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9월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국내외 기념공연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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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09월11일 00시00분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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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국내외 기념공연 잇따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로 통하는 윤이상(1917~1995)의 탄생 100주년(917)을 앞두고 고인의 음악 세계를 조명하는 공연이 잇따라 열린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공식 방문한 김정숙 여사가 윤이상의 묘소를 가장 먼저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예술단장 겸 상임지휘 성시연)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겸 경기필의 창단 20주년을 기념하고자 통영국제음악당과 예술의전당, 폴란드와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한다.
 
우선 826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윤이상의 대표곡 '예악''무악'을 선보였다.
'예악'은 윤이상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 준 곡으로, 1966년 도나우에싱겐에서 초연됐다. 제례적이고 장엄한 의식을 표방한다. 특히 이 곡에서 사용된 우리나라의 전통 악기 생황이 작품 전체에 독특한 음색을 부여한다. 우리의 전통 궁중음악처럼 박으로 시작된다는 것도 이 곡의 특징이다.
 
'무악' 역시 한국적이다. 윤이상은 한국 음악의 역사에서 수천 년 동안 전승되어 왔던 춘앵전(임금의 생일잔치 연에서 추던 꾀꼬리 춤)을 연상하며 이 곡을 작곡했다.
이날 또한 윤이상의 제자였던 호소카와의 작품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탄식'을 소프라노 서예리가 협연하는 무대와 리게티의 '론타노'가 준비됐다.
 
99일에는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윤이상의 '예악', '무악'과 리게티의 '론타노'을 들려준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이 협연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도 마련했다.
특히 유럽에서 손꼽히는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Musikfest Berlin·오는 831일부터 918일까지)에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초청받아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경기필은 윤이상 탄생 당일인 917일 오전 11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윤이상의 교향악 작품 '예악''무악', 윤이상의 제자인 호소카와의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탄식'(협연 서예리), 리게티 '론타노' 등을 들려준다.
 
이번 공연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 측이 윤이상의 탄생일인 917일을 '윤이상 데이'로 기념하며 마련됐다.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 밍게트 콰르텟 초청 연주, 윤이상 영화 상영, 관련 대담 개최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이와 함께 경기필은 폴란드 카토비체에서의 공연도 예정됐다. 폴란드 국영 방송이 주최하는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915일 카토비체에 있는 폴란드 방송교향악단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윤이상의 교향악 작품 '예악', '무악' 외에 바르톡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도 연주한다.
통영국제음악재단(TIMF) 앙상블은 내달 16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 '윤이상을 기억하며'를 펼친다.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이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위촉한 여러 작곡가의 작품들 중 배동진의 신작 '패치워크'가 초연된다.
 
또 현대음악에 탁월한 해석을 보여주며 TIMF앙상블과 지속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는 지휘자 최수열(서울시향 부지휘자)과 린츠 주립극장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한 소프라노 이명주가 함께 한다.
 
고향인 통영에서도 윤이상을 기억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99일 도남동 트라이애슬론 광장에서 '윤이상탄생 100주년 야외음악회 - 윤이상을 기억하며'가 열린다. 뮤지컬배우 카이가 진행을 보고 소프라노 강혜정, 4중창팀 '포르테 디 콰트로' 등이 출연한다.
선생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통영 앞바다에서 열리는 이번 음악회는 윤이상을 기억하며라는 주제로 시민들에게 더욱 쉽고 친근하게 그의 음악을 해석한다.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00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통영시민합창단은 고향의 봄우리의 소원은 통일두 곡을 추모곡으로 준비했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이 공연을 위해 시민 100명을 모집했다.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 TIMF 앙상블 등도 선생의 곡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탄생일인 917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는 '해피 버스데이 윤이상'이 펼쳐진다. 소프라노 이명주, 플루티스트 최나경 등이 나온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은 윤이상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5일부터 917일까지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17-17''의 주역인 '청년 윤이상 연주단''프롬나드 콘서트'를 선보인다.
 
청년 윤이상 연주단은 지난 6월 음악학도 대상 공개 모집 및 오디션을 통해 구성된 청년 클래식 앙상블이다. 바이올린, 클라리넷, 첼로, 피아노 4가지 악기 편성으로 총 12명이 선발됐다.
 
6회에 거쳐 진행되는 '프롬나드 콘서트'는 윤이상청음구역으로 변모한 문화역서울 284, 윤동주문학관, 서울로7017 등에서 진행된다.
 
살롱 콘서트 '100년의 정거장' 음악극 '100년의 예술가, 윤이상윤동주' 오케스트라 공연 '다시 만난 이상, 다시 세운 광장'이 있다. 음악감독로는 최우정 교수(서울대학교 작곡과·TIMF 앙상블 예술감독)가 멘토로 TIMF 앙상블 단원들이 참여한다.
 
이와 함께 공공연하게 윤이상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온 첼리스트 고봉인은 922일 금호아트홀에서 헌정 무대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을 연다.
 
윤이상의 음악세계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찬찬히 돌아보면, 윤이상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음악가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그는 궁지에 몰린 서양 음악에 동양의 혼을 불어넣어 새로운 생명력을 창조했고, 비틀거리던 현대음악에 주요음주요음향기법을 도입하여 중심을 찾아 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다시 조명해야 한다.
그는 39살 되던 1956년에 유럽으로 떠났다. 무척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일제시대에 태어난 그는 경찰의 감시를 피해 우리말로 된 동요집을 작곡했다. 해방 이후 전쟁고아를 돌보고 음악교사로 일하며 새나라의 어린 세대를 위해 교가를 작곡했다. 이 기나긴 우회로에서 그는 한 순간도 음악을 놓은 적이 없었다. 작곡 기법을 거의 독학으로 체득한 그는, 국내에서 뛰어난 음악가로 인정받은 뒤 비로소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을 향한 것이다.
 
