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2016년 고국방문 [1] 청․중․노년이 치악산에서 어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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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03월13일 00시00분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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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고국방문 [1] 청․중․노년이 치악산에서 어울리다
최월아
2016년 여름에 잠깐 행사참석 차 다녀왔는데 가을에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제3차 해외지역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아세안과 유럽(아프리카, 중동, 유럽)지역이 제3차 참가 대상이었습니다. 저희 북유럽협의회가 16개 국가로 구성이 되어 있는 관계로 협의회 행사조차 자비부담 항공편과 숙박이 필수인 단점이 있습니다. 해서 자문위원들이 국내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기회를 이용해 서울에서 자문위원 연수회와 전문가 초빙 강연회를 개최할 엄두를 부렸고 다행히 행사를 잘 치렀습니다.
 
협의회 연수회와 민주평통 행사 직전에 유럽총연합회 연수회가 강원도 평창과 동해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고문의 자격으로 참가를 했습니다. 유럽 총연합회 남창규 회장님과 박용주 사무총장님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으로 유총의 연수회 또한 보람된 멋진 행사였습니다.
101일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베를린 북한 대사관 앞에서 북 핵실험 반대 규탄대회와 고 안희숙 지회장의 추도식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국내 전체회의와 연수회 준비로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떠나는 날 겨우 가방을 챙겨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먼저 오셨던 분들이 공항으로 마중을 오셨어요. 평창에 도착하여 2018년 동계 올림픽을 위해 만만의 준비를 하고 세계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올림픽경기장들을 시찰했습니다. 다음날은 동해 시와 교류협력 만찬을 가졌고 마지막 날은 머리와 마음의 찌꺼기들을 동해바다 망상해수욕장의 파도에 떠내려 보내고 고국도착 3일 만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친구와 언제나처럼 해도 해도 끝없는 세상 이야길 밤새워했습니다. 다음날 늦은 아침 커피를 마시고 매번 꼭 들르는 남산에 갔습니다. 장충동 민주평통 사무처 건너편 국립극장에서 잘 다듬어진 산책길 목멱로(남산의 옛 이름)를 따라 정확히 3km 걸어가면 맛집 목멱산방이 기다려요. 여기서 산채비빔밥 한 그릇과 차 한 잔으로 행복가득 담고 되돌아 내려왔어요. 청정한 숲길 터널을 타박타박 걸으며 이 단풍 저 단풍, 이 꽃 저 꽃에 혼을 빼앗기기도 하고, 우리의 젊음을 고스란히 묻어둔 거대한 서울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고국이 발전하며 사라진 옛 모습, 야릇한 교감으로 저기는 어디고 요 앞은 거기잖아하며 조금이라도 더 아는 곳을 찾아 빌딩 숲 속에서 한가락 아물거리는 추억을 건지려고 분주히 이곳저곳을 어림짐작했습니다.
 
다음날부터 넓고 넓은 더케이 호텔에서 23일간 연수회 및 강연회를 개최하고 이어서 워커힐에서 제3차 해외 지역회의를 34일 치렀습니다. 행사를 마치던 날은 치악산으로 향했습니다. 2014년 자카르타에서 치른 세계 여성 컨퍼런스에서 우연히 같은 분임에 편승되었던 각국의 위원들과 반 년 전부터 준비했었어요. 우연히도 뜻들이 맞아 여행통(성이 만드는 복한 ) 이란 네트워크를 구성 하여 그 동안 각국의 통일 활동상황을 교환했습니다. 그러다 2015년 일본 오사카 컨퍼런스에서 재회를 하면서 정마저 끼어들었지요.
 
