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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06월19일 00시00분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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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차 재독 순천 간호학교 동문회를 다녀와서
강정희( 재독 시인, 수필가, 소설가)
공통분모로 서로 의지하며 버팀목으로 살아온 재독 순천 간호학교 동문회 사반세기 25주년을 축하합니다. 아울러 제16호 동문회보 출간을 축하합니다.
 
첫발자국 아스라한데 / 검은 머리 푸르름 가득한 모습 / 어이 사라지고 / 하얀 서리 내리고 / 닳은 무릎을 이끌고 /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 돌아보니 피고 지는 꽃 같은 시간 / 우리의 만남은 따스한 햇살 촉촉한 수분 / 아래로 처진 어깨 위로 올리고 / 아래로 숙인 고개 위로 들며 / 따뜻한 손길로 토닥거리며 / 초록빛으로 살고 싶은 날개로 / 서로의 뺨을 어루만지는 마음과 마음으로 / 삶은 곧 건강이고 / 모든 성취의 시작이라면 / 마음의 창 활짝 열고 / 햇살과 바람 들어오게 하자 / 새로운 문이 열리고 / 아름다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 만남의 인연 / 길이길이 사랑으로 승화되는 재독 순천 간호학교 동문회
 
201768일 제25차 재독순천 간호학교동문회가 42명의 동문이 모인 가운데 베를린 Sana Hotel에서 34일로 열렸다. 재독 순천 간호학교동문회는 변함없는 설렘으로 꾸준히 연중행사처럼 치러지고 있다. 동문회를 설립한 여섯 선배 언니들 그리고 지금까지 동문회를 잘 이끌어 주신 역대 회장들의 노고와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었다.
 
100명의 동문이 전역에 꽃씨처럼 흩어져 열심히 살고 있다. 또한, 각 지역 동문회, 다 문화 가족 모임이 활성화되어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살아가고 있다. 해 년마다 부인을 따라 함께 참석한 독일 남편들에게도 이제는 동문의 사이가 되어 버린 듯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잘 어울려서 의미 있고 소중한 만남이 되었다. 아는 만큼 가까워진다고 25년의 세월 안에 우리들의 추억이 층층이 쌓인 곳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조망하며 따뜻하게 마음을 주고받는 공동체이다. 우리에게는 갈무리해둔 기억이 너무나 많다. 세 번의 고국 방문을 함께했고 세상이 우리 것인 양 가슴이 부풀었던 날들도 있었고 먼저 떠나 버린 동문과의 사별의 아픔으로 눈물이 강이 되어 흐르던 날들도 있었다.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고 막내인 동문도 이젠 환갑이 지났고 선배 언니들은 팔십을 바라보고 있다. 청춘은 다 지나고 갱년기의 지친 얼굴은 무엇으로 가리려 해도 역부족이다. 젊어서는 들리지 않던 소리, 듣지 못하던 소리, 저 잘나서 잡음에 묻히던 유성이 흐르는 소리 이제야 귀가 순해져 듣는 나이가 되었다.
 
천사들이 나들이를 가는 날엔 화창한 날씨라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파란 하늘에 분홍색 하트와 파란 고무풍선이 둥둥 띄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빼곡히 잡힌 일정에 모두 철만 난 메뚜기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6월의 날에 가까이 사는 동문과 함께 새벽부터 ICE를 타고 베를린으로 떠났다. 마음이 통하고 편안한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한다는 자체가 삶을 살찌우게 하는 즐거움이고 행복한 일이다. 드디어 베를린에 도착했다.
 
호텔 로비에는 이미 여러 동문이 도착하여 있었다. 이산가족의 만남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움에 포옹을 하는 모습이 군데군데에서 일어났다.“! 가시네, 초롱초롱 더 예뻐 졌네. 하나도 안 늙었어. 동안의 비법이 있으면 한 수 가르쳐 주렴
 
언니, 오랜만이에요. 건강하시죠? 반가워요.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등등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여자들은 처음 만나서 맨 먼저 하는 인사가 상대방의 외모에 대해서다. 예뻐 졌다느니, 살이 붙었다느니, 살이 빠졌다느니, 주름이 많아졌다느니, 머리 모양이 달라졌다느니 아름다움은 외모에 있지 않고 내 마음에 있다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나 보다.
 