단순히 배우기 위해 떠난 유학이 아니었다. 12음 기법에 이미 통달한 그는, 유럽의 첨단 음악 조류를 직접 체험한 뒤 자기만의 음악어법을 개발할 준비가 돼 있었다. 보리스 블라허 교수를 통해 현대음악의 이론적 토대를 확인한 그는 1958년 다름슈타트 음악제에 참가, 26개국에서 온 200여명의 현대음악 작곡가와 이론가들을 보았다. 음악인지 아닌지 모를 존 케이지의 퍼포먼스를 목격한 윤이상은 부인 이수자 여사에게 편지를 쓴다.
 
존 케이지라는 미국사람의 피아노 작품을 들었는데, 멜로디는 전혀 없고 한참 만에 문득 생각난 듯이 건반 하나씩을 누르는 거였소.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는 건 얼마 안 되고 그나마 장구 치듯이 손바닥으로 피아노 뚜껑을 탁 치더니 다시 뚜껑을 덮고, 또 팔꿈치로 건반을 꽝 치더니 가끔 장난감 호각을 불고, 옆에 라디오를 설치해 놓고 라디오 소리를 내고, 이런 것이 연주의 전부였소. 나는 산더미를 준다 해도 이런 음악을 쓰기는 싫소. 아니, 그들보다 더 엉뚱한 짓으로 세인을 놀라게 할 수는 있으나, 나는 어디까지나 음악 속에 순수하게 머물고 싶으며, 신기한 것으로 앞장서는 선수가 되기는 싫소.”
 
현대음악은 궁지에 몰려 있었다. 쇤베르크가 선보인 무조음악은 음악계의 규범이었는데, 모든 작곡가들이 조성을 파괴하자 음악에서 인간의 감정이 사라졌다. 재능 있는 음악가들은 언제나 새로운 기법을 모색했는데, 그럴수록 음악은 난해해졌고 대중과 멀어졌다. 첨단 음악이 경연하는 다름슈타트에서는 쇤베르크마저 낡은 음악으로 여겨졌다. 존 케이지는 조성 음악은 물론 무조 음악까지 거부했는데, 이것은 클래식 음악의 죽음을 뜻했다.
 
윤이상은 존 케이지처럼 음악의 죽음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펼칠 생각이 없었다. 그는 20세기 음악의 대표적 작곡가로 꼽히는 독일의 슈토크하우젠, 이탈리아의 루이지 노노, 프랑스의 피에르 불레즈의 음악에 매료됐지만, 이 또한 자신의 길은 아니었다. 이 분들의 작품이 교묘한 형태의 현대식 고층건물같다며, 그런 작품을 쓸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기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만들어야 했다. 1959년 부인 이수자 여사에게 쓴 편지.
여보, 내가 생각하는 이 길이 지금 현대음악의 막다른 골목을 타개하는 새로운 개척자가 될지 안 될지 아직은 미지수요. 그러나 모든 학문이나 예술은 무에서 유를 찾아야 할 것이며, 나의 이 길이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아무튼 탐구해 보겠소.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오.”
 
그가 추구한 음악은 노자의 철학과 같은 환상의 세계였다. 동양 사상이 들어간 12음 기법은 윤이상의 주요음기법으로 결실을 맺었다. 서양 음악은 점과 점을 연결하는 직선으로 이뤄진 도형이다. 반대로, 동양음악은 한 획으로 이뤄져 있으며 굵기가 계속 변한다. 한 음을 중심으로 변화하며 꺾이는 자신의 작곡 방식을 그는 주요음기법이라고 불렀다.
1959년 다름슈타트에서 발표한 <일곱 악기를 위한 음악>은 이 기법을 사용한 첫 작품으로, 청중들의 열렬한 갈채를 받았다. 그는 세 번이나 무대 위로 불려나갔다. 1960년 쾰른 국제현대음악제에서 초연된 현악사중주곡 3번에 대해 그가 직접 설명했다. “12음렬에 의해 작곡되었으나 벌써 동양의 음, 굴곡선이 길게 뽑아나가는 음형과 파열음 등을 써서 나의 개성적 스타일의 모색을 시도한 곡이다.”
 
1966년 도나우에싱엔 음악제에서 발표한 <예악>은 이 주요음기법을 집대성한 역작이다. 목관 연주자 12, 금관 연주자 10, 30개 이상의 타악기, 하프 두 대, 그리고 현악기가 등장하는 이 곡은 무한의 시간 속에서 흐르는 소리의 향연이다. 윤이상의 새로운 시도는 유럽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극도의 추상성, 고도의 지능화, 소리의 계산화로 중심을 잃고 표류하던 서양 음악은 한국의 작곡가 윤이상의 손으로 새로운 생명의 샘을 찾게 됐다. ‘영감’, ‘감성’, ‘민족성이란 말이 배척되던 음악계에 그는 인간의 숨결을 되살려 놓았다.
일본의 작곡가 니시무라 아키라는 이 곡을 설명하며 우리 동아시아 작곡가들이 언제나 돌아가서 배워야 할 차원 높은 출발점이라고 했다. 일본의 평론가 야노 토오루는 동양적 의미를 서양음악의 수법으로 표현하는 윤이상의 특성을 양양성’(兩洋性)이라고 불렀다. 그는 유럽 음악사에 불후의 이름을 남길 아시아 출신 작곡가는 윤이상 뿐이라며, “윤이상이 있다는 걸 아시아 사람들은 자랑스레 생각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2: 통영의 윤이상 기념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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