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괴테의 도시에서 열린 [유럽한인문학] 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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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07월10일 00시00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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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도시에서 열린 [유럽한인문학] 출판기념회
유한나 (재독시인, 수필가)
지난 71() 12, 프랑크푸르트 Phönix 중국 식당 별실에서 [유럽한인문학] (꿈과 비전 출판사) 창간호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오랜 세월 유럽에 살면서 꾸준히 모국어로 문학 창작 활동을 하는 동포들의 작품이 실린 유럽 한인 문학 잡지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수년 만에 만난 몇몇 문우들은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고, 참석자들이 서로 소개 인사를 나눈 후, 순서가 시작되었다. 김순실 소설가는 창간 인사 말씀으로 이번에 창간된 [유럽한인문학]을 통해 우리의 이민 문학 또는 동포 문학이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 그 폭을 넓히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을 바란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수고한 창간 편집위원들을 비롯한 출판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였다.
인사 말씀이 끝난 후, 약 세 시간 걸려 자동차를 타고 온 장해남 시인이 [유럽한인문학] 창간호에 게재된 자작시 <>를 낭송하였다.
 
/빗속을 걸었네.. / 이 밤 따라 / 비를 맞으면 / 키가 쑥쑥 큰다는 / 주소가 하늘인 / 엄마의 거짓부렁이 그립고 / ...
 
'주소가 하늘인 / 엄마의 거짓부렁이 그립고 ... .'라는 시적 표현이 좋았다는 즉석 평이 참석자 가운데 나왔다. 이제는 땅에 살지 않는 어머니가 어린 시절에 비를 맞으며 신문 배달하던 시인에게 '비를 맞으면 키가 쑥쑥 큰다'고 하신 어머니의 그 거짓말까지 그리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아픔처럼 스며온다. 그리고 시의 마지막 부분을 낭독할 때에는 모두 숙연해지면서 우리의 인생을 잠시나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 . 영혼아 / 올 때처럼 갈 때도 / 빈손이지 않겠느냐 / 뒤룩뒤룩 / 살찐 인생 아니 살아서 / 하늘길 / 자빠지지 말아야겠다. /
 
이어서 황수잔 재독화가가 이영수 시인의 <김밥을 싸다가> 시를 낭송하였다.
검은 휘장의 김을 깔고/ 찰진 밥알을, 한때는 뜨거웠던 하얀 추억들을 고른다. ... 검은 어둠에 싸버린 나의 이야기/ 나도 그 누구도 들춰보지 않는다. /
 
단순한 김밥 싸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고 있는 시적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시 낭독 순서 후, 이종진 다큐멘터리 작가의 건배 제의로 참석자들은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축하 인사와 함께 [유럽한인문학]의 발전을 위해 서로 건배하였다.
 
점심 후 시작된 2부 첫 순서로 세 시간 남짓 기차를 타고 참석한 이현순 님이 축시를 낭독하였다. 축하하는 마음으로 꽃이나 케이크를 준비해와야 하겠지만 먼 거리를 기차를 타고 와야 해서 시를 준비해오셨다는 말에 참석자들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꽃은 시들고 케이크는 없어지지만 시는 남지요.' 옆에 앉아 계시던 분이 진심 어린 감사와 격려의 말을 전하였다. 낭랑한 목소리로 그분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를 낭독하였다.
 
[유럽한인문학]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꿈과 비전의 창간호 / 새 얼굴을 대하니 왠지 가슴이 설렙니다. / 책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는 / 자부심과 신뢰감 / 새 식구가 생겼다는 기쁨과 기대에서 /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 사이에서 / 하나의 기회를 더 얻었음은 크나큰 축복입니다. / [유럽한인문학]의 영원한 발전과 번영을 기원합니다. /
 
아침 일찍 두 번이나 기차를 갈아타고 달려오신 분, 그것도 처음 만나는 분이었지만 문학이라는 매체를 통해 한 가족이 되어 진정 축하하는 마음을 담은 시라서 감동이 되었다. 너무 늦게 문학의 길에 들어서지 않는가 했는데 팔십 초반의 연세에도 그날 정정한 모습으로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시고 지금도 여전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순실 소설가를 보며 자신도 희망을 얻었다고 말하는 그분에게 작가는 "제가 70대에 가장 왕성하게 작품을 쓴 것 같아요."라고 덧붙여 말씀하셔서 옆에서 듣고 있던 나까지 놀라게 만드셨다.
 
축시 후에 그동안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원고모집 과정과 발간 경과가 간략하게 보고 되었다. 지난해 3, 5, 7월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창간 편집위원인 김순실 소설가, 황수잔 작가, 유한나 시인, 이영수 시인 등이 만나 편집회의를 거쳐 일 년이 지난 올 4월 중순, [유럽한인문학]이라는 제호의 최초 유럽 거주 동포 문인들의 문학 잡지가 출간되었다. 현재 교포신문에 <명화 산책>을 연재하고 있는 황수잔 작가가 '유럽의 구시가지'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표지그림을 그렸다. 흰색 바탕에 오렌지 색조의 그림이 산뜻하고 밝은 느낌을 준다.
 
이 책에는 독일을 비롯한 오스트리아, 영국, 폴란드, 마케도니아, 스위스 등 유럽 6개국에 거주하는 15인 한인 동포 문인들의 시, 시조, 수필, 소설 등 주옥같은 창작 작품 36(그림 산책 1, 여행에세이 1, 25, 시조 2, 수필 2, 번역시 2, 영화이야기 1, 소설 2)192쪽에 걸쳐 실려있다. 또한, 그동안 한국문학 작품 12권을 독일어로 번역한 서정희 시인의 <독일에서의 한국문학> 특별기고가 실렸다. 이 글은 한국 경주에서 열렸던 '세계한글작가대회' 때 발표된 원고로서 독일에서의 한국문학작품 번역 역사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날 멀리 프랑크푸르트까지 올 수 없었던 이영수 시인은 그날 아침, 내게 메일을 보내왔다. 그리고 언제 우리의 모임을 헤세 생가에서 가지면 어떻겠냐고 우리의 문학적 호기심을 부추겼다.
 
“72일 헤르만 헤세의 생일에 그의 고향 Calw 에서 헤세 문학상 시상식이 있습니다. ... 헤세 산책길과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실개천 같은 나골드(Nagold)강이 있고 [수레바퀴 아래서]의 배경이자 그의 마지막 학교경력이 되었던 마울브론 수도원 김나지움도 멀지 않습니다. 한 번쯤 Calw에서 모임을 하며 문학의 기운을 느껴보심이 어떠실지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메일을 듣고 서너 분은 벌써 마음이 헤세의 고향에 가 있었다. [유럽한인문학] 발간으로 독일뿐 아니라 유럽 문학가들의 생가나 문학 유적지를 여행하는 꿈도 이루어질 날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한국 문학사의 한 장()을 장식할 동포 문학사에 [유럽한인문학]이 유럽에서 자라고 있는 후손들에게 문학 유산을 남기는 소중한 유럽 한인 동포 문인들의 창작 작품집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문학을 사랑하고 창작에 애쓰는 유럽 거주 동포 문인들과 문학 애호가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길 바라며 제2호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와 만나줄 것일까 상상의 날개를 펴보며 7월의 더위를 식혀볼까 싶다.
 
*책 구매 신청 hanna2115@gmail.com, 0179-9217188


103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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