동문회를 통해서 듣는 소식은 늘 기쁘지만은 않다. 유감스럽게도 이제는 좋은 소식 보다는 궂은 소식이 더 많은 현실이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독일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한국으로 귀국하여 간호학 박사가 되어 교수로 취직되었다는 기쁜 소식, 정년퇴직하고 문학의 꿈을 이루어 작가로 등단한 동문의 좋은 소식이 있는가 하면 일평생 파독 간호사로 고생하며 살다가 이젠 살 만하니까 몹쓸 치매에 걸려 가족을 알아보지도 못한 상태여서 요양원으로 옮겨져서 고생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이며 우울증으로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하다가 외롭게 이 세상을 떠난 동문의 소식이 우리들의 가슴을 많이도 아프게 한다. 음식만 체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감정에 소화불량이 더 무섭다고 어쩜 이국 생활에서의 결핍을 메우지 못하고 고립과 외로움, 혼란스럽고 검푸른 마음, 끝도 보이지 않은 터널에서 자신을 안전 탈피시키지 못함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 슬프다.
 
환경과 나이를 초월해 동문이라는 공통분모는 우릴 밤잠을 설치며 추억의 보따리를 풀게 하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한다. 따뜻하고 오래된 인연의 새끼줄에 얽힌 만남이기에 대화 소리가 즐겁고 커지는 시간이다. 이 시간만큼은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체온을 나누며 목젖이 보이도록 웃으며 행복을 담는다. 아침이면 피곤해서 눈꺼풀이 세 개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동문회는 마치 묵은 포도주의 깊은 맛이 우러나듯 서로서로 배려해 주는 마음들이 어우러져서 마음의 평정을 가져다주는 정겨운 치유의 시간, 에너지 재충전의 시간이다. 한 번뿐인 인생, 양철 냄비처럼 뜨겁게, 따뜻하게,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행복해하며 내 감정에 더욱 솔직하고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나를 깨뜨리는 지혜를 가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각자 주어진 삶에 충실하게 살면서 우리들의 만남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도착한 날 저녁에는 동문회의를 하고 새로운 회장과 감사를 선출했다. 어김없이 출판된 자랑스러운 제16호 동문회보를 손에 쥐고 호기심에 가득 차기도 했다.
 
이튿날 오전에는 베를린 시내 관광을 했다. 베를린은 잃어버린 40년을 되찾기 위해 이곳저곳에 대규모 개발이 되었고 팽팽한 삶의 현장을 보는 생동력이 넘치는 곳이다. 시내 관광을 마치고 Potsdam Glienicker Brücke Nikolskoe 부근 산책길에 나섰다. Glienicker Brücke는 독일 베를린 시 외곽의 글리니케 다리. 이 철제 다리는 푸른 하펠 강 (Havel River)을 가로질러 고풍스러운 베를린 시와 이웃 포츠담 시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푸른 강물과 하늘, 신록과 붉은 색깔의 중세 교회를 배경으로 시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는 이 글리니케 다리의 이면에는 어두운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글리니케 다리는 과거 동서 냉전이 극에 달한 시기에 서방국가와 공산국가 간에 비밀요원들을 교환하는 '간첩의 다리'로 불렸다. 포로 교환이 바로 글리니케 다리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한쪽 군 검문소에서 다른 쪽 군 검문소로 비밀요원들이 보내졌다는 것이다.
 
