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 '노벨문학상' <양철북> 작가 귄터 그라스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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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04월21일 09시58분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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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양철북> 작가 귄터 그라스 사망
독일인들이 사랑한 대표 지성

 

노벨문학상(1999년)을 받은 독일의 세계적 작가 귄터 그라스가 사망했다고 그의 이름을 딴 재단이 13일 밝혔다. 향년 87세.

그라스는 국내에는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양철북'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폴란드 그다니스크로 불리는 단치히에서 1927년 태어난 그는 독일 전후 세대 문학 조류를 대변하는 작가로 평가받아왔다.

독일계와 슬라브계 부모 가정에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고 17세 고등학교 시절 나치군(나치 친위대·Waffen SS)에 들어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력은 내내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독일이 자랑하는 문학계 지성으로서 독일 국민들에게 나치 역사에 대한 직시와 반성을 앞장서 촉구해온 그였기 때문이다.

그라스는 2006년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에 자신의 나치 복무 사실을 고백했고, 그를 위선자로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었음은 물론이다.

15세가 되던 해, 부모 집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잠수함 복무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하고, 이후 노동봉사자로 군부대 지원 업무를 하다 17세 때 드레스덴에 주둔한 무장 나치 친위대 제10기갑사단으로 발령받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징집이냐, 자원이냐에서부터 그에게 부역 혐의를 지울 수 있느냐에 이르기까지 논란은 뜨거웠지만, 그는 자신의 비판적 작품과 진보적 정치행동을 통해 '몸'으로 말했다.

문학과 예술적 열정의 밑바탕은 전쟁 중 미군 포로가 됐다가 석방되고 나서부터 본격화했다. 잡부와 석공으로 일하다가 조각가가 되려고 뒤셀도르프 미술학교를 거쳐 1952년 베를린 예술대학으로 옮겨 수학했다.

문학계는 그가 이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고, 파리에서 조각과 그래픽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소설 쓰기를 이어갔다고 전한다.

문학 수업과 역량의 축적은 1959년 나온 '양철북'으로 집약됐다. 이 작품은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 반열로 그를 밀어올렸다. 양철북은 1979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양철북은 192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독일의 일그러진 역사를 주인공인 난쟁이 오스카 마체라트의 시점으로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3살 되던 생일날 일부러 계단에서 떨어져 성장을 멈추기로 하고 양철북을 잡는다. 94cm 난쟁이에 불과하지만, 정신적으론 태어날 때부터 성인인 그다.

1952년 오스카 마체라트가 정신병 요양소에 들어가 그의 가족의 역사, 자신의 고독한 학교시절, 단치히의 소시민적 세계, 전쟁과 전후 시대를 이른바 '개구리 시점'으로 회상한 자서전적 장편이다. 당대 문학계는 비정상적인 난쟁이의 눈에 비친 정상인들의 세계가 더욱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이채롭게 구성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어린애 같은 작은 키 때문에 성인의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고, 성인의 지성을 가졌기에 어린이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는 오스카를 통해 전쟁과 전후 시대의 독일의 현실을 묘사했다는 것이다.

그라스는 그의 나치 복무 전력이 대중의 큰 배반감을 광범위하게 불러일으켰을 만큼 시대의 지성으로서 정치적 행동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1960년 독일 사회민주당에 들어가 핵무기 반대를 외치며 빌리 브란트 총리의 재선을 위한 시민운동을 이끄는가 하면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당 소속 헬무트 콜의 낙선운동에도 나섰다.

일간 디 벨트가 2005년 실시한 '현존하는 독일인 중 최고의 인물' 군에도 그는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 요슈카 피셔 전 외무장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콜 전 총리 등과 함께 거명됐다.

단치히 3부작으로 불리는 '양철북'(59년), '고양이와 쥐'(61년), '개들의 시절'(63년) 외에 물고기를 화자로 등장시킨 '넙치'(79년)에서도 인간사회를 비판적 시선으로 그렸다.

'달팽이의 일기', '암쥐', '무당개구리의 울음', '광야', '나의 세기', '양파껍질 벗기기', '게걸음으로 가다', '텔크테에서의 만남', '라스트 댄스',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귄터 그라스 한국과 각별한 인연

13일 사망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는 한국과 인연이 특히 각별하다.

'양철북'의 작가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그라스는 적극적으로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고 문제 해결에 동참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라스는 각국에서 탄압받던 작가들의 구제 운동을 활발히 벌인 것으로도 널리 알려졌는데 그 대상에는 황석영과 김지하 등 한국 문인들도 포함됐다.

그라스는 이들이 구속됐을 때 국제 연대를 통해 석방 운동을 주도했고, 김지하와 같은 시인이 감옥에 갇혀 있는 한 한국을 방문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4년에는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두율 교수를 석방해 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라스는 지난 2002년 중앙대 한독문화연구소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기도 했다. 방한과 방북을 동시에 추진했지만 방북이 성사되지 않아 한국만 찾았다.

당시 그라스는 분단국가의 단기간에 걸친 흡수 통일을 강력히 반대하며 한국에 아낌없는 조언을 내놨다.

그라스는 통일 독일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동독이 서독에 일방적으로 흡수되는 방식으로 이뤄진 통일에 "환희를 느낄 수 없다"며 부정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동독과 서독 국민들의 심리적 장벽과 경제적 차이 때문에 사회 통합이 느려졌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통일 과정에서 국가 연합체제라는 과도기를 거쳤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일을 최대 과제로 둔 한국에 많은 사람이 받을지 모르는 상처를 최소화하고, 상대적 약자를 최대한 고려하는 등 물리적 통일이 아닌 화학적 통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등한 동반자의 입장에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한 뒤 합쳐야 제대로 된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남한 사람들이 세금을 더 부담해 아무 전제 조건없이 북한을 도와주는 휴머니즘적 입장이 필요하다"며 "남한은 역사의 승리자로서 북한에 마음의 상처를 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당시 포럼에서 그라스와 통일관을 공유하고 교류를 이어 온 황석영 작가는 그를 "전쟁의 상처와 상흔을 치유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문학적으로 가장 먼저 보여준 작가"라고 아쉬워했다.

황 작가는 "귄터 그라스의 문학적 업적과 세계 평화나 민주주의를 향한 노력, 그의 작가적 행동이 남은 작가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며 "특히 독일의 과거사 청산을 가장 적극적으로 촉구했다는 점에서 한국 문인들에게 주는 교훈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떠나면서 20세기를 가장 치열하게 보낸 작가들이 세상을 하나 둘 떠나는 것이 실감난다"며 "하지만 그 시대의 잔재와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92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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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redaktion@kyoposhinmun.d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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