가장 많은 덕을 보는 여성 캐릭터인데, 80년대 일본의 치솟는 부동산 시세와 호경기를 타고 성공가도를 달린다.
 
다양한 운명에 당면한 위의 여러 캐릭터는 나미야 할아버지든, 백수 젊은이들에게든 카운셀러라고 믿은 이에게서 받은 충고를 기반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
 
나미야 잡화점에는 시간이 멈춰 있다. 등장인물은 모두 어디선가 한번은 다른 등장인물을 과거 또는 현재 또는 미래에서 스치던가 만나던가 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데에 독자는 언젠가 익숙해지지만, 삼총사 중의 두목격인 아쓰야가 무심코 던져 넣은 백지에 대한 답장편지는 시공을 모두 초월한 것이다.
 
33년 전에 자신의33번째 기일 즉 9130시에 상담창구가 부활한다고 공고문을 쓰도록 유언을 남기고 사망한 나미야 유지 노인이 하늘 어디엔가에서 지상을 굽어보며,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부디 스스로를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정으로 기원합니다라고 따뜻한 격려의 말을 쓰고 있다.
 
죽은 사람에게서 편지가 오는 그런 일이 가능할까?
과거,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상황이 정말 있을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이성적으로 볼 때는 불가능하고 비논리적인 사건들이 숨가쁘게 벌어진다. 하지만 현실이나 현실성이란 것 자체가 상대적이라고 한다. 작품이 비현실이니 비논리적이니 따지기 전에, 이야기가 독자에게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아니 독자가 작품을 읽는 중 무엇을 획득하였는지가 궁극적으로 중요하다. 독자들은 어느 틈엔가 달 토끼’, ‘생선 가게 뮤지션’, ‘길 잃은 강아지또는 그린 리버등의 닉네임을 가진 사람들의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미야 할아버지든 누구에게서든 돌아오는 충고의 말을 어느새 자신의 것으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미야 잡화점의 후속타가 나온다면 아마도 백수 삼총사가 회두하여 완전히 변모,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며 나미야 잡화점 건물을 사서, 모던한 청소년 상담센터로 개조하여 자신들도 거듭나는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그러면서도 수많은 변수와 반전을 독자는 만나게 되지 않을까 나름대로 상상을 해본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2012중앙공론 문예상시상식 자리에서 어린 시절에 책 읽기를 싫어했던 나 자신을 독자로 상정하고, 그런 내가 중간에 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라고 했다고 한다. (양윤옥씨의 옮긴 이의 말참조)
글 쓰는 이들의 취지나 자세도 참으로 천차만별이라는 것이 여기서 드러난다.
 
필자의 견해로 볼 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고전적 의미에서의 문학성이라는 점에서 다소 부족함은 있되 일본 소설 특유의 재미와 공감대를 확실히 갖추고 있다.
그런 면에서, 너무나 바쁘게 살고 있기 때문에 술술 읽히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책을 선호하는 21세기 독자들의 성향에 아주 상응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백운희: 소설가/ 재독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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