최고 분위기 호텔 정원에서 BBQ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행복한 저녁 시간이었다. 음식을 얼마나 예쁘게 차렸는지 먹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Konferenzraum으로 이동하여 박모아 덕순 동문의 부군이신 Mohr씨의 사회로 25주년 특별 행사가 있었다. 행사장에는 동문인 강정희 재독 작가의 처녀작 시집 하얀 날개를 선보였고 박덕순 동문의 서예 작품도 진열되어 은은한 묵향으로 그윽했다. 동문 중에는 작가, 성악가, 악기를 다루는 동문, 고전 춤 모듬북 치는 동문이 있어 다양한 순서로 진행되었다. 강정희 동문은 25주년을 근거로 한 축시를 낭독했고 외로움, 화려한 외출, 작은 행복 등 세 개의 시를 낭송했다, 낭송한 시는 독일인들을 위하여 하순정 동문이 독일어로 예쁘게 낭송하기도 했다. 성악가로 활동하는 박모아 덕순 동문은 목련화, 또 한 송이의 나의 모란, 진달래꽃 가곡을 불렀다. 박영란 하순정 동문은 만남과 노들강변을 Querflöte, FlöteFlötenduo연주가 있었다. 김신자 최길재 동문의 온 힘을 다한 웅장한 모듬북 소리는 심금을 울렸다. 지난 25년의 동문회 발자취를 동영상으로 감상했다. 사진도 전시되었다. 후배들은 선배들이 이처럼 탄력 있는 젊은 모습이 있었다며 감탄을 하기도 했다. 빈틈없이 보관된 기록의 중요성을 느꼈다.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행사는 우리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훌륭한 행사리라!
 
토요일 오전에는 자유시간을 가지며 몇 동문과 어울러 시내를 구경하고 KaDeWe 백화점 먹거리 파는 곳에 들러 싱싱한 굴을 먹었다. 얼마나 싱싱한지 내 고향 여수에서 먹었던 꼭 그 맛이다.
오후에는 Friedrichstadtpalast를 방문하여 The One(Kostümen von Gaultier) 관람했다. 한국의 연출가 겸 작가 박철호는, 그가 쓴 책의 제목 베를린, 천 개의 연극에서 알 수 있듯이, 베를린을 연극의 도시라 칭한다. 실제로 베를린에서는 매일 저녁 50개가 넘는 무대에서 새로운 공연의 막이 오른다고 한다. 베를린에서만 볼 수 있는 Friedrichspalast의 화려한 무대 장치와 그들의 연기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저녁에는 근사한 Trattoria del Corso 이탈리아 식당에서 정담을 나누며 마지막 저녁 시간을 마음껏 즐겼다.
아침 식사 전에 여러 가지 시설을 갖춘 호텔, 수영장, 스튜디오에서 만나 지껄이며 아침을 여는 기쁨도 있었다.
 
34일의 일정은 빨리도 지나 버렸다. 참가자가 42명이나 되어 복잡한 분위기였지만 장현자 동문회장의 완벽한 준비 덕분에 이번 제25차 재독 순천 간호학교 동문 모임은 분명 성공적으로 마쳤다. 장현자 동문회장은 유별나게 친화력이 우수하고 뛰어난 지도력을 갖춘 자랑스러운 일꾼이다. 베를린 마라톤 행사에도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짜임새 있는 이번 모임을 위해서 수고를 아끼지 않은 장현자 동문회장, 김봉희 부회장, 박모아 덕순 총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일요일 10시경에 평가회를 마치고 우리들의 지정곡 노사연의 만남을 함께 부르고 베를린의 따뜻한 6월의 햇볕을 등에 업고 내년 만남을 기약하고 집으로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갈 길이 먼 동문을 위하여 김밥 점심 파케트를 주문하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제11대 회장단에 감탄이었다. 이번 모임을 위하여 조금도 불평 없이 머슴처럼 마나님을 도운 장현자 회장 부군인 Hr. Franke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사랑하는 동문 여러분! 우리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좋은 만남입니다. 우리의 만남은 축복입니다. 그리고 행복입니다! 사랑이 있는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다고 합니다. 모난 마음, 구겨진 마음 다 사랑으로 철이 드는 아름다운 황혼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이 있기에 기다림이 있고 그 기다림이 있기에 행복합니다. 이별은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들의 만남도 이젠 얼마나 남았을까요? 서로 사랑하며 두루미처럼 어깨 기대며 아 이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처럼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풍진에 찌든 마음 훌훌 털어버리고 긴 세월이 무색하지 않도록 감사와 사랑의 시간으로 하루하루를 연둣빛 푸름으로 채워나가기를 바랍니다. 나이 들면 몸이 재산이라고 합니다. 달리는 시간 속에 건강 잘 챙기시고 우리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에 또 만나요! 사랑합니다!
 
새로 선출된 최길재 회장에게 힘을 심어주는 우리가 모두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25년을 향하여 함께 달려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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