전체회의에 참석했던 위원들과 연임이 안 된 분, 2차 지역회의에 이미 다녀간 해외위원들이 날짜에 맞춰 귀국을 하여 모두 12명이 9개국에서 합류했습니다. 강원도 치악산 비로봉 중턱에 자리 한 동화 속 그림 같은 황토집 주주산방에 도착하여 짐만 놓아두고 바로 원주시내 재래시장에 나가 각종 지짐과 튀김 등 주전부리를 해가며 어슬렁댔습니다. 12명 위원들의 연령은 만 37살에서 67, 딸 같은 위원들과 순번을 정해 언니 동생 정해놓고 깍듯한 예우 속에서 흐트러진 농담을 주고받던 정감은 특별 했어요. 수학여행 때처럼 여러 명이 함께 잠자리를 하던 방에서 반듯하던 행사장에서의 모습들은 잠옷과 맨얼굴로 풀어버리고 다원(茶園)에 둘러앉았어요. 다원은 원통형 황토벽에 수집으로 모은 찻잔들이 장식 된 큼직한 온돌방, 다리들을 쭉 뻗어 발들을 맞대고 앉아 뭔 할 말들이 그리 많았던지.
 
다음날 이른 아침, 단풍 아래 청정한 자연 속에서 커피를 마시고 구룡사를 향했습니다. 구룡사 가는 길은 계곡도 아름답고 완만한 경사 길에 앞뒤로 무리지은 12명 여인들이 화기애애하게 산책을 즐기기에는 그만이었어요.
 
구룡사의 사천왕문을 지나면 보광루와 대웅전 등의 경내의 모습이 보여요.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사찰 내의 건물들은 대부분이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정면 5, 측면 2칸의 이층누각의 보광루 고찰은 웅장해요. 오래된 절들은 그 기운만으로도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데, 구룡사 역시 산사의 고요와 풍경소리에 청량감을 느꼈습니다. 마당에 자리 잡은 미륵불의 인자한 미소를 바라보며 산사에서 공양 받은 차 한 잔으로 어지럽던 마음은 푸근해졌습니다. 나선 김에 구룡사에서 3km 위의 세렴폭포까지 우거진 숲길을 따라 올랐습니다. 오랜만에 고국의 우거진 숲길 등산으로 땀을 흘리며 힐링을 잔뜩 하고 내려왔습니다.
 
좀은 무리인 듯했던 등산으로 절룩거리며 산을 내려와 주주산방에서 재배한 야채와 더덕 등 밑반찬과 청국장으로 점심을 거나하게 먹고 지체없이 박경리 문학공원으로 향했어요. 근대문학 100년사의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는 소설 토지를 쓴 곳. 우리 문단의 거대한 산맥과 같은 작가 박경리 선생님의 삶과 문학을 기리고 있는 이곳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던 제 개인적 소원을 풀었습니다.
문학공원은 옛집과 텃밭 등 작가의 삶과 문학의 현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걷고 보며 재잘대며 모은 피로를 주주산방으로 돌아오던 길목의 치악산 참숯 가마에서 구워 버렸습니다.
 
찜질로 노글노글 나른해서 산방에 돌아오니 장작 타는 내음이 산을 덮고 있었어요. 그야말로 학창시절의 캠프파이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주산방에서 수확한 각종 야채와 숯불에 구운 민물장어와 삼겹살을 막걸리와 래드와인 곁들여 실컷 먹고도 장작불에 구워준 고구마와 밤을 싹쓸이 하던 밤하늘 아래에서는 실로 나이차이는 웃음에 묻혀 버리더라고요.
오랜만에 무수한 별빛 아래에서 배부르고 등 따쓴 행복한 밤을 보내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 가방들을 챙겨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실었습니다. 동네 민가의 재래식 두부공장에 가서 장작불에 걸쳐진 시커먼 가마솥에서 두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두부같이 허옇게 잘생긴 주인마님과 아들에게서 강의받고 순두부찌개와 온갖 두부 반찬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일정의 마지막 행선지로 향했습니다.
 
주주산방의 여주인이 근무하는 장애인 재활원에서의 일일봉사가 우리들의 마지막 일정이었습니다. 위원들이 각국에서 미리 준비해온 고유의상들을 장애인 대표들에게 입히고 성악가이신 위원님이 재능 봉사로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각국에서 갖고 온 특별 간식거리를 전달하고 장애인 시설을 돌아보며 불과 짧은 세월동안 대한민국, 고국이 발전한 모습과 장애인들이 흔드는 손길에서 따뜻함과 뿌듯함을 가슴에 담고 고속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짧고 굵게 어울린 대한의 세계여성위원님들은 거주국으로 돌아가 모두 각자 맡은바 직무에 열정을 갖고 활략함으로써 국위선양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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